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커피 맛을 표현하는 방법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커피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혹은 커피는 무슨 맛일까? 전통적인 커피(스타벅스와 같은...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커피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2021. 08. 04

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커피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혹은 커피는 무슨 맛일까? 전통적인 커피(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쓴맛과 단맛의 강도로 표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발전과 더불어 커피의 맛을 표현하는 용어가 많아지고 있다. 향미와 산미, 바디, 밸런스와 같은 표현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기준을 가지고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1.기준

1400_retouched_-59

복잡하지 않게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면, 스페셜티 커피 협회 기준으로 하면, 총 9가지 항목으로 커피를 평가한다. 각각의 항목은 다음과 같다. 향미(Aroma), 맛(Flavor), 산미(Acidity), 바디 혹은 질감(Body, Texture), 후미(Aftertastes), 일관성(Uniformity) , 균형감( Balance), 깔끔함(Cleancup), 단맛(Sweetness).

여기에 심사자의 사견까지 합해 총 10가지 항목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하면,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한다. 86점 이상은 국가를 대표하는 COE(Cup of Excellence) 본선에 진출하고, 90점 이상의 커피는 COE 우승권인 프레지덴셜급이다.

COE나 베스트 오브 파나마와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는 커피 생산자 뿐만 아니라 수입하는 로스터리에게도 커다란 영광이다. 참고로 한국 테라로사의 이윤선 대표, 리브레의 서필훈 대표, 로우키커피의 조제인 대표,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이사는 세계적인 커피 심사대회에서 우선적으로 모시고 싶어하는 VIP 심사위원들이다.


2.향미, 맛, 산미

1400_retouched_-46

처음에는 커피의 향미와 맛, 산미를 기준으로 표현들을 살펴보면 좋다. 향미와 산미는 프랜차이즈와 같은 커머셜 커피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은 어렵게 느낀다. 그럴 땐 좋아하는 과일이나 꽃의 향기를 연상하면 쉽다.

과일로 표현을 하자면, 사과, 열대과일, 자두와 같은 핵과일류, 딸기와 같은 베리류, 감귤류, 말린과일의 풍미로 말할 수 있고, 꽃에 빗대어 말하자면 레몬그라스, 자스민, 목련, 장미향 등이 있다.

이외에도 산미의 강도에 따라 산뜻하고 우아한 느낌, 강력하지만 입안을 자극하는 아린 듯한 신맛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조금 더 세밀하게 표현하면, 아리지 않고 여운 있는 산미는 커피의 향미와 맛을 더욱 감칠맛 있게 표현한다.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 품종은 제철 한국 복숭아의 향미(정말, 한국 복숭아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와 자몽과 같은 산미가 복합적으로 표현되고 단맛과 여운, 지속력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경우에 따라 강렬한 산미와 깔끔한 애프터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이 없는 서구인은 파인애플과 샴페인과 같은 케냐 커피의 강력한 산미를 매우 좋아한다.


3.단맛

1400_retouched_-53

커피에서 단맛은 가장 기본이다. 특히 단맛의 강도와 질감은 여운과 함께 더욱 복합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다크초콜릿, 밀크초콜릿, 바닐라, 버터, 꿀, 마시멜로, 사탕수수, 캐러멜과 같은 항목들이다.

산미가 거의 없는 브라질 커피나 약간의 과일향과 단맛이 도드라지는 하와이 코나 커피들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커피는 땅콩과 같은 견과류의 뉘앙스까지 겸하고 있고, 코나 커피는 미세한 열대과일향이 단맛과 어울려서 더욱 입체적이다.

향미와 산미에 이어 커피에서 초콜릿과 같은 질감 혹은 캬라멜과 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커피 전문가의 미각을 가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 초기에는 향미와 산미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기본적인 단맛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커피의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4.바디와 밸런스

1400_retouched_-37

향미와 단맛에 이어 마지막으로 커피의 맛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표현은 바디와 밸런스이다. 바디라는 표현은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많이 써서 익숙할 수 있다. 바디를 진한 맛이나 쓴맛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며 사실 커피에서는 바디라는 표현보다는 질감라는 단어가 더 정확하다. 풀크림 우유, 저지방, 무지방 우유를 비교하면서 질감을 연상하면 좋다.

좋은 커피의 질감은 자체적으로 압도적이지 않지만, 향미와 단맛과 어울려서 커피맛을 꽉 채워 주는 느낌이다. 브라질 커피의 경우, 단맛과 질감 두가지 항목으로 우수하게 평가받는 농장들이 제법 있고, 인도네시아의 커피는 질감이 강렬하면서 색다르다. 밸런스는 모든 항목을 포함하는 균형감이다.

질감의 표현은 ‘묽은, 둥근 혹은 저지방 우유같은, 진득한, 쫀득한’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질감을 표현할 때는 강도와 느낌을 같이 표현하는 것이 좋다. 진득하면서 고소한 느낌, 차와 같은(질감이 약하지만 느낌이 좋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커피 맛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최근 미국 카운터컬쳐커피와 한국 리이케 커피의 이윤행 로스터가 공동 작업한 플레이버 휠을 참조하면 좋다.

KakaoTalk_Photo_2021-07-27-13-45-34


5. 로마네 콩티와 핀카 데보라 게이샤

1400_retouched_-40

마지막으로 부르고뉴의 로마네콩티 와인과 과테말라 엘소코로 게이샤 커피의 표현을 비교해보자.

“시트러스, 라임, 레몬, 오크, 플라워, 아카시아, 허니, 피치, 망고, 파인애플, 미네럴, 허브, 토스트, 미디엄 애시디티, 롱피니시, 풀바디, 굿밸런스, 깔끔하고 우아하고 단단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견고해진다.”

“자몽, 블러드 오렌지, 설향, 허니듀 멜론, 패션후르츠, 복숭아, 건자두, 말린무화과, 고디바 초콜릿, 꿀, 구운 아몬드, 캐슈넛, 자스민, 견고한 산미, 묵직한 질감, 완벽한 밸런스, 깔끔하고 우아한 여운.”

Boston World Barista Championship

첫 번째가 로마네콩티 몽라세 2003년 빈티지, 두 번째가 모모스커피 전주연 이사가 선택한  엘소코로 농장의 게이샤 커피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알려진 로마네 콩티의 맛을 표현한 전문 소믈리에의 기록이 한국 최초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모모스커피 전주연 이사가 선택한 과테말라 COE우승 엘소코로 농장의 게이샤 커피의 표현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세계 챔피언의 커피를 조금 더 설명하면, 커피를 분쇄하는 순간 감귤류의 선명한 향미를 느낄수 있고, 남부 이탈리아에서 특별한 시즌에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하면서 산미가 균형 있는 블러드 오렌지와 같은 강력한 향미, 설향과 같은 부드러운 향미, 멜론과 복숭아와 같은 부드럽지만 지속력 있는 향미와 단맛의 복합성, 핵과일류를 조린 듯한 단맛, 사랑을 고백할 때 전달하는 고디바와 같은 달콤함, 캐슈넛과 같은 견과류의 단맛과 입체적인 질감과 깔끔하고 우아한 여운, 완벽한 밸런스를 상상할 수 있다. 로마네콩티와 파나마 게이샤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좋은 와인과 커피를 관통하는 흐름이 비슷하다.

1400_retouched_-27

물론 최고의 와인과 커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고, 개인의 취향만큼 표현 역시 무수히 많다. 커피인들은 약속을 통해서 전문적인 항목을 표현할 뿐이다. 처음에는 맛 표현이 익숙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커피를 하나씩 살펴보고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커피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고, 삶의 질도 더욱 풍부해진다. 리브레 커피 서필훈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커핑(커피 테이스팅) 훈련 이후 우리 일상의 음식들을 더욱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커피의 맛을 음미하면서 여러분의 인생이 더불어 함께 풍요로와지기를 희망한다.

1400_simjb

About Author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카페마실', '동경커피', '교토커피'를 썼습니다. 생업은 직장인입니다. 싸모님을 제일 싸랑하고 다음으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 참, 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