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아시아를 품는 맛, 타이거 맥주

안녕, 최근에 이사한 에디터B다. 핫플레이스와 가까운 동네를 떠나 한적한 베드타운에 살아보니 불편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슬세권에 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
안녕, 최근에 이사한 에디터B다. 핫플레이스와 가까운 동네를 떠나 한적한 베드타운에 살아보니 불편한 게…

2021. 08. 20

안녕, 최근에 이사한 에디터B다. 핫플레이스와 가까운 동네를 떠나 한적한 베드타운에 살아보니 불편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슬세권에 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 슬리퍼 신고 가볍게 갈 수 있는 식당이 정말 적다. 몇 개 있는 건 거의 한식당이다. 라멘, 파스타, 카레, 평양냉면을 파는 곳은 집 근처에 없고, 5분 거리에 카페는 하나뿐이다. 10분 정도 열심히 걸어가면 번화가가 나오긴 하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가야 한다. 그럴 때면 절대 반지를 버리기 위해 운명의 산을 오르는 프로도가 된 기분이다. 닭강정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손 무겁게 들고 돌아오는 어느 날 저녁, 나는 깨달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밀키트를 먹는구나! 

그날 저녁 밀키트로 냉장고를 가득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맥주도 꼭 필요하겠지. 입추와 처서를 지나 조금씩 무더위가 꺾이는 요즘이야말로 맥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아마 조선 시대에도 맥주가 있었다면 24절기 중 하나로 맥주 마시는 날 같은 절기를 하나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날은 더워도 가끔 부는 바람이 기분 좋게 시원하다. 오늘은 그런 날씨에 맞춰 타이거 맥주와 네 가지 아시안 푸드 밀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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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타이거 맥주는 청량감이 강한 라거 맥주로 싱가포르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아시아 맥주 브랜드 중에서는 수출량 1위(2019년 글로벌 데이터 기준)라고 하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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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쌉싸름한 에일 맥주가 겨울의 맥주라면, 여름의 맥주는 단연 라거다. 라거 한 모금이면 캬 소리가 절로 난다. 요즘 편의점에 가면 신상 맥주가 거의 매일 출시되는데 잘 보면 대부분 에일 아니면 바이젠이다.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음식과의 페어링을 생각하면 에일보다는 라거가 더 어울린다는 점이다. 에일은 그 자체의 맛이 강해서 음식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본인이 돋보이는 맥주인 반면, 라거는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웬만한 음식과 만나도 잘 어울리는 맥주다.

타이거 맥주는 최근에 ‘맛에 + 맛을 더하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아시안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맥주라고 열심히 알리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 말이 사실인지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의 음식과 페어링해서 먹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이거 맥주는 생각보다 더 괜찮은 맥주였다. 리뷰를 위해 네 가지 음식을 먹으며 타이거 맥주를 홀짝홀짝 마셨는데, 확실히 음식 맛을 잘 살려주더라. 자 그럼 타이거 맥주에 밀키트를 곁들인 리뷰를 시작한다.


#일식
금산제면소 
탄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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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제면소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정창욱 셰프가 운영하는 유명한 탄탄멘 전문점이다. 미셀린 가이드 빕 그루망에 선정된 식당이기도 하다. 셰프가 워낙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다 보니 궁금해서라도 꼭 한 번은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몇 달 전에 마켓컬리에서 주문해서 먹어봤었다. 그땐 레시피대로 하지 않아서 평범하게 느껴졌는데, 시키는 대로 조리한 이번에는 확실히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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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면발 상태가 아주 좋았다. 레시피를 참고하지 않고 대충 요리했을 때와 시키는 대로 충실히 따라한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밀키트로 요리를 하고 난 후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을 한 적이 있다면 과연 나는 그때 레시피에 충실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산제면소 밀키트에서는 생면을 미리 해동시킬 것과 정해진 시간 동안 삶을 것을 권한다. 그 말 그대로 들어야 탄탄멘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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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맛있네’라는 밀키트도 많은데, 금산제면소 밀키트는 그 이상이다. 식당에서 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사진 촬영을 하느라 요리를 완성하고 약간 시간이 지난 후 먹게 되었는데, 그래도 면이 퍼지지 않았다. 양도 많았다. 1인분 양이라고 적혀 있지만 체감상 1.5인분 정도는 되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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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제면소의 탄탄멘은 땅콩의 고소한 맛, 고추의 매운맛에 얼얼한 마라까지 느낄 수 있는 요리다. 자기주장이 강한 맛들끼리 섞여 있는데, 탄탄멘의 대척점에는 슴슴함의 대표주자 평양냉면 정도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탄탄멘과 타이거 맥주의 궁합은 좋았다. 금산제면소 탄탄멘의 맛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드러운 강렬함이다. 얼얼한 맛, 매운맛, 고소한 맛을 한꺼번에 느끼게 되는데 타이거 맥주는 청량한 맛과 진한 풍미의 탄탄멘이 맛과 맛의 시너지를 더하며 잘 어울리더라. 만약 이보다 맥주 맛이 조금 더 날카롭거나 강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탄탄멘을 한 젓가락 가득 먹고 맥주 한 잔을 마시니 강렬한 탄탄멘의 맛이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입 안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탄탄멘뿐만 아니라 맵거나 짠맛의 비빔면이라면 다 어울릴 거다. 가격은 7,900원으로 구매 링크는 여기.


#태국
쏭타이 팟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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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타이를 정말 좋아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때마다 팟타이를 먹은 적이 있을 정도로 팟타이를 좋아한다. 계란의 단백질, 숙주의 식이섬유, 쌀국수의 탄수화물이 이루는 영양학적인 완벽함에, 땅콩분태의 식감까지. 삼위일체란 팟타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지금 소개할 요리는 팟타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메뉴라고 보면 된다. 바로 팟싸완이다. 팟타이는 많이 들어봤지만 팟싸완이라는 요리는 처음 들어봤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팟싸완은 이태원의 태국 요리 맛집 쏭타이에서 파는 스페셜 메뉴로, 정체는 소고기가 들어가는 비프 팟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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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로 팟은 볶다, 싸완은 천국이라는 뜻이다. 천국을 볶다? 그게 무슨 뜻인가 싶겠지만 그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참고로 팟타이는 태국을 볶는다는 뜻이다). 팟싸완이 팟타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소고기가 들어간다는 점.

쏭타이 팟싸완 밀키트는 사이즈도 크고, 구성품도 많다. 건새우, 숙주, 땅콩분태, 쌀국수 그리고 식용유와 날달걀까지 있어서 추가 재료 없이 밀키트에 포함된 재료만으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재료가 많이 들어있어서 요리 초보라면 겁이 덜컥 날 수 있지만(내가 그랬다) 한꺼번에 팬에 넣고 볶으면 끝나기 때문에 전혀 어려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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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리 과정에서 실수를 하긴 했다. 면을 너무 오래 불렸는데 맛있는 팟타이 소스가 작은 실수 정도는 커버해준다. 팟싸완을 맛본 에디터M은 근처에서 배달로 시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다고 평가를 할 정도였다. 표시된 양은 2인분이지만 3인이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푸짐하다. 사진 속 그릇에 담긴 양은 삼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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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맥주와의 궁합은 좋다. 어쩌면 이건 타이거 맥주만의 ‘트로피컬 라거링’ 양조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덥고 습한 싱가포르는 맥주를 양조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는데, 타이거 맥주는 양조 공정 때 온도를 최대한 낮추어서 청량한 맥주를 만드는 트로피컬 라거링 공법을 만든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맥주이기 때문에 비슷한 기후의 태국의 요리와도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팟싸완은 집에서 단둘이 해 먹기 좋은 음식이다. 요리 방법도 간단하고, 그럴싸하게 플레이팅 하기도 쉽다. 혼밥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면 오늘 소개할 밀키트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가격은 1만 5,900원으로 여기서 주문할 수 있다.


#한식
수퍼판 기름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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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떡볶이를 정말 좋아한다. 기름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서 혼자 통인시장과 서교동의 기름떡볶이 맛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석관동 떡볶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챙겨 먹는다. 그래서 세 번째 밀키트로 수퍼판의 기름떡볶이를 가지고 왔다. 수퍼판은 압구정역 부근에 위치한 퓨전 음식점으로 서리태 마스카포네치즈, 문어 아보카도 같은 퓨전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다. 그리고 기름떡볶이는 바로 수퍼판의 시그니처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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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조리 과정은 단순했다. 얼려진 양념을 약불로 볶고 불린 떡을 넣어서 같이 볶아주면 끝. 레시피를 보니 ‘불맛을 내고 싶으면 마지막에는 강불’로 하라고 적혀 있길래 그대로 따라 했더니 정말로 불맛이 나더라. 불 조절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레시피에 적혀 있으니 반드시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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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떡볶이의 세계는 고추장 떡볶이만큼이나 넓다. 아니, 오히려 더 다양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고추장 떡볶이는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 어떤 토핑을 넣는지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래도 고추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존재한다. 고추장 떡볶이를 규정하는 건 ‘고추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름떡볶이의 본질은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식이다. 어떤 재료를 넣어서 기름에 향을 입혀도 되기 때문에 고추장 떡볶이에 비해 맛이 더 드라마틱하게 다르다. 고추장 떡볶이가 상업 영화라면 기름떡볶이는 독립영화랄까. 수퍼판의 기름떡볶이는 고추가루의 매콤함과 파 향이 기름에 잘 배어있다. 그래서 고추장 제육볶음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한다. 매콤함이 강렬하지 않아서 밀떡의 쫄깃함을 즐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타이거 맥주와의 궁합은 어떨까. 기름떡볶이와 맥주를 페어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궁합이 정말 좋았다. 기름기가 있고 매콤한 음식이라면 타이거의 깔끔하고 청량한 맛과 다 잘 어울리는 듯하다. 싱가포르에서 온 맥주와 기름떡볶이의 만남이라, 이 조합 맛있다고 널리 소문내고 싶은 조합이다. 솔직히 양은 조금 아쉽다.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한 느낌. 1인 2봉을 권한다.


#중식
모던눌랑 동파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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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6년 전 광복절이었다. 친구에게 광복절 기념으로 고급스러운 중식을 먹어보자고 제안했다. 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들은 광복절을 기념해 그날만큼은 비싼 중국 음식으로 플렉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옛날부터 기념일과 낯선 요리를 페어링하기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착한 친구는 나의 기획에 기꺼이 동참해주었다. 그날 먹은 인생 첫 동파육의 맛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동파육은 두툼한 삼겹살에 간장, 생강,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요리다. 삼겹살을 삶았다가 구웠다가 조리는 지난한 과정을 지나 요리가 완성된다. 시간과 정성이 꽤 많이 들어가는 요리다.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는 동파육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날 예약하지 않으면 먹는 게 불가능하다고도 하더라. 물론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덜 맛있는 건 아니다. 밀키트로 출시한 모던눌랑의 동파육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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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눌랑은 1930년대 중국 상하이의 황금기를 콘셉트로 꾸민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모던눌랑의 동파육은 10분 정도면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데,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역시 레시피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급하게 전자레인지에 해동해선 안 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기를 녹여야 한다. 동파육의 핵심은 고기가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한가에 달려 있는데, 어설프게 해동을 하면 고기가 너무 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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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팁을 더 주자면, 청경채를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구글에 동파육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100장 중 99장의 사진에 청경채가 함께 있는 걸 볼 수 있다. 청경채는 단순한 보기 좋으라고 올리는 데코레이션이 아니라 함께 먹으면 훨씬 맛있는 영혼의 단짝이다.

젓가락으로 동파육 한 점을 집어 먹었다. 뭐랄까, 삼겹살에서 을지다방에서 먹은 쌍화탕 맛이 느껴졌다. 돼기고기의 부드러움은 식당에서 먹었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똑같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소스만큼은 못지않게 훌륭했다. 동파육을 1만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위에서 소개한 다른 밀키트도 그랬지만 맛이 강렬할수록 타이거 맥주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동파육의 소스 맛이 강해서 두 점 정도만 먹어도 맛이 반감될 수 있는데 맥주와 함께 먹으니 오히려 맛이 살아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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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맥주와 아시안 푸드의 페어링, 나는 그 결과를 사실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탄탄멘, 팟싸완, 동파육, 기름떡볶이처럼 자기주장이 강한 음식과 라거는 궁합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맛의 궁합만큼이나 중요한 건 멋의 궁합. 테이블에 놓인 아시안 푸드와 호랑이가 어흥하고 있는 타이거 맥주가 주는 미쟝센이 힙하다. 인파가 붐비는 핫플레이스에 마음껏 가는 게 꺼려지는 요즘, 타이거 맥주와 밀키트 페어링은 괜찮은 대안이 아닐까.

그리고 하루에 다섯 끼는 먹을 자신이 없어서 호족반의 양념갈비 세트를 먹지 못했는데, 타이거 맥주와 갈비의 궁합도 정말 좋을 거다. 갈비와 라거의 궁합은 34년 동안 체험하고 검증했다. 참고로 타이거 맥주는 캔 외에 케그 생맥주와 타이거 라들러 레몬/자몽도 있으니 여러 맛으로 냉장고에 구비해놓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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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돌아다녀야 할 계절인 여름 끝자락에 집콕을 하거나 3인 미만이 모여야 하는 건 안타깝고도 지루한 일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밀키트 공화국으로 만들었다는 게 아닐까. 이번주 주말에는 타이거 맥주와 아시안 푸드를 페어링하며 주말을 보내는 게 어떨까. 반드시 핫플레이스에 가야 힙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안전하고도 힙한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글에는 타이거 맥주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