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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파티를 부탁해

“우리도 송년회 할까?” 사실은 프로젝터 리뷰를 해보려는 참이었다. 내가 리뷰해본 어떤 프로젝터보다 크고, 비싼 모델이라 어떻게 써 먹어야 잘 써...
“우리도 송년회 할까?” 사실은 프로젝터 리뷰를 해보려는 참이었다. 내가 리뷰해본 어떤 프로젝터보다…

2016. 12. 23

“우리도 송년회 할까?”

사실은 프로젝터 리뷰를 해보려는 참이었다. 내가 리뷰해본 어떤 프로젝터보다 크고, 비싼 모델이라 어떻게 써 먹어야 잘 써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궁리하고 있었다. 이걸로 영화만 보기엔 시시하고, 우리만의 이벤트가 필요할 것 같았다. 때마침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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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았던 디에디트 두 여자가 2016년과 작별하기 위해 송년회 겸 연말 파티를 열었다. 물론 둘이서. 아껴놨던 한정판 맥주도 가져오고, 귀여운 컵케익도 사 왔다.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쪼르르 놓으니 제법 파티 분위기가 난다. 여기에 머리에 주책맞은 머리띠 하나씩 쓰고 나니 절로 흥이 오른다.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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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인공은 프로젝터다. 오늘 파티에서 리뷰할 제품은 엡손 EH-TW6700W. 최대 300인치의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엄청난 프로젝터다. 엡손 특유의 뽀얀 화이트 컬러 바디가 예쁘다. 여태까지 내가 써본 프로젝터들은 대부분 작고 가벼운 휴대용 프로젝터였다. 손바닥만 한 제품도 있었고, 캠핑장같은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쓸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자그마한 제품들은 대부분 날 실망시켰다는 점이다.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환경이 아니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고, 제품도 작은데 소음이 심해서 정신 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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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TW6700W는 정 반대다. 휴대용 프로젝터는 아니지만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콤팩트한 편이라 배치가 쉽다. 렌즈캡을 벗겨내고 전원을 켜니 신비로운 빛이 쏟아진다. 뭔가 되게 좋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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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프로젝터 설정 화면이 뜬 것 뿐인데, 나와 에디터M 모두 놀랐다. 날이 흐리긴 했지만, 대낮이었다. 창문이 사방으로 뚫려있어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블라인드도 치지 않았는데 벽에 투사되는 화면이 저렇게 선명하다니. 3000루멘의 밝기라고 스펙을 알고 있긴 했는데, 직접 보니 더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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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화면 크기를 설정해보자. 굉장히 쉽다. 렌즈를 돌리면서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확실히 스크린이 커지니 더 몰입감이 높다. 바로 앞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고 있으면 압도 당하는 느낌이다. 프로젝터를 쓸 때 벽 앞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걱정 했는데, 그래도 100인치 이상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1.6배 줌렌즈를 써서 295cm~478cm까지 떨어져도 100인치 화면 크기를 투사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엡손 홈페이지에서 ‘프로젝터 거리계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으면, 제품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화면 크기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연말 모임을 계획했을 때 프로젝터를 설치할 공간의 크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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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디 에디트의 한 해를 정리하는 행사를 시작한다. 우리 웹사이트의 시그니처 컬러인 오렌지 바탕으로 키노트를 만들어 왔는데, 프로젝터로 쏴서 봐도 색감이 그대로 선명하고 밝게 표현됐다. 마음에 든다. 글씨를 살펴봐도, 상당히 선명한 화질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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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태까지 봤던 어떤 프로젝터보다 깨끗한 이미지다. 콘트라스트가 높고 풀HD 해상도를 지원해서 밝고 생생한 화면을 만들어준다고. 올 한 해 함께 찍었던 사진을 타일 형태로 배치해서 만들어본 화면인데, 이렇게 보니까 2016년의 고난과 행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큰 화면으로 보니까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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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업무 평가 화면은 지루할 것 같으니 넘기고, 디에디트 두 에디터들의 새해 소망만 보여드리겠다. 나는 일단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1월 1일 부터. 그 전에 먹어야 할 것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하다. 새해에는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지. 그리고 내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USB 타입C 단자만 있는 노트북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다들 나와 함께 고통받았으면… 영상 편집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나의 구슬픈 바람과 디에디트의 나아갈 방향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내 발표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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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에디터M의 새해 소망이다. 어머, 맞춘 것도 아닌데 여기도 1번이 다이어트다. 내년부터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가계부를 쓰겠다는 야심찬 꿈도 꾸고 있다. 내가 예언하는데 실패할 것이다. 주량을 늘리겠다는 이상한 목표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자담배로 갈아 타겠다는 다짐이다. 에디터M은 전자담배를 늘 ‘세미금연’이라고 부른다. 아니 그냥 끊으면 끊는거지… 뭐, 어쨌든 의미있는 발표였다. 이모지도 사용해서 귀엽게 만들었는데, 저런 작은 아이콘 하나하나의 디테일도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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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를 설치한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화면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다. 제품 앞쪽에 있는 버튼을 돌리면 각각 수직과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수직 60%, 수평 24%로 이동 범위가 넓다는 것은 큰 장점. 우리 눈높이에 맞게 화면을 조금 더 위로 올리고 나니 보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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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맥주와 치킨을 뜯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동안은 프로젝터를 무드등처럼 활용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크리스마스 조명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으니 분위기가 산다. 이미지 속 따뜻한 색감이나 명암이 잘 표현돼서 마치 실물 조명을 켜놓은 것 같다.

TV 화면으론 연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프로젝터는 화면 옆에서 봐도 시야각의 문제 없이 똑같이 색감과 화질이 표현되는 점도 특징이다. 우리는 둘 만의 행사였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프로젝터가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무데서나 화면을 봐도 몰입감을 해치지 않으니 말이다.

셋탑박스만 있으면 손쉽게 10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으로 TV 시청도 가능하다. 굳이 덩치 크고 비싼 TV가 필요 없이, 대형인치의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게 프로젝터의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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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마리를 먹어치우고 뭘할까 고민하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나 한 편 보기로 했다.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내가 10년 전에 즐겨 보던 ‘길모어 걸스’라는 미드의 새로운 시즌이 공개됐다. 초콜릿 까먹는 느낌으로 한 편씩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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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봐도 마찬가지로 선명한 화질을 느낄 수 있다. 큰 화면으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수다떠는 재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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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의 매력에 푹 빠진 에디터M이 다음엔 우리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보자고 조르더라. 그래서 다음 날엔 프로젝터를 이고 지고 끙끙대며 스튜디오에 옮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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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하얀 벽인 호리존 스튜디오라 프로젝터를 쏘기엔 최적의 장소다. 촬영용 조명이 많아서, 조명을 절반만 켜놔도 눈부시게 밝은 공간이기도 하다. EH-TW6700W에는 주변광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컬러 모드를 선택해주는 기능이 있다. 주변 조명이 어두워질수록 더 깊이있는 색감의 시네마 모드가 된다. 조명을 하나하나 줄여가며 비교도 해보았다. 컬러 모드를 자동 최적화하는 기능도 신기하지만, 스튜디오의 밝은 조명 속에서도 화면속 컬러와 디테일이 선명하게 표현되는 다이나믹 모드가 제일 신기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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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완전히 어두운 곳에서 보니 훨씬 근사한 화면이다. 정말 우리만의 영화관이 된 것 같다. 이름하야 <디-에디트 심야 극장>. 여러분 모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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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스튜디오에서 커다란 화면을 마주모고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틀었다. 사실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우리 둘의 취향이 너무 안 맞아서 박터지게 논쟁하다가 둘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기로 합의한 것. 심야식당은 오프닝 음악이 너무 좋다. 조용한 곳에서 영상에 집중하고 있으려니, 새삼 사운드가 상당히 좋더라. 외부 스피커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본체에 있는 스피커가 굉장히 박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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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좌우에 두 개의 10W 스트레오 스피커가 탑재돼 있다. 소리가 풍부하고 볼륨도 상당하다. 어지간한 환경이라면 따로 스피커와 연결하지 않아도 되겠다. 과연, 좋기는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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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심야식당 한 편을 보는데, 정말 편하더라.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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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써먹어 봤으니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을 설명할 차례다. 지저분한 케이블 연결 없이 무선으로 풀 HD 해상도의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Wireless HD 기능을 지원한다. 연말 홈파티에 프로젝터를 설치해도 복잡한 케이블이 파티 인테리어를 해치는 일이 없어서 좋다. 보기에도 좋지만, 쓸 때도 상당히 편하다. 사용도 쉽다. 무선 연결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하고, 리모콘에서 프로젝터 모드를 무선으로 바꿔주면 된다. iProjection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리모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소음이 없다는 것. 본체 자체가 커서 소음도 걱정했는데, 놀라울 만큼 정숙하다. 내가 그간 써봤던 프로젝트들은 왜 그렇게 서럽게 웅웅댔던 걸까. 공기 흡입구과 옆면과 앞면에 있어서 프로젝터 뒷편에는 여유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공간이 협소할 때도 벽에 붙여서 배치해둘 수 있으니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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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PC, DVD, USB 메모리, 카메라 등 어지간한 기기와는 다 연결할 수 있다. 나중엔 콘솔 게임기와 연결해 대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봐도 좋겠다. VR을 착용한 것 같은 몰입감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M이 매주 이렇게 프로젝터를 설치해놓고 영화 한 편씩 보면 좋겠다고 재잘댄다. 이걸로 라라랜드를 다시 보고 싶다면서.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이 어여쁜 리뷰 제품과 곧 작별해야하는 걸. 바이바이. 즐거운 2016년이고, 즐거운 리뷰였다. 리뷰를 핑계로 멋진 화면 앞에서 마음 촉촉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도 즐거운 모습으로 만나자.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