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알프스에서 왔어요, 에델바이스

안녕, 에디터B다. 나는 종종 음식을 먹은 후 ‘맛 표현하기’ 시간을 가진다. 내겐 일종의 놀이다. 평론가의 정확하고 세심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요리왕...
안녕, 에디터B다. 나는 종종 음식을 먹은 후 ‘맛 표현하기’ 시간을 가진다. 내겐 일종의…

2021. 05. 19

안녕, 에디터B다. 나는 종종 음식을 먹은 후 ‘맛 표현하기’ 시간을 가진다. 내겐 일종의 놀이다. 평론가의 정확하고 세심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요리왕 비룡>,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만화적이고 과장된 표현에 가깝다. “이 맛은 마치 도미를 타고 페루에 입국하는 맛이다” 이건 도미 세비체를 먹고 나서 했던 말이다. 말하는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많지만, 사실 맛 표현이라는 분야는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뭐라 말하든 괜찮다. 10명 중 10명이 각기 다른 평가를 해도 정답과 오답으로 나눌 수 없다. 그게 바로 미식의 묘미가 아닐까.

술 역시 마찬가지다. 감상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술이다. 그날의 분위기, 컨디션, 장소, 시간,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새벽 두 시 편의점 앞에서 먹는 맥주, 한여름 바닷가에서 마시는 맥주, 퇴근 후 혼맥의 맛이 미묘하게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술이 재밌다.

1400_3rdretouched_-06273

오늘은 오스트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에델바이스라는 맥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맥주 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밀맥주다. 피크닉을 부르는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맥주이기도 하다. 혹시 요즘 맥주 권태기를 겪는 중이라면 에델바이스가 도움이 될 거다. 그럼 시작한다.

1400_retouched_-06232

에델바이스의 역사는 1646년,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까지 올라가야 한다. 인조 24년, 조선이 병자호란 이후 혼란하던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알프스 산기슭에서는 칼텐하우젠이라는 양조장이 생겼다. 곳이 바로 에델바이스의 뿌리가 된 곳이다.

1400_Kaltenhausen5[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칼텐하우젠 양조장]
1400_kaltenhausen_aussenansicht[칼텐하우스 양조장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양조장 역사가 400년이라고 하면 잘 몰라도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느낌부터 드는데, 그 느낌이 맞다. 칼텐하우젠은 다른 양조장과 비교해도 역사가 긴 편이다. 잘츠부르크 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고, 밀맥주로 따지면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밀맥주 양조장이다. 놀랍게도 에델바이스는 400년 전 그 레시피를 이어받아 만든 술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 400년 전 레시피로 만든 맥주를 지금 마시고 있다니.

1400_retouched_-06241

세상엔 가만히 두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플라스틱이나 디지털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것들은 그렇다. 하지만 술이란 것은 빚는 사람이 없으면 세상에서 쉽게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맥주를 보면 감사한 마음부터 든다.

1400_retouched_-06250

흔히 밀맥주 하면 독일 바이에른 쪽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칼텐하우젠은 바이에른의 밀맥주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칼텐하우젠 양조장의 전신은 칼트 브로이하우스인데 1475년에 설립된 걸 감안하면 훨씬 오래되기도 했다. 그러니 제조 경력을 봐도 웬만한 바이에른 지역 맥주 양조장보다 더 오래된 셈이다. 물론 오래되었다는 게 전부는 아니다. 맛도 특별한데, 그 맛의 비결은 ‘알프스’다.

Snow peak

맛의 비결이 알프스라니, 알쏭달쏭한 말을 설명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알프스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1400_retouched_-06253

대부분은 스위스 아니면 이탈리아를 떠올릴 텐데, 사실 알프스는 유럽 중부에 아주 넓게 위치하고 있다. 스위스, 이탈리아부터 슬로베니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리히텐슈타인까지 7개국과 접경하고 있는 산맥이다.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물, 밀, 허브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양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맛의 비결이 알프스가 되는 것이다.

1400_retouched_-06278

개인적으로 이렇게 지역성을 드러내는 맥주를 선호한다. 맥주의 재료부터 패키지까지 지역의 고유한 색깔을 맥주 한 캔에 담고 싶어 하는 행위는 예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억울함 마음을 달래주기에도 효과적이다.

1400_retouched_-06320

그렇다면 에델바이스 한 모금을 마시면 ‘아! 이게 알프스의 맛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맛에 대한 감상은 마시는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인간의 감각이란 생각보다 대단해서 시공간을 초월하곤 한다. 이문세 노래를 듣고 옛 생각에 잠기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이국적인 향을 맡고 5년 전 유학 시절이 훅 떠오르는 것처럼, 미각 역시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데려간다. 만화책에 나오는 와인 한 잔에 프랑스 포도밭이 떠오르는 장면이 과장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에델바이스 한 모금은 알프스를 떠오르게 한다.

1400_retouched_-06257

다시 외관을 보자. 좋은 제품은 디자인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해놓는 법이다. 에델바이스는 블루, 화이트 투톤으로 디자인을 하고, 골드로 포인트를 줬다. 청량하고 깨끗한 알프스의 맛을 담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1400_retouched_-06234

가장 위에는 1646년 양조장 설립 연도가 적혀 있고, 그 아래로는 제품명이자 오스트리아 국화인 에델바이스가 그려져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컬러 조합은 요즘처럼 따뜻한 날에도 당연히 어울릴 것 같고(지금 당장 반차 쓰고 혼맥하고 싶다), 의외로 정말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도 궁합이 좋을 것 같다.

1400_retouched_-06248

그리고 아래쪽에 보면 ‘with a hint of mountain herbs’라고 적혀 있다. 에델바이스를 한 모금 마시면 ‘내가 알던 밀맥주와 다르다’라고 느끼는데, 그 맛의 비결이 바로 허브다. 이게 정말 신의 한수다.

1400_retouched_-06290

허브는 밀맥주의 단맛을 복합적으로 만들고, 맥주 한 모금 삼킨 후에도 기분 좋은 향이 입안에 맴돈다. 쓴맛, 신맛이 나는 맥주는 마셔보니 중독되어서 맛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에델바이스는 구태여 설명 필요 없이 맛있는 맥주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괴로운 날이 많았는데, 맥주 한 모금에 상쾌해진다.

1400_retouched_-06264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오늘은 어떤 맥주를 마실까 고민한 적 있을 거다. 기분 좋은 고민이다. 전 세계 온갖 맥주가 편의점에 있기 때문에 마치 세계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너무 많은 선택지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어떤 사람은 지난번에 같은 것을 먹고, 모험심 강한 사람은 먹어보지 못한 맥주를 용기 있게 선택하기도 한다. 난 그런 모험을 응원한다.

1400_retouched_-06277

모험에 실패한다고 해도 대가는 겨우 맥주 한 캔의 가격일 뿐이다. 그러니 편의점에서는 마음껏 모험을 해보면 좋겠다. 사실 나도 그렇게 에델바이스를 알게 되었다. 나는 심심하면 편의점에 가서 신상을 살펴보는데, 독특한 컨셉의 맥주도 아니고 수도승이 그려진 맥주도 아닌 시원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끌렸다.

1400_retouched_-06270

저 멀리 유럽에서 온 맥주라고 하면 무조건 맛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년간 맥주 모험을 하며 깨달은 건,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거다. 에델바이스는 확실히 추천할 수 있다. 알프스의 청정함과 상쾌함이 느껴지는 맥주를 찾는다면 실패하지 않을 거다.

1400_retouched_-06305

에델바이스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캔을 위아래로 회전 시켜 효모에 의한 침전물을 잘 섞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이 과정은 당연히 ‘천천히’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1400_retouched_-06246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도 해결되는 감정들이 있다. 물론 맥주 겉면에 ‘이 맥주는 지친 하루를 위로하고, 해묵은 감정을 풀어줍니다’라는 효능을 공식적으로 표기할 순 없지만, 분명 맥주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유독 힘이 들고 인생의 방향을 모를 때, 맥주 한 잔을 따라  놓고 마치 신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모금씩 홀짝거린다. 예고 없이 힘든 날 나는 또 에델바이스의 힘을 또 빌리지 않을까.

*이 글은 하이네켄코리아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