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한적한 힙 플레이스를 찾아, 신촌과 홍대 사이

안녕, 힙하다는 동네는 맨날 찾아다니면서 정작 사람 많은 곳은 기피하는 INFP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최근에는 신촌과 홍대에 다녀왔다. 서울로 상경한...
안녕, 힙하다는 동네는 맨날 찾아다니면서 정작 사람 많은 곳은 기피하는 INFP 객원…

2021. 08. 16

안녕, 힙하다는 동네는 맨날 찾아다니면서 정작 사람 많은 곳은 기피하는 INFP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최근에는 신촌과 홍대에 다녀왔다. 서울로 상경한 이후, 재학 중이던 학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놀러가본 대학가. 맛과 멋과 흥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동네. 전성기는 진즉 지났다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새롭고 재밌는 공간을 찾아온 이들로 가득하다.

다만 나처럼 사람이 몰리는 번화가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신촌 유플렉스 앞이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쪽은 꽤나 버거울 터. 살짝 발걸음을 돌려 신촌역과 홍대입구역 사이, 경의선 책 거리 주변 공간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힙 플레이스는 가보고 싶지만 인파가 두려운 이들에게 추천한다. 맛도 분위기도 훌륭한 신촌과 홍대 사이 카페 & 음식점이다.


[1]
“밝고, 넓고, 그럼에도 힙한 카페를 찾는다면”
모리츠플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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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츠플라츠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카페다. 커피와 디저트는 당연하고 빈티지 가구에 여러 라이프스타일 제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층고가 높고 면적이 넓어 쾌적하게 머물 수 있다는 점. 주차도 가능한데 지하철역에서도 가깝다는 점. 좌석이 편안해 노트북 작업이나 소규모 회의에도 용이하다는 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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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하고 쾌적한 카페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힙하다는 둥, 뭔가 있어 보인다는 둥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우며 2-30분조차 머무르기 힘들게 만드는 카페들을 여럿 봐왔으니까. 모리츠플라츠는 볕이 잘 드는 큰 통창과 높은 층고 덕에 개방감이 좋고 1, 2층 공간 모두 밝고 아늑한 분위기가 유지돼 오래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거기에 각종 포스터와 아트북, 프래그런스, 빈티지 식기류 등의 제품도 마련돼 있어 감각적인 매장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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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도 꽤 많은 편이다. 물론 공간을 꽉 채우지 않고 여유 있게 배치돼 있어 사람이 제법 차더라도 지나치게 북적거리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테이블 높이와 넓이, 의자의 착석감도 대화하거나 작업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거.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단순히 편안한 좌석이라고 여기기엔 가구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허먼 밀러 임스 체어, 프리츠 한센 앤트 체어 등 그 유명한 미드 센추리 빈티지 가구로 가득하다. 특히 2층은 형형색색의 임스 체어로 채워져 있어 ‘아, 때깔 곱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상시 구매 가능한 제품도 있는 데다가 종종 팝업 행사도 진행하니 빈티지 가구 러버라면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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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디저트는 기본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려한 시그니쳐 음료보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푸어 오버 등의 베이직한 메뉴를 맛있게 제공하려 한다고. 디저트의 경우 함께 운영하는 1분 거리의 가게 ‘아카시아 과자점’에서 만드는 담백한 구움과자류를 선보인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리는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 위주로 메뉴가 구성된다.

내가 이날 먹은 건 애플 크럼블 케이크. 버터의 고소함과 사과의 달달함에 차가운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더해진다. 한 입 크게 떠먹으면 요즘 같은 무더위도 (아주 살짝) 용서되는 맛. 블렌드 원두로 내린 푸어 오버 커피와도 괜찮은 궁합을 자랑했으니 얼죽아 분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곁들여도 좋겠다.

모리츠플라츠 Moritzplatz

  •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74
  • 매일 12:00-22:00 (Last Order 21:30)
  • @moritzplatz_seoul

[2]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수제버거를 즐기고 싶다면”
니즈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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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전동 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 니즈버거. 수제버거 전문점인 이곳은 캐주얼한 동네 버거집을 지향한다. 언제라도 편안하게 머물다가 문을 나설 때 재방문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고. 때문에 공간 인테리어에 있어서 특정한 취향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고객 응대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게끔 처음 온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5년 차로 접어든 시점에도 초창기부터 꾸준히 와주는 단골 손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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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나 서비스를 떠나 음식점이라면 맛이 기본이다.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버거라면 환장하는 내가 올 때마다 만족하며 나갔던 곳이니까. 매일 아침 작업하는 신선한 패티를 베이스로 클래식한 버거부터 개성 강한 버거까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먼저 ‘피넛버터 버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고개를 저었다. 버거에 피넛버터? 무슨 말도 안 되는 조합을… 한 입 먹고 놀랐다. 이게 그 유명한 단짠단짠인가. 이 버거의 모티프가 된 피넛버터 샌드위치는 전설적인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최애 샌드위치로 유명하다고 한다. 고기 패티에 피넛버터, 치즈, 바나나, 메이플 시럽까지 얹어 먹었다나. 이를 딸기잼과 생양파 등의 요소를 적절히 추가하고 변형하며 니즈버거의 인기 메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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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 인기 메뉴는 따로 있다. 통통한 새우살 패티에 와사비 마요 소스를 바른 ‘쉬림프 버거’. 맨날 솔드아웃이라 한 번을 못 먹어본 메뉴다. 엄청 품이 많이 들어 정해진 수량만 판매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매장 오픈하면 얼마 안 돼 바로 동나버린다. 언젠가는 오픈 시간 전부터 기다려서 먹어볼 생각이다.

좀 더 ‘버거버거한’ 강렬한 맛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화이트 머쉬룸 버거’를 추천한다. 패티의 육즙과 화이트 치즈와 볶은 양파와 새송이버섯의 풍미가 한데 만나 폭발하는 극락의 맛. 개인적으로 니즈버거에서 가장 좋아하는 버거다. 쓰는 지금도 침이 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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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세심한 디테일들. 버거는 나올 때부터 컷팅 돼서 먹기 편하고, 공간 한 켠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를 마련해뒀다. 가뜩이나 바이러스로 불안한 시기에 이 정도면 훌륭한 메리트 아닌가. 버거라면 모름지기 두 손 가득 잡고 먹어야 하는 법. 손 깨끗이 씻고 걱정 없이 흡입하자.

니즈버거 NEEDS BURGER

  • 서울 마포구 서강로 9길 24-3번지 1층
  • 월-금 11:30-15:00, 토 11:30-20:00, 일 11:30-18:00(거리두기 4단계 한정)
  • @needs_burger

[3]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써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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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밋은 커피 로스팅 및 납품을 주력으로 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 노고산동 매장은 로스터리의 쇼룸 격이지만 커피에 대해 잘 몰라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편안한 카페가 되고자 한다. 이름 뒤에 붙이는 ‘culture 컬쳐’라는 표현처럼, 이 공간에 커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도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여러 시도들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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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컬러와 우드 톤으로 채워진 매장. 햇빛까지 잘 들어 밝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진다. 아담한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심플한 공간 구성에, 입구 쪽 초록 식물들이 생기를 더한다. 한 번 봐도 잊히지 않을 강렬한 인상은 아니다. 그치만 오히려 그 덕에 오래 앉아 있거나 여러 번 방문해도 불편하거나 질리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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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스페셜티 커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 좋은 커피를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하자는 방향성 아래 두 가지의 하우스 블렌드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여러 싱글 오리진 커피를 선보인다. 단순히 쓰고 진한 전형적인 커피 맛이 아닌, 커피라는 열매가 가진 풍부한 향미를 열린 마음으로 음미해보면 좋겠다. 그럼에도 아직은 산미가 있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커피에 거부감이 든다면? 걱정 말자.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쌉싸름한 맛의 ‘셰르파 블렌드’를 선택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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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필터 커피로 마시는 데 꽂혀 있다. 그래서 선택한 원두는 ‘볼리비아 알라시타스 게이샤 워시드’와 ‘콜롬비아 포토시 그랑하 내추럴’. 둘 다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콜롬비아는 처음 느껴보는 신박한 맛이었다. 내추럴 와인을 연상시킬 정도의 상큼한 플레이버가 ‘무슨 커피에서 이런 맛이 다 나냐’ 싶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니까. 한 번쯤 새로운 커피를 경험해보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커피에 곁들일 디저트는 파트너 ‘브레드 도우’가 맡는다. 케이크, 크로플, 소세지빵 등 다양한 메뉴 중 처음 보는 ‘얼그레이 티그레’를 먹어봤다. 티그레는 휘낭시에 반죽에 잘게 다진 다크 초콜릿을 넣어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키는 구움과자의 한 종류라고. 얼그레이 가나슈의 달콤한 맛을 기분 좋게 이어주는 아몬드와 버터의 풍미.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만 아니었어도 세 개는 먹었을 거다.

써밋 SUMMIT

  • 서울 마포구 신촌로14안길 11 엘루체 102호 SUMMIT
  • 월-목 11:00-20:00 토-일 12:00-21:00 (금 휴무)
  • @summit.culture

[4]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가 필요하다면
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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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외관이 눈길을 끄는 작은 가게. 수수밭은 남매가 운영하는 채식 지원 식당이다. 비건 식당, 채식주의자 식당도 아니고 채식 ‘지원’ 식당은 뭐냐고? 어려울 것 없다. 채식하는 사람과 채식하지 않는 사람 모두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니까. 비건 친구와 논-비건 친구가 손잡고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건강식 맛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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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이름이 수수밭일까? 이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장소가 사탕수수밭이어서. 먼저 가게를 시작한 누나 사장님이 한참 고민 많던 시절, 여행지에서 사탕수수밭을 구경 갔다가 그 자리에서 식당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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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소스밥, 바질 함박밥, 오리엔탈 연어 파스타 등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한 건강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깨끗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푸짐한 양의 식사를 내어준다. 내가 먹은 건 대표 메뉴이자 비건식인 콩소스밥. 된장찌개는 좋아해도 청국장은 안 좋아해서 혹시나 내 스타일이 아니면 어떨까 살짝 걱정했다. 근데 이게 웬걸, 청국장과도 된장찌개와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수제 콩소스에 볶은 버섯과 양파의 맛이 강렬한 감칠맛을 선사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일본식 카레가 연상되기도 했다. 양이 상당했음에도 너무 맛있어서 싹싹 비운 건 비밀. 다음에 오면 바질 함박밥을 꼭 먹어보고 싶다.

아담한 크기에 친근한 분위기로 가득한 매장 내부. 남동생 사장님의 유쾌한 사진이 구석구석 걸려 있다. 좌석은 ㄷ자 바가 키친을 둘러싼 형태다. 벽 쪽에 앉아 창 너머로 조용한 주변 골목을 구경하며 먹어도 좋겠다. 배달과 포장도 활발한 편이니 마포구에 사는 분들이라면 배달 앱을 확인해볼 것.

수수밭

  • 서울 마포구 신촌로12길 22 1층
  • 매일 11:30-21:00(4단계 거리두기 기간 중에는 배달/포장만 가능)
  • @dining_susup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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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