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애플 M1 Pro의 비밀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제 놀라움이 조금 가라앉았을까요? 지난 19일 새벽 애플이 공개한 새 맥북 프로,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제 놀라움이 조금 가라앉았을까요? 지난 19일 새벽 애플이…

2021. 10. 25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제 놀라움이 조금 가라앉았을까요? 지난 19일 새벽 애플이 공개한 새 맥북 프로,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애플의 새 프로세서 M1 Pro, 그리고 M1 Max는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재미있고 놀랍다는 반응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눈에 띄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PC를 써 오고, 프로세서를 비롯한 반도체의 기술 발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한 입장에서 봐도 M1 Pro와 Max 칩은 그동안 알고 있던 프로세서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M1이 주었던 생각의 혼란이 이제 받아들여지나 싶었더니 애플은 그 이상의 것을 꺼내 보여줍니다.


M1 Pro는 어떻게 M1보다 빨라졌나요?

1400_Apple_MacBook-Pro_Photo-Edit_10182021

자, 현대의 컴퓨터가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처리 속도를 올리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처리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PC가 한창 인기를 누리던 2000년대 초, 중반까지 컴퓨터의 성능을 가리는 건 처리 속도였습니다. ‘몇 MHz로 작동하는 CPU’는 만져보지 않아도 컴퓨터의 성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아주 명확한 기준이었습니다.

MHz, 혹은 GHz처럼 주파수로 표기되는 이 값을 조금 더 깊이 설명하자면 모든 프로세서는 한 번의 신호 주기를 거치면서 데이터를 한 번씩 처리합니다. 1초에 100번의 주기로 작동하는 프로세서는 10번 처리하는 프로세서보다 10배 더 많은 일을 해치울 수 있겠죠. 1GHz짜리 프로세서는 0과 1을 1초에 10억 번 연산하는 겁니다. 이를 끌어올리면 아주 명확히 성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 작동 속도를 올리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더 높은 전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열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1400_1400_pentium4

인텔이 펜티엄4로 2GHz 벽을 돌파했던 게 2001년의 일인데 지금도 대부분의 칩들은 3GHz를 넘기지 않지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세서 업계는 다른 방향으로 성능 개선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처리할 수 있는 CPU 코어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빨리’에 한계가 오면서 ‘많이’로 바꾼 것이죠. 같은 수학 문제를 놓고 10분에 풀던 실력을 1분까지는 줄일 수 있었는데, 그 안쪽으로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 1분 만에 문제를 푸는 사람을 두 명으로 늘려서 2배로 많은 문제를 푸는 거죠. 문제 하나를 더 빨리 푸는 것과는 분명 결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람 수를 늘리면 그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아주 정직하게 높아지긴 합니다. 이게 바로 요즘 컴퓨터가 성능을 끌어올리는 두 번째 방법. ‘처리량’을 늘리는 것이지요.

1400_Apple_M1-Pro_performance-cores_diagram_facebook

M1 Pro/Max 프로세서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칩들의 고급형 모델은 10개 코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8개는 고성능을 내는 데에 맞춰져 있고, 나머지 2개는 아주 낮은 전력으로 가벼운 일들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1은 고성능 코어 4개, 저전력 코어 4개로 이루어져 있고요. 저전력 코어는 고성능 코어에 비해서 약 20% 정도의 성능을 낸다고 해요. 그만큼 칩 전체도 성능 차이가 있겠죠.

그러니까 고성능 코어의 성능을 100으로, 저전력 코어의 성능을 20으로 두고 두 칩의 CPU 성능을 비교해보면 M1 Pro/Max는 840, M1은 480이 됩니다. 약 1.75배의 수치죠. 애플도 CPU의 성능이 70% 정도 높아졌다고 밝힌 것을 보면 프로세서 코어 하나하나의 구조는 M1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더 빠르게 작동하는 칩을 더 많이 넣어서 전체적인 성능을 높인 것이지요. 처리 속도도, 처리량도 늘린 셈입니다.


‘더 빨리’보다 ‘더 많이’

1400_comparison_M1s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는 애초 이 병렬 처리를 목적으로 나온 연산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3D 그래픽의 기본은 삼각뿔 모양의 폴리곤을 많이 만들고, 레고처럼 쌓아서 화면 속 사람이나 사물의 형태를 잡는 겁니다. 폴리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성능과 연결되는 것이죠. 원래는 이 일도 CPU가 맡아서 했는데, 아예 폴리곤을 잘 만드는 전문 일꾼들을 많이 모아서 외주 업무를 맡기는 게 기존의 GPU의 방향성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엔비디아나 AMD의 방식이지요.

애플의 프로세서에 들어가 있는 GPU도 마찬가지입니다. M1에는 8개의 GPU 코어 덩어리가 합쳐져 있었지요. 그걸 M1 Pro에서는 16개로 딱 두 배를 늘린 겁니다. 그래픽을 비롯해 인공지능, 동영상 처리, 통계 연산 등 GPU가 게임 외에도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딱 2배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애플이 ‘2배의 그래픽 성능!’이라고 말하는 게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M1 Max는 이걸 다시 두 배로 늘립니다. 32개죠. 그러면 M1 Pro에 비해서 2배, M1에 비해서 4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없지만 이걸 64개, 128개로 늘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애플 칩 설계의 방향성은 자유롭게 그 코어의 수를 늘릴 수 있도록 구조를 짜 두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처리량을 늘리는 방법을 어렵게 이야기할 때 ‘스케일 아웃(Scale out)’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코어 하나하나의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스케일 업’이라고 하죠. M1과 M1 프로, M1 Max는 기본적으로 ‘스케일 아웃이 자유로운 설계’라고 말하면 어디가서 조금은 ‘아는 척’할 수 있을 거예요.


M2는 왜 없나요

1400_m1

M2는 왜 안 나왔냐는 질문도 있더군요. 아이폰,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시리즈 칩은 매년 숫자를 올리고, 올해도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나왔는데, M1 Pro/Max는 A14와 형제인 M1 구조를 따르는 것이 이상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는 매년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본 아키텍처를 바꾸는 것보다 M1의 구조와 배치를 통해서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 이후에 나올 M2와 M2 프로, M2 Max의 성능 향상폭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도 쉽겠죠. 물론 이 칩의 설계와 생산이 보기와 다르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쉽다고요?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A14에 비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좋아진 부분이 성능보다는 전력 효율성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이미 A14는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이는 것보다 ‘연비’를 높이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저도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3 프로의 배터리에 놀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뜯어보면 그 중심을 이루는 코어의 기본 설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화보다 개선에 가까운 것이지요.

A15 기반의 설계를 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M2에 대한 기대는 더 큰 폭의 성능 향상을 보이는 기본 설계가 크게 바뀌었을 때로 미뤄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내다보면 애플 프로세서의 기본 설계도를 만드는 ARM이 새 기술을 내놓는 데에 걸리는 주기와도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요.

1400_Apple_MacBook-Pro_14-16-inch_10182021

아직은 애플이 부리는 M1의 마법이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27인치 아이맥, 아이맥 프로, 그리고 애플의 최고 워크스테이션인 맥 프로지요.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맥 프로는 지금 나온 제품들과 완전히 다른 성능과 확장성이 요구됩니다. 애플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큰 관심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또 그에 맞춘 새로운 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애플은 2년 내에 모든 맥을 자체 실리콘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게 내년 6월입니다. 아마도 2022년 WWDC의 무대에서 그 마지막을 공개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M2에 대한 기대는 그 뒤로 미루어 두어도 늦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M2가 나올까’ 망설이느라 새 맥이 필요한데 불편을 감수하면서 미루고 계시나요? 제가 종종 드리는 이야기지만 신제품과 지금 살 수 있는 제품의 성능 차이는 엄청나게 크지 않습니다. 확실히 필요하다면 빨리 새 기기를 구입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새 프로세서는 분명히 더 좋겠지만 그게 지금의 내 시간과 기다림을 보상해주지는 않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실 M1 Pro/Max를 쓴 맥북 프로를 어떻게 고르고, 또 이제까지 나온 M1 맥을 살지 말지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About Author
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