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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아름다워, 갤럭시 워치4 클래식

안녕, 디에디트의 유일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저 에디터B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의 손목에서는 애플워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 유저의 손목에서는...
안녕, 디에디트의 유일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저 에디터B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의 손목에서는 애플워치를…

2021. 11. 15

안녕, 디에디트의 유일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저 에디터B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의 손목에서는 애플워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 유저의 손목에서는 갤럭시 워치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쁘지 않아서? 불편해서? 필요하지 않아서? 이유야 복합적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디자인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갤럭시 워치를 선뜻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그랬으니까.

애플워치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갤럭시 워치는 ‘스마트한 시계’라는 걸 내세웠다(시계처럼 생겼지만 스마트 시계지롱). 하지만 그런 컨셉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차라리 아날로그 시계를 차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다행히 갤럭시 워치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고, 처음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모델도 나왔다. 바로 갤럭시 워치 액티브였다. 액티브 시리즈는 베젤링이 없는 저렴한 가격대의 모델이었지만, 오히려 미니멀해서 더 좋았다. 나는 갤럭시 워치 액티브 1세대를 구입해서 2년 동안 잘 쓰다가, 최근에 갤럭시 워치4 클래식(이하 ‘워치4 클래식)으로 갈아탔다. 오늘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쓰던 사람이 워치4 클래식을 쓰며 느낀 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액티브 모델을 썼던 사람이 느낀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걸 감안해주면 좋겠다. 오늘 리뷰는 이렇게 구성된다.

  • 클래식 모델을 산 이유
  • 나만 베젤이 불편한가?
  • 워치4 클래식은 드레스워치다
  • 그 외 아쉬운 점 몇 가지
  • 그래서 결론은?

[1]
갤럭시 워치4 클래식을 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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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워치4 클래식을 사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다. 정말이다. 사람 마음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내면 깊숙한 곳에 조그마한 물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겐 이미 멀쩡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가 있었기 때문에 사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사야 할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 곰처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갤럭시 워치4, 체지방 검사 기능 탑재?!’ 음…신기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실용적일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체지방 검사를 해야 할 일이 내게 있을까? MBTI를 묻듯 서로의 골격근량과 체지방량을 묻는 시대가 되면 필요한 기능이겠지만, 아직은 불필요해 보였다. 심지어 나에겐 인바디사에서 만든 높은 정확도의 체지방 측정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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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통이 넓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하얀색 셔츠를 입은 힙스터 남자의 왼쪽 손목에서 반짝이는 시계를 봤다. 워치4 클래식 실버 모델이었다. 그 반짝임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12시간 뒤, 나는 저 모델을 구매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그날 저녁 워치4 클래식을 주문했다. 뾰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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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구매로 이어진 이유는 단 하나, 실제로 보니 많이 예뻤기 때문이다. 갤럭시 워치 4 클래식은 그동안의 클래식 시리즈와 달리 세련된 멋이 있었다. 제품 오른쪽에 있는 두 개의 버튼은 이전 모델과 달리 납작해져서 전체적인 모양이 동글동글해졌고 중후한 느낌이 빠졌다. 워치 페이스와 밴드만 잘 조합하면 충분히 트렌디하게 보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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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버 컬러는 이전 시리즈에 사용한 애매한 컬러의 미스틱 실버, 미스틱 브론즈, 미스틱 블랙과 비교해 훨씬 젊어진 느낌이었다. 과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에서는 약간의 레트로함도 느껴진다. 옛날 가전이 떠오르는, 듀얼릿 토스터 같은 실버랄까? 실버는 줄질에도 친화적인 컬러일 것 같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레드, 옐로우, 올리브 스포츠 스트랩부터, 가죽 스트랩까지 다양하게 조합해보니 모두 잘 어울렸다.

1400_retouched_-34[별도로 구매한 올리브 컬러 스포츠 스트랩]
1400_retouched_-31[갤럭시 워치 액티브 1세대의 네이비 스포츠 스트랩]

솔직히 기본으로 받은 흰색 밴드는 조금 촌스러웠다. 갤럭시 워치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를 통해 3만 9,000원짜리 스포츠 스트랩을 9,000원에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올리브 컬러는 재고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이란 표현을 쓰기에 적절하다. 갤럭시 워치가 이렇게 예쁜 스마트워치였는지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디자인 하나는 대만족이다. 하지만 디에디트의 아쉬움 빌런답게 아쉬운 점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 액티브 모델을 쓰다가 클래식을 쓰니 기능적으로 약간의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2]
나만 베젤이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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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갤럭시 워치를 사려고 마음먹었다면 갤럭시 워치4(이하 워치4)를 살 것이냐, 워치4 클래식을 살 것이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운동을 할 목적이 있다면 클래식 모델은 추천하지 않는다. 클래식 모델은 드레스워치다. 물론 디자인만 보면 수트에만 어울리는 디자인은 아니나 운동을 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일 때 착용하기엔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부연 설명을 하겠다. 먼저 베젤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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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 인터페이스’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의 상징이지만, 솔직히 그렇게 편한지 모르겠다. 베젤 덕분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원래 베젤이라는 건 다이버 워치에 들어가는 장치다. 다이버가 어두운 바다속에서도 잠수 시간 경과를 쉽게 알아보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갤럭시 워치의 베젤은 위 아래,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베젤 조작보다 터치 조작이 쉽고 직관적이라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 이전에 액티브 모델을 썼기 때문에 터치가 더 익숙한 것도 있지만 베젤 조작이 쉽게 손이 갈 만큼 직관적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화면보다 솟아있는 베젤링 때문에 화면 양끝에서 안쪽으로 제스처를 할 때 거슬린다는 점도 단점이다. 좁은 공간에서 꾸역꾸역 터치를 하려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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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베젤링을 돌릴 때의 손맛이 다이버워치의 그것만큼 좋았다면 모든 걸 감수하고 베젤 조작을 애용했을 수도 있다. 워치4 클래식의 베젤은 힘없이 돌아간다. 보다 편한 조작을 위해 부드럽게 만든 것이겠지만, 아날로그 시계를 쓰던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다이버워치의 베젤은 뻑뻑하게 돌아가는데, 다이버워치와 갤럭시워치의 딱 중간 정도만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맛을 비교하면 오히려 진동 피드백이 오는 워치4의 베젤이 더 낫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베젤이 유용할 때도 있다. 터치로 화면을 넘길 때는 하나씩 넘겨서 속도가 느리지만 베젤을 돌리면 훨씬 더 빠르게 화면을 넘길 수 있다. 이런 건 장점이다.

워치4 40mm의 가격은 26만 9,000원, 워치4 클래식 42mm는 36만 9,000원이다. 비싸다는 건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좋은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담고 있다면 비싼 값을 받아도 된다. 하지만 워치4 클래식은 디자인 가점을 감안해도 스마트워치에게 기대하는 피트니스 기능을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3]
워치4 클래식은 드레스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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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기능을 절대 쓰지 않을 생각으로 스마트워치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있기야 하겠지만). 워치4 클래식은 운동할 때 쓰기엔 불편한 제품이다. 일단 사이즈가 불편하다. 워치4 클래식은 42mm, 44mm로 출시되었다. 40mm, 44mm로 출시된 워치4보다 최소 사이즈가 더 크게 나왔다.

사이즈만 더 큰 게 아니라 무게도 무겁다. 워치4는 25.9g(40mm 기준), 워치4 클래식은 46.5g(42mm 기준)이다. 아무리 크고 무겁다해도 워치4와 기능 차이가 없으니 운동용으로 사용할 순 있다(잘 쓰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액티브 모델을 쓰다가 스테인리스로 고급스럽게 마감된 디자인의 시계를 차고 운동을 하면 왠지 모를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다. 손목도 불편하고 마음도 불편하다. 정장을 입고 농구를 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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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뿐만 아니라 워치 페이스 디자인도 적합하지 않다. 갤럭시 워치에는 퀄리티 좋은 워치 페이스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스포츠용으로 제작된 워치페이스는 워치4 클래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분침이 나오는 아날로그 워치 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적용할 만한 것이 없다. 워치 페이스를 바꾸는 게 스마트워치의 또 다른 재미인데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디자인에 대한 의견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위아래에 있는 비교 이미지를 보고 각자 판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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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4 클래식이 스포츠용으로 불편하다는 불만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애초에 그런 용도 출시된 스마트워치가 아니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운동용, 드레스워치용으로 스마트워치를 두 개씩 사지 않는다. 하나만 사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용이 아쉽다는 점’은 단점이다. 워치4와 워치4 클래식의 가격 차이가 미미하다면 수용할 수 있겠지만, 워치4 클래식은 워치4보다 10만 원 더 비싸지 않나. 운동을 조금이라도 할 사람들이라면 워치4 클래식이 아닌 워치4를 사고 밴드 교체를 통해 클래식한 무드로 바꿔보는 걸 추천한다.


[4]
그 외 아쉬운 점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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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위치가 직관적이지 않다. 제품 오른쪽에 있는 두 개 버튼 중, 위쪽 버튼은 홈, 아래 버튼은 뒤로 가기다. 예전 갤럭시 워치 시리즈는 위쪽 버튼이 뒤로 가기, 아래 버튼이 홈이었다. 바뀐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는 것에 시간이 걸렸고, 사실 아직도 어색하다. 갤럭시 워치를 쓰다 보면 홈버튼 보다는 뒤로 가기 버튼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자주 쓰는 버튼을 위쪽에 배치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것도 나만 불편한가.

1400_retouched_-27[워치4 클래식 스포츠 스트랩을 연결한 모습. 손목과 시계 사이에 공간이 많이 남는다.]
1400_retouched_-29[갤럭시 액티브 1세대 스트랩을 연결한 모습. 케이스백이 튀어나와서 공간은 여전히 남는다.]

광학 심박 센서가 있는 케이스백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볼록 튀어나와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손목과 워치 사이에 어쩔 수 없는 틈이 생긴다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게다가 갤럭시 워치4 스포츠 스트랩은 구조적으로 손목을 완전히 감싸지 못한다. 러그 부분이 완전히 휘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부분은 워치4 클래식이 다음 시리즈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체지방 측정 기능은 천천히 넣어줘도 괜찮으니 디자인 완성도부터 높여주면 좋겠다.


그래서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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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구절절 단점을 늘어놓았지만, 워치4 클래식은 확실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만족하며 쓰는 사람도 분명 많을 거다. 나도 시계를 찰 때마다 생각한다. ‘참 디자인이 예쁘단 말이야’. 세상엔 10가지 단점을 가리는 1가지 장점이 있고, 10가지 장점을 가리는 1가지 단점도 있다. 장점과 단점의 개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 한 가지 특징이 본인에게 얼마나 유용하고, 필요하며, 치명적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갯수에 집착할 필요 없다.

어찌 보면 워치4 클래식은 어정쩡하게 타협하지 않고 클래식한 컨셉을 제대로 구현한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갤럭시 액티브를 떠나 워치4 클래식을 사용해보니 괜히 이름에 ‘클래식’ 들어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얕잡아본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액티브 유저 입장에서 봤을 때 기능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디자인에는 불만이 없다. 여러 스트랩과 어울리기 때문에 줄질을 하는 재미도 있고, 드레스워치로서 디자인도 훌륭하다. 단, 운동할 때도 쓸 생각으로 구매한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끝.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