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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길 아니고 커피길, 경의선숲길 카페 3

안녕. 커피와 산책을 사랑하는 객원 필자, ‘커산객’ 김정현이다.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만 밖을 돌아다녀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산책은...
안녕. 커피와 산책을 사랑하는 객원 필자, ‘커산객’ 김정현이다.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021. 07. 19

안녕. 커피와 산책을 사랑하는 객원 필자, ‘커산객’ 김정현이다.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만 밖을 돌아다녀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산책은 못 참아. 짙게 우거진 녹음 사이를 거닐고 그림 같은 구름을 한참 올려다 보는 건 이 계절의 큰 즐거움이니까. 느긋하게 숨을 돌린 뒤 맛있는 커피까지 한잔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라면 경의선숲길로. 특히 좋은 카페가 많이 포진한 마포구 신수동-대흥동 구간을 추천한다. 울창한 나무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와 디저트로 마무리 짓는 거다. 커피와 산책을 사랑하는 독자분들, ‘커산독’을 위해 준비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마포구 경의선숲길 카페 세 곳이다. (지하철 이용 시 6호선 대흥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금방이다.)


[1]
“나와 우리의 안락한 공간”
퍼머넌트 해비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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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nent Habitat, 직역하면 ‘영구적인 서식지’ 정도 되겠지. 다소 독특한 이 카페 이름은 주인장의 오랜 갈증을 반영한다. 줄곧 ‘나만의 안락한 공간’을 바랬던 그는 지난해 1월 해방촌에 작은 카페 하나를 열게 된다. 본인부터가 언제라도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곳. 그래서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여유를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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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흥동 자리로 옮긴 것도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더 넓어진 내부 면적에 비해 좌석을 무리하게 욱여넣지 않아 불편함 없이 머무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미니멀한 분위기인데 특히 스틸과 나무 소재의 조화, 굵직한 가구들 간의 형태 차이가 인상적(키친 작업대는 사각형, 카운터는 원형, 공용 테이블은 삼각형이다). 한쪽 면이 전부 창이라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좋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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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늬밤조림 메뉴로도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카페 좀 뒤져본 분들이라면 레몬 필이 올라간 귀여운 밤알 사진을 한 번쯤 봤을지도. 애석하게도 이미 시즌이 끝나 못 먹었다. 어떻게 9월까지 기다리나 싶지만 아쉬움도 잠시뿐. 또 다른 대표 메뉴 호박차와 홍시 소르베가 까짓거 세 달 정도는 충분히 버티게 해줄 감동의 맛을 선사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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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호박차는 한 모금 마시고 깜짝 놀랐다. 단호박의 진한 단맛이 깔끔한 질감으로 전해진다. 설탕이 안 들어가 인공적인 단맛을 싫어하는 이들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향긋한 맛. 나들이 갈 때 큰 텀블러에 가득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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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와 디저트 제조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보늬밤조림도, 호박차도, 홍시 소르베도 하나 같이 보통 정성이 아닌 메뉴들 뿐이다. 매번 만들기 번거롭지 않을까 싶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압권. “한 번이라도 더 제 손을 거칠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해요. 시중에 있는 거 대충 가져다 넣고 6, 7천원에 파는 건 죄책감 들어요.” 한 번 먹어보면 그 진가를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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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넌트 해비탯 permanent habitat

  • 주소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15길 17
  • 영업시간 화-금 11:00-20:00, 토-일 11:00-변동 (월 휴무)
  • 인스타그램 @permanent_habitat

[2]
“경의선숲길에서 만나는 쿠바”
하바나 인디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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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진 7월의 경의선숲길.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다 보면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가게가 있다. 모카포트로 끓인 쿠바 가정식 커피를 내어주는 하바나 인디 클럽. 참고로 하바나는 쿠바의 수도다. 한국인 아내가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하바나의 모습과, 쿠바인 남편이 로컬의 입장에서 지켜본 하바나의 모습을 적절히 녹여 쿠바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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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사람들에게 커피란 일상 그 자체라고 한다. 내 집에서도,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동네 상점이나 타투샵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를 마신다. 쿠바인의 일상에 자리 잡은 커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일과 좀 다르다.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 혹은 K-믹스커피를 생각하고 마시면 당황스러울 거다. 모카포트로 진하게 끓여낸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말 그대로 bittersweet한 맛. 단짠단짠에 필적할 ‘단쓴단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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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나 오리지널’이란 메뉴로 그 맛을 경험해볼 수 있다. 현지에서 먹었던 맛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어렵게 쿠바산 원두까지 공수해왔다. 한 모금 털어 넣자마자 번쩍 뜨이는, 카페인 주입이 시급한 분들을 위한 처방용 커피로 딱이다. 설탕 크레마를 섞어 만들어 하바나 오리지널보다 더 달달한 ‘카페시또’나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카페 콘레체’도 인기 메뉴. 아, 우리에게 익숙한 칵테일인 ‘모히토’도 맛볼 수 있다. 보통 모히토 하면 몰디브를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쿠바가 원조라는 거(이게 다 이병헌 때문이다).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플란을 추천한다. 플란은 오랫동안 쿠바를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의 대표 디저트 중 하나다. 커스터드 푸딩에 설탕을 녹여 적신 케이크인데, 겉은 탱탱하고 속은 촉촉한 ‘겉탱속촉’ 질감을 자랑한다. 달달한 맛이 강하니 하바나 오리지널보다는 카푸치노와 함께 먹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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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내부 인테리어 모두 부부가 직접 구상하고 시공했다. 쿠바 현지의 분위기를 구현하면서도 두 사람의 개인적인 추억을 녹여내는 것에 신경 썼다고. 형형색색의 벽과 화려한 바닥 패턴 타일 등 곳곳이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다. 쿠바 여행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현지 민박 시설 ‘까사’와 어디가 비슷하고 또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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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나 인디 클럽 Habana Indie Club

  • 주소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16안길 29
  • 영업시간 수-일 12:00-19:00 (월, 화 휴무)
  • 인스타그램 @habana_indie_club

[3]
“숲길 옆 단골 카페”
호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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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삼기 좋은 카페의 조건은 무엇일까. 맛있는 커피? 편한 좌석? 센스 있는 음악 선곡? 다 좋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사람이지 싶다. 정확히는 주인장과 공간의 조화로움. 그런 점에서 호핀치는 단골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카페 곳곳에서 운영하는 사람의 취향과 분위기가 전해지니까. 상업 공간임에도 개인의 흔적이 진하게 풍겨, 이곳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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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친척들 사이에서 콩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주인장. 자신의 첫 카페 이름이 호핀치(hawfinch, 콩새)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의선숲길에 터를 잡았고, 숲길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따뜻한 우드 톤으로 공간을 채웠다. 나무판자나 선인장, 여타 자잘한 소품들의 대부분이 평소 쓰던 것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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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소의 ‘스머지 스틱’을 판매하는 것 역시 의도나 전략보다는 관심과 취향을 따른 선택이다(스머지 스틱은 오랜 전통의 천연향 중 하나로 말린 식물 묶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래 애용하던 제품과 브랜드라서 가게 준비 과정 때부터 직접 연락해 판매하기 시작했단다. 팔로산토나 화이트 세이지 같은 식물이 가진 특유의 향과 무드가 공간과 잘 어우러져 손님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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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고 공간 분위기고 딱히 관심 없어도 괜찮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특히 인기 메뉴인 ‘바나나 푸딩’을 꼭 먹어볼 것. 부드러운 바닐라 디플로마트 크림에 바나나와 계란과자를 넣었다. 과하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좋아 먹다 보면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전에 뚜껑에 붙어 있는 귀여운 콩새 스티커 인증샷도 잊지 말자.

커피 역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 누군가에겐 조금 심심한 맛이더라도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게 마실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외에 필터 커피도 준비돼 있으니 커피 취향을 설명하면 적절한 종류로 추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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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핀치 Hawfinch

  • 주소 서울 마포구 광성로6안길 6 1층 호핀치
  • 영업시간 월-금 10:00-19:00 토 11:00-19:00 (일 휴무)
  • 인스타그램 @cafe.hawf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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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