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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서울 카페 3

안녕. 맛있는 커피를 찾으러 다니는 데 한창인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요즘은 소위 ‘북유럽 스타일 커피’에 관심이 간다. 북유럽 스타일 커피라는...
안녕. 맛있는 커피를 찾으러 다니는 데 한창인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요즘은 소위…

2021. 09. 02

안녕. 맛있는 커피를 찾으러 다니는 데 한창인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요즘은 소위 ‘북유럽 스타일 커피’에 관심이 간다. 북유럽 스타일 커피라는 게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흔히 노르딕 스타일이라 하면 커피를 가볍고 약하게 볶아 생두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방식을 말한다. 커피는 과일이다. 과일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단맛, 신맛, 쓴맛 등을 다 머금고 있다. 열매가 가진 특성은 재배되는 토양과 기후, 가공 방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그 다른 개성과 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재료 본연에 맞게 섬세하게 로스팅하는 게 중요하다.

아니 그래서 어딜 가면 그런 커피를 맛볼 수 있냐고? 다행히 북유럽까지는 안 가도 된다. 아래 소개하는 서울의 카페들에서 노르딕 스타일 커피를 만나보자. 북유럽 커피 문화를 간접 경험해보며 풍부한 향미를 가진 다양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1]
올웨이즈어거스트 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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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가장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드롭 커피’를 망원동에서 만나보자. 드롭 커피는 2009년 시작된 스톡홀름 기반의 로스터리로 커피 생두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끌어내는 로스팅을 추구한다. 한국에서는 ‘올웨이스트어거스트 로스터스’가 공식 디스트리뷰터를 맡고 있다. 드롭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카페는 이곳이 유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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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어거스트는 경북 경산의 한 부부가 시작한 카페다. 그리고 올해 2월 두 번째 가게를 망원동에 열었다. 이곳은 ‘내 취향의 커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편안한 동네 카페’를 지향한다. 시그니처, 스페셜 커피 같은 독특한 메뉴가 두드러지지 않고, 손님이 원래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와 음료를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랄까. 망원동 주변 동네와 어우러지는 로컬 카페를 추구하는 만큼 단골 손님층도 탄탄한 편이다. 원두는 드롭 커피의 싱글 오리진 원두와 함께 자체 로스팅한 블렌딩 원두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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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커피를 마시려면 핸드드립 혹은 에스프레소 베이스 중에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선택하면 된다. 내가 이날 먹은 건 ‘코스타리카 돈 마요’. “캐러멜 아로마 베이스의 구조감이 좋은 원두”라고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내가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맛을 구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풍부한 향미와 실키한 질감이 훌륭한 커피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산미가 세거나 과일 맛이 과하게 느껴지는 커피를 낯설어하는 분들도 시도해보기 무리 없을 것 같다.

참고로 테이크아웃하면 1,500원을 할인해주고, 텀블러를 가져오면 2,000원이나 할인해준다(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 라떼는 5,000원).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험하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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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커피 맛보다 예쁜 공간이 더 중요한데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일단 들어와 보자. 나무 소재가 주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만족할 거다. 빈티지 나무 가구와 창문틀, 아이보리 톤으로 미장된 흙벽, 곳곳을 채우는 식물까지, 덕분에 오래 머물러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거기에 직접 제작한 철제 선반이나 화병을 비롯한 각종 오브제가 유니크한 매력을 더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의도, 이만하면 적중했다고 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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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어거스트 로스터스 AlwaysAu8ust Roasters

  •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6길 19 1층 일부
  • 영업시간 수-일 12:00-21:00 (월-화 휴무) 거리두기 4단계 기준
  • 인스타그램 @alwaysau8ust

[2]
에디션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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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위치한 작은 덴마크를 소개한다. 에디션덴마크는 식음료와 리빙 제품을 중심으로 덴마크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브랜드다. 까다롭게 고른 덴마크 제품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단순하고, 지속 가능하고, 최상의 품질을 가진 것. 대체 어떤 제품일지 궁금하다면 함께 당장 에디션덴마크로 달려가 보자(웹사이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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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드롭 커피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커피 콜렉티브’가 있다. “책임감 있는 방법으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선하고 깨끗한 커피 로스팅을 추구하는 코펜하겐 기반의 로스터리다. 에디션덴마크는 커피 콜렉티브의 공식 수입원으로 싱글 오리진 원두를 판매하고 쇼룸에서는 직접 필터 커피로 제공한다.

감사히 내어주신 파나마 게이샤도, 두 번째 커피로 주문한 케냐 키앙고이도 훌륭했다. 두 종류 모두 기본적으로 깔끔한 타입이다. 달콤한 과일 맛과 산뜻한 꽃향이 어우러져 따뜻하게 마시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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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한잔하면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주택의 차고지로 쓰였던 공간을 개조했다고 하는데 작은 면적에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전면부 창과 바 구역 천창을 통해 볕이 잘 들어 밝고 아늑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공간 곳곳에 눈길을 끄는 컬러풀한 제품들.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는 이상 긴 시간 머물러도 편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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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외에도 여러 종류의 제품이 있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차 브랜드이자 덴마크 왕실의 공식 조달 업체인 ‘A.C. 퍼치스 티핸들’의 차 종류. 그중에서도 ‘화이트 템플’을 권하고 싶다. 깔끔한 맛의 고급 백차에 이국적인 열대 과일을 블렌딩해 화사하고 달콤한 맛이 기분 좋게 전해진다. 쇼룸 에디터분께서 능숙하게 영업하신 탓에 결국 지인 선물로 하나 구입하고 나왔다. 그 밖에도 덴마크 로모섬의 계절별 스페셜티 꿀을 선보이는 ‘대니시비키퍼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력과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구 브랜드 ‘스카게락’도 여러분의 눈과 지갑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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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덴마크 EDITION DENMARK

  •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24 1층
  • 영업시간 수-일 12:00-18:00 (월-화 휴무)
  • 인스타그램 @editiondenmark

[3]
카페 플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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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플롬은 앞에 두 곳과는 좀 다른 케이스다. 북유럽 로스터리의 커피를 그대로 수입해오지 않는다. 대신 북유럽 스타일을 제대로 소화해서 표현한다. 이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북유럽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 좋은 거라고 해서 그대로 복제하고 이식하기보다는 국내 상황과 시장, 소비자 인식에 맞게 적절하게 구현하도록 노력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커피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면서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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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직접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제공한다. 생두가 가진 개별적인 특성들을 잘 끌어내는데 신경 쓰며, 커피 열매도 제철이 있는 만큼 그 시즌에 가장 상태 좋고 맛있는 것들로 선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주기적으로 라인업이 바뀔 수밖에 없겠지? 가끔 상황에 따라 게스트 빈(guest bean)으로 북유럽 로스터리의 원두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지금까지 노르웨이의 ‘푸글렌’이나 스웨덴의 ‘코피 로스터스’ 등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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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티오피아 비르투칸 & 부투 내추럴’이라는 긴 이름의 커피를 마셨다. 딸기와 꽃향의 노트를 가진 커피. 아, 정말 내 취향이었다. 한 모금 마시면 바로 기분 좋아지는 향긋한 딸기 뉘앙스의 단맛과 입에 텁텁하게 남지 않는 깔끔한 후미가 좋았다. 여러 잔 마시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카다멈 번’이라는 다소 생소한 디저트도 꼭 맛보길 추천. 카다멈이라는 생강과 향신료를 시나몬 등과 함께 넣어 구운 번인데, 이게 실제 북유럽 카페들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라고 한다. 처음엔 향이 강하지 않을까 갸우뚱했는데 은은하게 올라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무엇보다 밝고 산미 있는 따뜻한 커피와의 궁합이 최고. 제대로 북유럽 느낌 내고 왔다 소리 들으려면 꼭 같이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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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느낌 나는 건 커피와 디저트뿐만이 아니다. 공간 인테리어나 매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제품들도 북유럽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세심하게 구성돼 있다. 실제로 다녔던 곳들 중 좋았던 카페 혹은 인터넷 자료들을 참고해 직접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진행했다고. 나무 소재 가구와 초록 식물들 같은 자연적인 소재가 중심이 되고 채광도 좋아 전반적으로 밝고 건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공간이 큰 규모는 아님에도 좌석과 바 공간을 분리하지 않아 답답하지 않다는 게 특징. 벽이 없다 보니 바리스타와 손님 간의 자연스러운 스몰 토크도 가능하다. 커피 내용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거. 커피에 진심인 단골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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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플롬 KAFFE FLÅM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8길 33 201호
  • 영업시간 화-일 12:00-20:00 (월 휴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간)
  • 인스타그램 @kaffe_flam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