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내 자전거를 소개합니다

안녕. 매일같이 자전거 타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평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가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재미있는 거 없나 동네를 기웃대고, 휴가엔...
안녕. 매일같이 자전거 타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평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가고, 주말이면…

2021. 05. 16

안녕. 매일같이 자전거 타는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평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가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재미있는 거 없나 동네를 기웃대고, 휴가엔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 늘 그래왔던 건 아니고, 근 2년의 생활 패턴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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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짧으면 균형을 잡기가 더 유리하다던데, 운동 신경이 좋지 못해 늦게까지 네발자전거를 탔다. 집에서 먼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급하게 두발자전거를 배웠지만, 타고 내리는 게 늘 불안했다. 친구들이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동안 나는 이어폰 꽂을 여유도 없었다. 다행히 이제는 자전거를 타면서 잡생각도 하고, 짐을 잔뜩 싣고도 산길을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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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자전거를 타는 일에도 장비의 도움은 크다. 오늘은 나의 자전거를 궁금해해 준 사람도 있을 것 같고(야호-), 환경 이슈와 더불어 자전거에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내 자전거와 아이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자전거
“설리 롱 하울 트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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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자 열 명을 모아 인터뷰하는 기획 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동 경로도, 자전거도, 후기도 사람마다 달랐지만, 유난히 귀가 쫑긋해지는 얘기가 있었다.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자전거를 탄다면, 게다가 그 자전거로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설리(Surly)사의 롱 하울 트러커(Long Haul Trucker)만 한 게 없어요.”

세상에 자전거는 수없이 많고, 이동하려는 길은 매번 다를 텐데, 저렇게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니, 혹했다. 하울(Haul)은 유튜브의 언박싱 콘텐츠와 스펠링은 같고 뜻은 다르다. 아주 힘을 들여 무언가를 옮기거나 해낸다는 의미가 있다. 롱 하울 트러커는 그러니까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운송업자’ 정도의 뜻일 것이다. 애초에 장거리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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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사기 전, 롱 하울 트러커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생각보다 값이 나갔기 때문에 이게 왜 필요할지 알아야 했다. 무거운 짐을 싣고도 자전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설계한 프레임, 여행 중에 고장이 나지 않게 단순하게 만들어진 구조, 혹 고장이 나더라도 금방 새로 구할 수 있는 쉬운 부품, 마지막으로 자전거 앞, 뒤로 가방을 메달 수 있는 랙 정도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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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자전거와의 비교를 위해, 친구의 픽시 자전거 사진을 덧붙인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안장 뒷자리에 짐을 싣는 랙이 없다는 것. 랙을 따로 설치하려면 안장과의 거리나 페달이 가장에 닿는 등 구조상의 제약이 많다고 한다. ‘고정 기어 자전거(fixed-gear bike)’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픽시는 변속기가 따로 없다. 여행용 자전거에 비해 부품이 훨씬 적어 디자인이 깔끔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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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자전거를 가져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대신 내가 뒤적이던 자리엔 멋진 후기들이 있었다. ‘롱 하울 트러커는 바위처럼 견고하다.’ ‘문명으로부터 멀어질 때면 필요한 식량과 물, 텐트 따위의 자잘한 짐을 한가득 싣고도 다루기 쉽다. 내가 타 본 자전거 중 가장 타기 쉽다.’ ‘경주 같은 데 나가면 이기진 못하겠지만, 이 자전거는 내가 짐을 아무리 실어도 불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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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의 자전거는 대부분 프레임을 산 다음 필요한 부품을 골라 조립하는 형태다. 돈을 내고 자전거를 사는 것도 처음인 내가 뭐가 뭔지 알 리가 없었다. 인터넷을 헤매다 보니, 여행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내놓은 중고 거래가 꽤 있었다. 어느 날, 나는 풀 옵션의 작은 사이즈 롱 하울 트러커를 찾았다.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수원까지 자전거를 보러 갔다. 여행용 자전거 업계의 유명한 전문가인 해리 님의 작품이며, 350만 원의 거금을 들였으며, 결혼 예물로 신부에게 줬고, 신혼여행 이후 한 번도 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135만 원을 이체했다.


[2]
안장
“브룩스 클래식 B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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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성수동에서 파주까지 자전거를 탔다. 친구는 자전거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엉덩이를 타고 온몸으로 고통이 찌릿찌릿 전해진다며 힘들어했다. 안장은 손바닥만 하지만, 몸과 자전거가 직접 닿는 몇 안 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자전거 타는 기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나무를 대충 깎아 안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거기에 천을 덧대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대체 그땐 그 끔찍한 그 기분을 어떻게 견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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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그 기분은 아무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1860년에 최초로 자전거가 대량생산되었고, 6년 뒤인 1866년 존 브룩스가 가죽 안장을 만드는 회사를 연 걸 보면 말이다. 존은 타고 다니던 말이 죽자,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빌려 탔다. 못 견디게 불편한 나무 안장을 경험한 그는 아버지의 승마용 안장에 착안해 가죽 안장을 연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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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팔리고 있는 20여 종의 브룩스 안장은 모두 1882년에 특허 출원한 모델들이다. 140년간 아무 변화 없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1940년대의 생산 설비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마지막 조립 공정에서는 숙련공이 가죽을 망치로 치며 작업을 하는데, 잠깐의 힘 조절 실수만으로도 형태가 달라진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나의 브룩스 안장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고난도 작업을 거쳐 내게 온 소중한 물건이었다. 하마터면 엉덩이 패드가 달린 자전거 바지를 입고 출근할 뻔했다. (물론 자전거 바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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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안장은 플라스틱이나 탄소 섬유 안장보다 무겁다. 또한 방수되지 않아 오래 타려면 크림 등을 발라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가죽 특성상, 자전거를 탈수록 라이더의 체형과 무게에 따라 모양이 맞춰 변한다. 특히 장거리에 아주 안락하다. 물론 클래식한 외모도 장점이다. 브룩스 안장 구매는 [여기].


[3]
반사판
“Safety Pi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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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다음엔 거의 자전거를 타지 않지만, 차가 많은 서울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반사판은 꼭 필요하다. 작은 반사판만 달고 다니다가 최근에서야 눈에 띄는 반사판을 마련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안전한 장비(World’s most delicious and safety device)’라는 슬로건이 그럭저럭 들어맞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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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뜯으면 피자 크러스트 모양 판과 양송이버섯, 페퍼로니, 양파 스티커가 나온다. 설명서가 포함되어 있지만, 사용 방법은 읽지 않아도 될 만큼 쉽다. 토핑 스티커를 떼어 원하는 구성으로 피자 도우 위에 얹으면 끝. 당연히 평평한 곳에서 하는 것이 좋고, 접착제가 붙은 면엔 손이 최대한 닿지 않도록 한다. 피자가 다 구워지면 안장 아래나, 바구니, 가방 등에 벨크로로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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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 피자의 반사판은 닳지 않는 소재로 만들었다. 또한 비상 차량 및 응급 대응 의류에 대한 전 세계 표준을 충족한다. 이 피자는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에 가면 타임라인에 따른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처음에는 토핑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얹었더라). 피드에는 세계 곳곳의 짓궂은 여행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토핑을 얹은 방법이나 반사판을 부착한 위치가 제각각이라 재미있다. 세로 14cm의 작은 사이즈와 19cm의 큰 사이즈가 있다. 나는 작은 사이즈를 선택했다. 피자 구매는 [여기].


[4]
가방
“Brooks / Corner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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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 만든 건, 자전거 가방과 바구니의 역할 또한 크다. 자전거가 생기면서 노트북 + 다이어리 + 혹시 몰라 두 권씩 챙긴 책을 넣은 가방을 메고 걷느라 땅으로 꺼질 것 같던 날들과 이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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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자전거 가방으로 가장 일반적인 것은 브랜드 오르트립(Ortlieb)의 것이지만, 내 자전거에는 살 때부터 브룩스의 가방이 장착되어 있었다. 한쪽당 22L 용량에 길이는 60cm. 면과 나일론을 혼용했으며 생활 방수가 되고, 가죽 디테일이 있다. 양옆에 주머니가 있고, 앞에도 큰 파우치가 있어 자잘한 아이템을 넣어 다니기에 특히 좋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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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에 부착한 가방은 ‘스템백’이라 불린다. 세 개의 스트랩으로 고정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며, 안감에 쿠션이 있어 충격으로부터 보호도 된다. 1L짜리 물통이 알맞게 들어가는 사이즈이며, 자물쇠, 휴대폰, 똑딱이 카메라나 초코바 같은 걸 같이 넣고 다니면 좋다. 파란 포켓 부분은 좋아하는 색으로 주문할 수 있다.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작은 물건을 주문 제작으로 만드는 코너트립의 제품이다. 구매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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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조서형

아웃도어 관련 글을 씁니다. GQ 코리아 디지털 팀 에디터. 산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