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청춘의 흔적, 남가좌동을 떠나며

안녕, 에디터B다. 7년 넘게 살았던 남가좌동을 떠나 화곡동으로 이사를 갔다. 이제는 연남동보다 김포공항이 더 가까운 동네에 살게 된 거다. 공항과 가까운...
안녕, 에디터B다. 7년 넘게 살았던 남가좌동을 떠나 화곡동으로 이사를 갔다. 이제는 연남동보다 김포공항이…

2021. 08. 03

안녕, 에디터B다. 7년 넘게 살았던 남가좌동을 떠나 화곡동으로 이사를 갔다. 이제는 연남동보다 김포공항이 더 가까운 동네에 살게 된 거다. 공항과 가까운 동네라, 코로나만 없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막상 떠나려니 눈에 밟히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식당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가좌동은 이름난 식당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는 아니다. 바로 옆 동네인 연희동만 해도 이연복 셰프의 목란, 가지튀김으로 유명한 하하, 연희동 칼국수 등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식당이 꽤 많은데, 남가좌동엔 대외적으로 알려진 식당이 별로 없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을 뿐, 사람 사는 동네엔 손맛 좋은 식당이 있기 마련이다. 남가좌동 역시 그렇다. 그래서 이사 기념으로 남가좌동의 식당을 소개하는 기사를 준비했다. 선정 기준은 ‘다른 동네엔 없는 독보적인 맛의 식당’. 총 7곳이다.


[1]
“우동은 차게, 면은 따뜻하게”
가타쯔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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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견디며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대우전자 지정점’이라는 사라진 말이 적힌 간판을 걸고 있는 이곳은 우동전문점 가타쯔무리다. 숙취로 힘들어하던 어느 토요일 오전, 이곳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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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쯔무리는 일본인 셰프가 직접 면을 뽑아 우동을 만드는 식당이다. 면이 정갈하고 국물은 맑다. ‘이게 현지의 맛일까?’ 일본에서 우동을 맛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는 어렵다. 다만 나는 가타쯔무리의 우동을 맛보고 지금까지 먹었던 프랜차이즈 일식집이나 분식집의 우동들이 떠올랐다. 다르긴 달랐다. 그 우동들은 대체로 단맛이 강했다. 가타쯔무리 우동 국물은 덜 자극적이었고, 면은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었다.

가타쯔무리의 비하인드는 우동 못지않게 유명하다. 한편의 로맨틱 드라마다. 이곳의 셰프는 원래 요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셰프의 말에 따르면 ‘기계 유지 보수’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인 여자를 만났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한국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해 우동을 공부하고 남가좌동에 자리를 잡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낯선 나라에서 낯선 일을 시작한 용기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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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많지 않다. 가케우동, 붓가케우동, 유자우동, 가마타마 네 가지다. 국물이 있는 가케우동과 붓가케우동의 경우 우동과 국물의 온도를 각각 고를 수 있다. 가타쯔무리의 특징이다. 면과 국물 둘 다 차갑게, 혹은 둘 다 따뜻하게 아니면 면은 차게 국물은 따뜻하게 먹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이 일본에서 흔한지 물어보았는데, 우동으로 유명한 가가와 현에는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별로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가케우동의 경우 멸치와 다시마로 맛을 내어 깔끔한 맛이고, 붓가케우동에는 국물을 낼 때 가쓰오부시가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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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자우동을 추천한다. 가타쯔무리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국물이 없는 비빔 우동이고, 전남 고흥에서 생산한 무농약 유자와 간장, 무, 생강이 들어간다. 유자우동과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스다치라는 감귤류의 과일을 짜서 먹긴 하지만, 유자우동이란 메뉴는 가가와 현에서도 없다고 한다. 국물 없는 우동이 낯선 분들도 있을 텐데, 국물이 없는 우동은 밀가루의 풍미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셰프의 말을 믿어보면 좋겠다.

가타쯔무리에 가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에서 올라오는 한 달 캘린더를 확인해야 한다.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운을 믿고 갔다가 간판 구경만 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운영 시간도 11시부터 2시 30분까지로 짧은 편이니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가타쯔무리

  • 주소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길 72
  • 운영 시간 11:00 – 14:30
  • 메뉴 가케우동 7,500원, 붓가케우동 8.500원, 유자우동 8,000원

[2]
“남가좌동 떡볶이의 새로운 강자”
순이네 고릴라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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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 명지대 기숙사에 살았다. 2인 1실이었고 룸메이트는 01학번 형이었다. 입주 첫날, 그 형은 명지대 근처에서 제일 유명하다며 나를 엄마손 떡볶이에 데려갔다. 하지만 첫입을 먹고 ‘여기가 정말 최고 맛집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보다는 푸짐한 양이 인상적이었다. 남가좌동에서는 흔히 엄마손 떡볶이와 이정희 떡볶이가 떡볶이계의 조용필과 이선희, 양대산맥으로 꼽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남가좌동 떡볶이 탑은 ‘순이네 고릴라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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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떡볶이는 국물떡볶이 가게다. 이곳을 지나갈 때면 떡볶이 국물에서 풍기는 매콤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덕분에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야식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몹시 힘들다. 고릴라 떡볶이는 SBS <생활의 달인>에도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덕분에 유명세를 빠르게 얻긴 했지만, 출연하지 않았어도 입소문 퍼지는 건 시간 문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물은 달면서 칼칼하다. 술 마신 다음 날 간절한 얼큰한 맛도 있다. 밀떡을 쓰는데 탄성이 좋고 탱탱하다. 포크로 콕 찌르면 살아있는 것처럼 탱글탱글 춤을 춘다. 입안에 쏙 넣으면 절로 목구멍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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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오징어튀김과 함께 먹기를 추천한다. 튀김옷이 두꺼운 편이 아니라 느끼함이 없고 밀가루 옷의 밀도가 높아서 씹었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든다. 얇으면서도 단단하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입은 깃털처럼 가볍지만 단단한 미스릴 갑옷 같다. 튀김을 국물에 톡 찍으면 단단한 빗장을 살짝 여는데, 이때 두 맛의 만남이 훌륭하다. 물론 오징어 튀김만 먹어도 좋다. 한 입 베어 물면 오징어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순이네 고릴라 떡볶이

  • 주소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15-2
  • 운영 시간 11:00 – 19:00
  • 메뉴 떡볶이 3,500원, 오징어 튀김 1,000원, 순대 4,000원

[3]
“남가좌동 파스타는 여기서”
꾸오레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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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칠리아 한 달 살기를 다녀온 뒤 알리오 올리오를 좋아하게 됐다. 아니 사랑하게 됐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북부에 비해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이다. 북부의 요리가 화려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쪽으로 발달했다면, 남부는 적은 재료로 소박하게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볼로네제 파스타가 북부를 대표하는 파스타라면, 마늘과 올리브유로 맛을 낸 알리오 올리오는 남부를 대표한다.

나는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한 식당에서 ‘팔레르미탄 파스타’라는 걸 먹었다. 팔레르모식 파스타라는 뜻인데 그 정체는 알리오 올리오였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볶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삶을 면과 함께 섞으면 끝. 나는 이탈리아에서 먹은 어떤 파스타보다 그 파스타가 좋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소박한 스타일의 파스타를 찾기 쉽지 않았다. 한국식 파스타는 대체로 화려한 편이다. 하지만 남가좌동의 꾸오레베로는 뭔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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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오레베로는 유명한 식당은 아니다. 인근 주민들이 주로 찾는 동네 주민들의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어떤 식당에서 먹었던 파스타보다 좋았다. 비결은 식재료였다. 셰프는 파스타에 조미료를 쓰지 않고 오로지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한다고 했다. 물론 나는 조미료를 쓰는 게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셰프는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는 게 본인의 철학이라고 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저는 식재료만 좋으면 음식 맛이 살아난다고 믿는데 치킨스톡이나 고기 육수를 쓰면 식재료 본연이 낼 수 있는 맛을 지배해버리거든요. 그래서 비슷비슷한 맛이 나요.” 그래서 꾸오레베로는 홍은동 라이스라는 볶음밥 메뉴를 제외하고는 채수만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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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오레베로는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를 지향하는 그런 레스토랑은 아니다. 셰프는 파스타를 좋아해서 이탈리아의 온갖 도시를 투어하며 파스타를 먹었는데 맛이 없어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고 하더라. 결론적으로 지금 본인이 만들고 있는 파스타는 ‘본인이 좋아하는 파스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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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식재료를 쓰면 어떻게든 티가 난다고 믿는다. 아마 꾸오레베로에서 음식을 맛본다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남가좌동은 대학가이기 때문에 주인백 파스타 등 파스타를 파는 곳이 많다. 파스타를 좋아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 먹어봤는데, 지금까지는 꾸오레베로가 최고였다. 나는 이 맛이 생각나서 가끔은 남가좌동에 다시 찾아갈 것 같다. 셰프의 말에 따르면 명지대 졸업생 중에 파스타를 먹으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하더라. 참고로 Meal이라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파스타도 맛있다. 그곳도 추천한다.

꾸오레베로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10길 60-9
  • 운영 시간 11:30 – 22:00
  • 메뉴 알리오 올리오 7,000원, 아마트리치아나 9,000원, 겜스 10,000원

[4]
“두 유 노 켄터키 치킨?” 
영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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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호프는 치킨과 맥주를 파는 오래된 호프집이다. 대학가에서 볼 수 있는 둘둘치킨, 림스치킨과 비슷할 것 같지만 조리방식이 특별히 다르다. 영이호프는 전통 켄터키 치킨을 판다. 켄터키 치킨이란 압력솥을 이용한 방식을 말한다. 그 유명한 KFC의 할아버지 커넬 샌더스가 처음으로 고안한 방식이다.

커넬 샌더스는 KFC라는 프랜차이즈를 만들기 전에 작은 치킨 가게를 운영했는데 30분 정도 걸리는 조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고민하다가 압력솥을 활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이호프에서도 주문을 받는 즉시 치킨을 압력솥 튀김기에 넣고 튀기기 시작한다. 5분 정도면 따끈하고 바삭한 치킨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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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기를 운용하는 분주한 아주머니의 손을 거친 후 나온 치킨은 우리가 아는 치킨과 다르다. 살결마다 기름기가 촘촘히 들어가서 촉촉하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튀김옷에는 윤기가 좔좔 흐른다. 그렇다고 느끼한 건 아니다. 카레 가루가 들어가 있는 걸까? 기름진 향을 잡아주는 향신료가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튀김옷은 일본의 가라아게처럼 얇은 스타일인데 딱딱하다.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부드럽게 바삭거린다면 여기는 딱딱하게 바삭하다. 군데군데 탄 부분도 별미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어디에서도 영이호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가서 홀에서 먹거나 포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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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요즘 압력솥으로 튀기는 데 거의 없지 않아요?” 솥에서 치킨을 꺼내며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거의 못 봤지” 영이호프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켄터키 치킨을 파는 호프집이다. 치킨을 좋아한다면 먼 곳에서도 충분히 찾아올 만한 노포다.

영이호프

  • 주소 서울 서대문구 거북골로 19-1
  • 운영 시간 14:00 – 24:00
  • 가격 후라이드치킨 14,000원

[5]
“인천에 안 가도 될 듯”
박리아 닭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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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아 닭강정은 최근에 발견한 곳이다.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게 한스럽다. 닭고기를 즐겨먹지 않는 사람은 닭강정이나 치킨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요리는 닭을 튀기는 것까지만 같을 뿐 카테고리는 전혀 다른 요리다. 이름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닭튀김은 튀김이고, 닭강정은 강정이다. 닭강정에서는 닭을 강정으로 만드는 소스의 맛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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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리아 닭강정은 달지 않고 매콤한 편이다. 그래서 몇 개씩 집어 먹어도 쉽게 물리지 않는다. 어떤 닭강정은 소스 맛이 너무 강력해서 지금 닭고기를 씹는 건지 뭘 먹는 건지 모를 때가 있는데, 박리아 닭강정은 과도한 양념으로 닭 맛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맛의 비결이 궁금해서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닭 본연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염지하지 않고 향신료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닭을 튀기면 기름기 때문에 느끼할 수 있는데 비법 파우더를 쓰고 40번 정도 털어주면서 느끼함을 없앤다고도 하더라. 비법 파우더라는 게 뭘까, 소스의 매콤한 맛은 무엇으로 낸 걸까, 영롱한 닭강정 소스의 맛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고추기름을 쓰는 걸까. 궁금한 게 많다. 비결은 사장님만 아는 거겠지.

박리아 닭강정

  •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27길 24
  • 운영 시간 12:00 – 01:00
  • 메뉴 가마솥 순살 오리지널 중 사이즈 15,000원, 대 사이즈 20,000원

[6]
“대성마트와 진품명품 사이”
어라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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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우즈는 와인바다. 남가좌동에 최소 1년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남가좌동에 웬 와인바?’라는 생각이 들 거다. 남가좌동엔 명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성비 위주의 식당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안주를 취급하고 소주와 맥주를 파는 술집이 일반적이다. 그런 동네에 와인바라…

어라우즈는 대성마트와 진품명품 사이에 있다. 남가좌동 주민이라면 이 설명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 거다. ‘대성마트? 진품명품? 그게 어디야?’ 그러니까 어라우즈는 와인바가 없을 것 같은 동네에서도 위치를 말해도 찾기 힘든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왜 남가좌동에 자리를 잡았을까. 어라우즈의 장준우 셰프는 실험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압구정, 연남동, 성수동처럼 소위 말하는 ‘맛집’이 몰려 있는 위치가 아니어도 음식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올지 궁금했다고. 실험 결과가 성공적이었냐고 물으니 결과는 경기도에서 찾아올 정도로 생각보다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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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의 위치부터 실험성을 띄고 있다 보니 메뉴도 평범하지 않다. 내가 먹은 건 재래돼지 스테이크, 영국식 소갈비찜이었다. 재래돼지는 포항 송학농장에서 유전적으로 복원한 한국 흑돼지를 사용한다. 예전에는 흑돼지라고 부르는 한국 재래돼지가 많이 있었는데, 크기가 별로 커지지 않아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흰돼지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포항 송학농장 재래돼지’는 단순히 맛있는 돼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재료다. 맛도 흰돼지와 다르다. 장준우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육향이 진하고, 지방엔 니글니글한 맛이 없고 고소하고 깔끔한 느낌이라고 한다.

메뉴뿐만 아니라 와인 역시 독특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외진 곳에 힘들게 찾아왔는데 다른 곳에서 쉽게 보는 메뉴를 팔면 나라도 싫을 것 같다’는 셰프의 마음이 반영되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멀리 가고 싶지 않을 때 어라우즈를 찾아가면 좋겠다. 예약은 필수다.

어라우즈

  • 주소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6길 34-27 1층
  • 운영 시간 18:00 – 22:00
  • 메뉴 재래돼지 스테이크 18,- (100g), 스페인 이베리코 초리소 20,000원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남가좌동을 완전히 떠나 화곡동에 살고 있다. 짐을 다 풀지 못했고, 아직도 거실에는 파란색 포장 박스가 가득 쌓여 있다.  나는 어젯밤 이불을 덮고 누워 가만히 생각했다. 과연 밥 한 끼를 먹자고 다시 그 동네를 찾는 날이 올까. 누군가는 “식당 그게 뭐라고, 떡볶이는 어디에나 있고, 파스타도 어디에나 있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벌써 그 동네의 식당들이 그립다.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다. 싸우고, 이별하고, 취업에 실패한 날에도 그 식당은 그곳에 항상 있었으니까.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아주머니는 치킨을 튀기고 있었고, 내 기분과 무관하게 떡볶이는 항상 맛있었다. 존재 자체가 위안이었다. 낯선 동네에 오니 그런 익숙한 것들이 그립다.

오래 살았던 동네를 떠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일인 것 같다. 이것도 이별이라면 이별이니까. 나의 20대와 헤어진 기분이랄까. 젋고 철없고 실수해도 괜찮았던 20대의 나를 그곳에 남겨두고 나혼자 다른 동네에 온 기분이 든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