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기분마저 밝아지는 조명 6

안녕. 집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소비도 늘어가는 필자 남필우다. 필름 카메라 연재에 이어 인테리어 소품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찾아왔다....
안녕. 집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소비도 늘어가는 필자 남필우다. 필름 카메라 연재에…

2021. 05. 26

안녕. 집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소비도 늘어가는 필자 남필우다. 필름 카메라 연재에 이어 인테리어 소품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찾아왔다. 사실 끝이 보이지 않을 주제라 기뻐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좀 헷갈리지만, 좋아하는 분야인 만큼 TMI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시리즈를 시작해보겠다.

처음으로 다룰 카테고리는 조명이다. 빛을 비춰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선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은 인테리어 영역에서 취향을 센스 있게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된 지 꽤 오래되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주광색(백색)을 좋아하지 않아서 형광등을 켜지 않고 전구색(주황)의 조명들로 간접적인 조도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조명의 종류는 천장에 다는 펜던트 조명, 긴 형태로 세워놓는 플로어 조명,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적당한 테이블 조명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사이즈도 제일 작고 설치에 어려움이 없는 테이블 조명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특히나 명쾌한 바디 컬러와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리스트로 정리해봤다. 그래서 첫 주제는 ‘기분이 더 밝아지는 조명들’이다.


[1]
Flowerpot VP3
(&trandition)

Flowerpot-VP3_Mustard-2-1500x2000[머스타드 컬러를 추천하지만, 필자는 그레이 베이지 컬러를 구매했었다. 응?]

각기 다른 크기의 반구가 서로 겹쳐져 있는 모양이 시그니처 아이콘이 되어버린,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이 1969년 디자인한 플라워팟(Flowerpot)이 오늘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필자에게 팬톤이라는 사람은 가구 디자이너로서 인상이 가장 깊다. 그도 그럴 것이 ‘팬톤 체어’, ‘콘 체어’ 등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의 관심이 커지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ATD_1306_Flowerpot-VP3_Beige-Red_Fly-SC5_Amore-SC20-SC22-1510x2000[다양한 색상의 테이블 조명, V3]

베르너 팬톤은’색채는 형태보다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며 사랑, 평화, 조화의 정신을 밝고 컬러풀한 디자인으로 녹아냈다. 크기가 다른 반구체가 서로 조합되어 은은한 빛이 연출되는 심플한 디자인의 플라워팟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펜던트 형태의 VP1, VP7 모델이 있고, 테이블 형태로는 VP3, VP4가 있다.

ATD_Location_2016.26_Flowerpot-VP1-1200x1600[천장에서 내려오는 펜던트 형태의 조명, VP1]

최근 VP3에서 사이즈가 작아지고 충전식으로 발전한 플라워팟 포터블  VP9 모델이 새롭게 출시되기도 했다. 핵심이 되는 코어 디자인이 형태만 조금씩 바뀌어 집안 모든 위치에 녹아들 수 있다는 건 사실 무척 놀랄만한 일이다. 명확하고 간결한 디자인과 컬러가 만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
Panthella Mini
(Louis Poulsen)

Panthella Mini Colors[오팔 컬러를 제외하고 블랙과 블루그린 컬러가 정말 실물 깡패]

‘판텔라(Panthella)를 알고 나면 앓이를 하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이 조명 역시 위에서 언급한 팬톤이 디자인했다. 필자 역시 예전에 이 조명을 실제로 본 후, 반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앓이’를 한 경험이 있다.

한 호텔의 컨시어지에 놓여 있던 블랙 컬러 판텔라를 봤는데,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같은 날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이번에는 영롱한 오팔 컬러를 보고 판텔라 ‘앓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조명은 무조건 소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인의 거실에 블루 그린 컬러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판텔라 미니를 본 거다. 그렇게 3연타를 맞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색상 고민부터 시작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고민은 아직까지도 지속 중이다.

Designer - Verner Panton
[안녕하세요, 베르너 팬톤입니다]

이 조명은 1971년 베르너 팬톤이 브랜드 ‘루이스 폴센’의 의뢰로 디자인되었다. 당시 신소재였던 아크릴을 활용했는데,  단순한 형태지만 흰색 아크릴의 쉐이드와 받침대를 통과하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모습에 전 세계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panthella_floor_lamp_hellerup[스탠드 형태의 조명, 판델라 플로어]

스탠드 형태의 플로어, 조금 작은 형태의 테이블 램프가 있는데 이후 더 작은 사이즈인 미니가 탄생했다. 미니는 다양한 원색 컬러를 자랑했고, 다양한 컬러만큼이나 더 많은 호응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cc89eb7bacdc6b7a0a4c769cdf5f006b[이후 한 단계 사이즈가 더 작아지고 충전 방식의 포터블 모델도 나왔다]

필자는 판텔라 미니 사이즈의 원색 컬러 조합을 추천한다. 다만, ‘루이스 폴센’에서 컬러 단종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서둘러 원하는 컬러의 재고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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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clisse
(Artemide)

eclisse_gallery4794538-1920x1080[필자의 오렌지 컬러를 추천한다. 화이트는 왠지 홀맨이 자꾸 생각이 나서..]

조명을 사용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개입이 있다면 디밍(밝기 조절) 또는 각도의 변화 정도인데, 이클립스(Eclisse)는 고정된 본체 안쪽에 셀의 방향을 컨트롤해서 빛의 세기와 방향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재미가 있다.

필자는 예전에 에어비앤비에서 빈티지 이클립스를 처음으로 봤다. 너무 예쁘다고 생각만 하고, 일정상 제품명까지 살펴볼 여유는 없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그 조명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을 한 결과, 아르테미테의 이클립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빈티지 제품으로만 있는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만났던 빈티지와 흡사한 제품을 찾고 싶어서 아직도 구매를 못하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조명이기도 하다.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가 1965년 개기일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한 이클립스는 안쪽 셀의 방향을 지정할 수 있어 빛을 직간접 모두 연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7[안쪽 셀을 닫으면 이런 느낌이다]

1967년 최고의 산업디자인상 ‘Compasso d’ Oro Award’에서 수상하면서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등 주요 미술관에서 영구 소장 전시되고 있어 그 가치를 더욱 알게 해준다.


[4]
Bilia Mini
(FontanaArte)

b_bilia-mini-fontanaarte-504039-relc0b3c847[화이트 데스크와 함께 했을 때 사진이 잘 나오는 블루 컬러. 추천해본다. ]

필자는 구와 원뿔 같은 형태를 보면 미술 학원에서 선으로 면의 형태를 만들던 때가 생각난다. 데생이 너무 하기 싫었고, 그 이후에는 그런 형태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곤 했는데, 구와 원뿔을 아름답게 붙여놓은 이 조명을 보고 그 트라우마가 사라졌다. 그래서 빌리아 조명은 특별하다.

빌리아는 1932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조명이다. 원뿔과 구의 조합은 기하학적이면서도 균형이 잡힌 형태이며 구에서 퍼지는 빛의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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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메탈 소재의 원뿔은 골드와 실버의 매력이 각기 다르다. 일반 빌리아 모델도 좋지만, 작은 미니 모델로 아이코닉 본인의 취향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한다.


[5]
Type75 Mini Desk Paul Smith Edition Ver.3
(Anglep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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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인트로에 나오는 조명으로도 알려져 있는 ‘앵글포이즈’는 영국의 대표 조명 브랜드다.

pixar intro[요거 다들 너무 익숙하시겠지?]

사실 위에서 언급되었던 테이블 조명과는 달리 지금 보고 있는 앵글포이즈는 데스크 조명으로 분류된다.

type_75_mini_-_all_editionds_2[폴스미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시리즈 중에서 네덜란드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색의 조합이 인상적인 Ver.3을 추천한다.]

책상 위 작업에 용이하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장 등 산업환경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되어 책상 위까지 범위가 넓어진 형태이다.

sized_Y2017B5_Anglepoise_ALT_V1_BASE_1171_1872x1980[앵글 포이즈 타입 75]

앵글포이즈의 오리지널 1227, 타입 75 모델과 아르테미데의 톨로메오는 데스크 조명 선택에 있어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모델이라는 리서치 결과를 어디선가 봤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게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tolomeo_tavolo_gallery4872596-1920x1080[이것이 바로 아르테미테의 톨로메오]

[6]
Snoopy Table
(F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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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이왕이면 스누피를 가장 닮아 보이는 블랙 컬러를 추천해본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등장하는 <피너츠>라는 만화를 아는 사람들은 이 조명을 보는 순간 ‘아!’ 했을 거라 생각한다. 1967년,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Achille Castiglioni)가 그의 형인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Pier Giacomo Castiglioni)와 함께 만든 테이블 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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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누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기둥은 대리석, 헤드커버는 에나멜 금속판으로 제작되었고, 비스듬한 각도로 인해 빛의 퍼짐이 매력적으로 구현된다는 게 특징이 있다. 이탈리아 특유의 미학이 담겨 있는 브랜드 플로스(Flos)에서 몇몇 위트있는 조명을 발견할 수 있는데 스누피 조명 역시 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단언컨대 잘 고른 테이블 조명은 열 인테리어 소품 안 부럽다. 요즘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져 내가 머무는 공간의 리프레시가 필요한 시점 부피는 작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조명의 엄청난 능력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이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조명이 너무 많았으나.. 어쩌지? 글을 쓰다가 자꾸 갖고 싶은 조명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이어질 시리즈에도 매번 이런 물욕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 어찌 됐건 더 흥미로워질 다음 인테리어 소품 편을 기다려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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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남필우

필름 사진 매거진 'hep.'의 편집장.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한다. 자칭 실용적 낭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