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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론엔 조말론이 없다, 조 러브스에 있다

조 말론 여사가 새롭게 런칭한 브랜드 조 러브스
조 말론 여사가 새롭게 런칭한 브랜드 조 러브스

2021. 05. 12

안녕. 나는 글 쓰고 향 만드는 사람 아론이야. 최근에 디에디트 라이프에도 몇 번 출연해서,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니 글 쓰는 게 조금 쑥스럽네. 최근에 신사동 가로수길에 조 러브스 팝업 스토어가 열려서 다녀왔단 소식을 전하려 해. 응? 조 러브스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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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러브스는 조말론 여사가 론칭한 새로운 향 브랜드야. 맞아. 이제는 우리가 너무너무 잘 아는 바로 향수 브랜드 ‘조말론’을 만든 조말론 여사지. 사실 지금의 조말론에는 조말론 여사가 없어. 수년 전 에스티로더가 인수했거든. 인수 후에도 조말론 여사는 한동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 했지만, 암투병으로 인해 조말론을 떠났었지. 다행히 완치되어 돌아온 그녀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고, 그게 바로 조 러브스(Jo loves)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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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러브스는 조말론 여사의 명성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브랜드야. 브랜드를 소개할 때 조말론 브랜드와 차이를 두기 위해서인지, 꼭 조말론 여사의 이름 뒤에 CBE라는 수식어를 붙이더라고? 별생각 없이 Creative 어쩌고~ 느낌의 직함 같은 거라고 짐작했어. 근데 알아보니 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대영제국 훈장이라는 뜻이래. 조향사로서 국가 훈장까지 받다니, 멋지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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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조 러브스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이 있었겠어? (승자는 신세계 인터내셔널인데, 그런 것까지 우리가 기억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조 러브스의 한국 진출이 늦어졌다는 게 아쉬운 포인트지. 2011년 첫 제품을 론칭한 지 10년 만에 한국에 팝업 스토어를 열게 됐으니 말야. 대신 가로수길 메인 거리 아주 좋은 자리에, 근사한 팝업을 꾸렸으니 결과적으론 잘된 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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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너무 구구절절했나? 암을 이겨낸 후에 자신의 브랜드를 또(!) 론칭한 조말론 여사는 조 러브스의 향에 자신의 취향과 기억들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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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틀이 단연 눈에 띄는 대표 향수는 이름이 무려 ‘조 바이 조 러브스’인데, 그레이프 푸룻을 중심으로 세련된 시트러스 느낌을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시더우디 향으로 반전을 꾀하는 매력이 있더라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상큼함에 슬쩍 ‘멋’을 끼워 넣은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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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결선 상에 또 다른 대표 향수 ‘포멜로’가 있어. 비슷한 시트러스 뉘앙스지만 조 바이 조 러브스보다 좀 더 ‘그린’한 느낌이 도드라지더라. 껍질과 과실 사이의 하얗고 까끌한 부분의 씁쓸한 향이 좀 더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잔향은 살짝 무게감 있지만 부드러운 스웨이드처럼 깔리는 편이야. 그래서 ‘조 바이 조 러브스’와 ‘포멜로’를 커플 향수로 쓰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 완전 똑같은 커플룩이 아니라, 은근히 비슷한 무드의 시밀러룩 같은 커플 향수가 될 것 같아. 닮은 듯 다른 매력이 여실히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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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No.42 플라워샵, 로즈 페탈 25, 핑크 베티버 등 총 9가지 향수가 있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두 가지만 더 이야기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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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오렌지 버터플라이’. 오렌지꽃 느낌이 중심인 향수인데, 아직 네롤리 향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네롤리 입문용 향수로 추천하고 싶었어. 잔향이 꽃비누 느낌으로 은은하게 남는 것도 좋고, 바틀에 나비가 그려진 것도 참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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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향수는 ‘망고 타이 라임’이야. 내가 이걸 고른 게 스스로도 의외인데, 나는 너무 달콤한 향은 좋아하지 않거든. 게다가 망고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향도 아니잖아? 근데 첫 향은 새콤달콤 카라멜처럼 친근하게 달콤했다가, 뒤로 갈수록 희고 부드러운 느낌의 잔향으로 전개되는 게 매력 있더라고.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향이야. 익숙하고 흔한 향기를 바탕으로 좋은 향수를 만드는 게 어렵다는 걸 아니까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해.

*조 러브스 모든 향수 가격 50ml 14만 9,000원, 100ml 23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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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 러브스는 향수만큼 다른 바디 제품들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야. 팝업 스토어의 콘셉트도 ‘향기 타파스 바’로, 바디 제품의 향기를 독특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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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쉐이커로 거품을 낸 바디 워시를, 마치 술처럼 잔에 따라주는 거지. 바디 로션은 휘핑크림을 만드는 기계로 디저트처럼 내어주고 말야. 대신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경험할 수 있대.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변동될 수 있으니 꼭 확인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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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브러시를 통해 향을 몸에 바를 수 있는 페인트브러쉬 젤도 참 재미있었어. 바디 제품의 향은 향수 라인과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기 때문에 레이어드하는 묘미가 있을 것 같아. 팝업은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슬쩍 들러보기에 넉넉한 일정이지? 나도 조만간 향수 하나 구매하러 또 가게 될 것만 같아.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해줘!

About Author
전아론

글쓰고 향 만드는 사람.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 향수 브랜드 ahro의 조향사까지. 예술적 노가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