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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변절자를 이해하는 법, 지프 레니게이드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들은 묘하게 친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뵙고 싶은데, ‘엇’ 하는 사이에...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들은 묘하게 친한…

2021. 09. 09

안녕하세요! 더파크 정우성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들은 묘하게 친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뵙고 싶은데, ‘엇’ 하는 사이에 한 달을 보내곤 합니다. 이제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죠.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요.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고, 캠핑을 떠나고 싶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차가 있으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죠. 자동차는 확실히 자유와 닿아 있습니다. 원하는 시기,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편리하고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소비재가 자동차 말고 또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차는 여기에 한 가지 자유를 더 선사합니다.

이 차가 있으면 오프로드에서도 별 문제가 없을 거예요. 시골길을 달리다가 ‘어라… 여기가 아닌가’ 싶을 때도 당황할 필요가 없죠. ‘더 이상 들어가면 차가 망가질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어도 괜찮아요. 아마 버텨낼 겁니다. 이 차는 지프니까요.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진골 SUV의 혈통을 제대로 이어받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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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레니게이드는 SUV의 명가 지프에서 만든 콤팩트 SUV입니다. 도심형 SUV라고도 하고요.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장르로 구분해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자동차 장르 구분이 워낙 많아져서요. 저는 그냥 지프 레니게이드라고 담백하게 부르고 싶습니다. 어떤 장르에 정확히 속한다고 하기에도 좀 모호하거든요.

지프에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차의 이름을 레니게이드(Renegade)라고 지은 것 같습니다. 레니게이드는 ‘변절자’라는 뜻이에요. 같은 이름의 드라마도 있었죠?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아주 짙은 남성성, 커스텀 바이크와 노골적인 석양, 긴 머리와 긴 다리와 근육질과… 90년대 감성이 물씬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약혼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주중이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경찰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변절자라고 할 수 있겠죠.

지프 레니게이드는 도시에서도 귀엽게 어울리고 오프로드에서도 당당한 SUV입니다. 지프를 대표하는 모델 랭글러의 입장에서는 변절자라고 할 수도 있겠죠. 같이 오프로드에서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세련된 도시에 녹아드는 SUV가 바로 레니게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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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두 눈, 다부지면서도 부드러운 익스테리어, 실용과 패션을 넘나드는 디자인까지. 지프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도 유난히 여성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체구가 적당해서 운전이 편하죠. 세단보다는 시야가 높으니까 위축될 일도 없을 겁니다. 어쩐지 나를 보호해줄 것 같은 느낌의 체형도 든든하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느낌도 듬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살 때 고려하는 아주 평범한 조건들이 있죠? 넓은 공간, 고급함, 정숙성, 편의성과 감성품질 같은 조건들. 바로 그런 조건들이 중요한 분들이라면 이 차가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레니게이드는 좀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2,360cc 가솔린 엔진이 꽤나 걸쭉한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거든요.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튀어나가는 그 감각을 꼭 필요로 하시거나 좋아하시는 분도 지프 레니게이드는 좀 안 맞는 차일 수 있어요. 레니게이드의 가속은 묵직하거든요. 진득하니 속도를 올리고 일단 올라간 후에는 탄력이 느껴지는 감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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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볼까요? 미래적인 감각과 세련미를 원하는 분들이 레니게이드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면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뭐랄까, 좀 투박해요. 버튼은 큼직큼직하고 모니터는 크지 않죠. 인터페이스도 좀 오래된 느낌이 들어요. 미국차 브랜드가 이런 면을 잘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지프는 그 중에서도 좀 유난히 고집이 센 편입니다.

자, 이제 이런 면면들을 레니게이드의 정체성과 함께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 과정에서 레니게이드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하나 깨질 수도 있어요. 좀 흥미로우실 겁니다.

일단, 레니게이드 같은 차들은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확 튀어나가면 안 됩니다. 큰일나요. 이 차는 오프로더입니다. 그것도 꽤나 본격적인 오프로더죠. 현대 싼타페나 쏘렌토, 셀토스나 코나 같은 ‘도심형’ SUV와는 아주 궤를 달리 하는 정통 오프로더입니다. 무늬만 그런 거 아니고, 걸출한 실력을 갖춘 차예요.

지프라는 브랜드가 이 차의 실력을 보장합니다. 지프에도 다양한 라인업이 있지만, 지프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체성이 바로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자격입니다. 몇몇 자료 사진들만 찾아봐도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웬만한 오프로드는 레니게이드가 살랑살랑 정복해 버립니다. 조금 더 자세히, 더파크 영상에도 담아 놓았어요.

이 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 지프가 초대한 공식 시승행사에서는 경기도에 있는 어떤 사유지를 달렸거든요? 그야말로 임도였어요. 생각보다 험하고, 아까 언급했던 도심형 SUV들은 언감생심 오를 엄두도 내선 안 되는 그런 길이었죠. 하지만 레니게이드에게 그런 길은 마냥 놀이터였습니다. 이 차의 모든 감각이 그 길에서 깨어나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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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라면, 가속페달에서 엔진을 거쳐 바퀴로 이어지는 그 힘의 감각이 최대한 부드러워야 합니다. 발의 힘과 바퀴가 돌아가는 감각이 최대한 조심스러워야 해요. 모래, 바위, 진흙, 강바닥을 지치고 달려야 하는 순간에 갑자기 힘이 ‘팍’ 하고 가해지면 바로 미끄러지고 말 겁니다. 바퀴와 바닥 사이의 마찰력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부드럽게 치고 나가려면 그 힘을 아주 섬세하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 레니게이드의 주행 감성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이 차가 오프로더이고, 오프로드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의 버튼들이 큼직큼직하고 투박한 것도 오프로더의 특징입니다. 조작감이 확실하고 튼튼한 데는 역시 터치 스크린보다는 물리버튼의 정확함이 어울리니까요. 게다가 장갑을 끼고 있거나 흔들흔들하는 주행 중에 조작할 일이 있을 때도 역시 큼직한 물리버튼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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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의 실내에 짙은 플라스틱과 고무가 고루 쓰인 것도 마찬가지예요. 혹시 차 안으로 흙탕물이 튀었거나 외부의 오염물질이 치고 들어왔을 경우, 물로 빠르고 편리하게 씻어내기 위한 디테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 차의 안팎을 뜯어보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어요. 지프의 80년 역사부터 최초의 모델과 2차 세계대전, 지프의 상징과 라인업들, 레니게이드라는 독특한 정체성과 인기에 대해서도요. 아, 지프가 1946년에 세계 최초의 SUV를 만든 회사라는 것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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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레니게이드는 총 1,411대가 팔렸습니다. 지프의 전체 판매량이 4,793대였어요. 판매량의 무려 30퍼센트를 레니게이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저는 사실 좀 놀랐어요. 이런 성격의 차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귀엽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듬직한 매력, 다른 어떤 차와도 같지 않은 캐릭터가 그대로 장점으로 작용한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차가 있습니다. 두루두루 편리하고 무난한 매력으로 큰 시장을 공략하는 차도 있고, 지프 레니게이드처럼 뾰족하고 유일한 정체성으로 한 번 꽂힌 사람은 다른 곳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차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레니게이드처럼 개성 강한 차들이 조화롭게 다양할 수 있는 시장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저도 그런 차를 참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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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의 여러 특성이 누군가에게는 참기 힘든 단점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꺼이 선택한 오너들에게, 레니게이드의 성격을 이해하는 누군가에게, 이미 이 차와 친구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기특하고 걸출한 성능과 성격일 거예요.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레니게이드 오너가 계신다면 이 좋은 가을날, 가까운 곳의 오프로드라도 달려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길이 아닌 곳에서 평소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자유와 해방감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레니게이드가 권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맘껏 누리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도시생활을 향해 단 하루라도, 기꺼이 ‘변절자’가 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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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정우성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 공동체 '더파크' 대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니카, 나무를 좋아합니다. 요가 에세이 '단정한 실패'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