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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스토리 : 아이맥의 진짜 의미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번 브랜드 이야기는 아이맥입니다. 자,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아이맥을 한 번도 가져본...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번 브랜드 이야기는 아이맥입니다. 자,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2021. 05. 20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번 브랜드 이야기는 아이맥입니다. 자,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아이맥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길든 짧든 다른 맥은 다 써봤는데, 아이맥은 진짜 리뷰 용도로 1~2주 정도 써본 게 전부긴 합니다.

그럼 아이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불편한 게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기도 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나온 아이맥은 제가 갖고 있던 아이맥과 일체형 PC의 걱정과 고정 관념을 깨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아이는 제 방에 들어올 첫 아이맥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벌써부터 들고 있습니다.

일체형 PC로서의 아이맥, 그리고 새로운 아이맥의 프로세서와 디자인이 갖고 있는 의미는 한 꺼풀만 들어가서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애플이 만들려는 ‘컴퓨터’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자, 먼저 아이맥의 역사를 한번 돌아볼까요.


인터넷 + 맥,
‘쉬운 컴퓨터’ 아이맥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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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아이맥은 1998년에 등장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아주 유명하죠. 반투명한 플라스틱에 청록색이나 주황색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색이 투톤으로 나왔었어요. 프로세서는 당시에 애플이 주력으로 썼던 IBM 파워PC G3를 썼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에 처음 발표한 맥이기도 했죠.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이맥의 i는 인터넷을 뜻한다고 많이 알고 있죠. 이때는 인터넷이 막 관심을 받게 될 때였고, 아이맥은 인터넷을 비롯해서 컴퓨터를 좀 쉽고 캐주얼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어요. 아이튠즈도 사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의 튠이죠. 그 이후로는 i가 애플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당시에는 애플 외에도 국내에서도 뭐만 하면 앞에 i나 e를 붙였지요. 지금 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에는 뭔가 좀 있어 보이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강렬한 한 글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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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맥의 컨셉은 ‘쉽다’에서 시작합니다. 그 동안 PC의 기본적인 포인트는 업무였습니다. 그리고 공부였죠. 지금처럼 게이밍PC 같은 메시지를 당당하게 꺼내 놓을 수 있던 시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일이나 공부에도 그렇게 잘 쓰이지도 않았고요. 게다가 그때까지 컴퓨터는 다루기도 어려웠죠. 아무리 맥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쓰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냥 컴퓨터에 익숙치 않던 시대에요.

그 묘한 벽을 깨기 위해서 나온 게 아이맥입니다. 일단 컴퓨터가 아주 단순하죠. 일체형이니까 선이 상대적으로 꽤 적습니다. 물론 전원만 꽂으면 되는 지금보다야 단순하지만 전원, 인터넷, 키보드, 마우스 이렇게 연결은 그렇게 어렵지 않죠.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습니다. 당시 컴퓨터 뒷면의 어수선한 포트들을 떠올리시면 차이가 잘 와닿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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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컨셉이 얼마나 잘 먹혔는지, 지금도 이 아이맥은 작동을 떠나서 인테리어 용도로 많이 쓰이죠. 이게 있으면 분위기가 한결 덜 딱딱해집니다. 그러니까 모니터와 본체가 합쳐진 일체형 설계, 그리고 둥글둥글한 디자인이 막 떠오르기 시작한 인터넷과 더해지면서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맥은 대박이 납니다. 당시의 컴퓨터, 인터넷 붐에 성공적으로 올라탄 거죠. 지금이야 맥이 많이 쓰이지만 이때만 해도 윈도우95를 중심으로 한 PC의 지배력이 커지던 시기였고, 맥은 음악이나 그래픽 전문가들을 빼고는 이전의 애플II처럼 보편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어요. 그만큼 비싸기도 했고요.


일체형 컴퓨터는
왜 아이맥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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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아이맥의 인기는 전문성보다 ‘대중성’에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정보를 검색하고, CD를 넣어 음악과 영상을 보는 기기, 그러니까 보편적인 가전의 의미를 갖는 기기에 가까웠습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적인 장벽과 설치의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죠.

결국 모니터 하나둘 공간에 컴퓨터를 놓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이건 비단 애플만의 생각도, 그리고 아이맥만의 시도도 아닙니다. 이미 애플은 ‘리사’를 비롯해 애플II 이후에 등장한 ‘매킨토시’ 시리즈의 상당 부분을 일체형 컴퓨터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브라운관 디스플레이를 심은 컴퓨터의 기본 형태로 자리를 잡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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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애플뿐 아니라 많은 컴퓨터 기업들이 일체형 컴퓨터를 만들어 왔습니다. 국내에서도 90년대 PC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나 대우전자 등이 일체형 컴퓨터를 통해 PC 대중화를 노렸어요. 그중에서도 LG전자의 심포니 홈이 영화 <나홀로 집에>로 인기를 끌었던 매컬리 컬킨의 광고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 광고도 TV와 CD롬을 비롯해 컴퓨터 전원 버튼만 누르면 뭐든 쉽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어요.

어떻게 보면 ‘TV라는 익숙한 기기에 컴퓨팅을 더한다’라는 개념이 이 일체형 컴퓨터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전통적인 의미의 컴퓨터를 벗어나 홈시어터PC와 스마트TV 등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이맥을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모델이 없죠.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그만큼 이 일체형 PC는 만들기 어려운 컴퓨터의 형태라는 이야기입니다.


일체형 컴퓨터의 새로운 의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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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장 이후 아이맥은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의 컴퓨터 자리를 계속해서 이어 갑니다. 두 번째 등장한 아이맥은 우리나라에서는 ‘호빵맥’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죠. 아래에 마치 호빵처럼 생긴 컴퓨터 본체가 있고, 그 위에 얇은 막대로 LCD 디스플레이를 세웠지요. 당시에 용산 전자상가에 전시된 제품을 보고 너무 놀랐던 기억과 그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입니다.

이 컴퓨터는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컴퓨터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습니다. 어쩌면 일체형 컴퓨터에서 컴퓨터를 숨기려는 디자인적인 시도가 제대로 처음 고민됐던 게 이 제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모니터가 특이하다’는 반응과 ‘그래서 컴퓨터는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이 먼저 나올 겁니다. 당시에는 더 놀라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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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르게 보면 컴퓨터 본체를 예쁜 디자인으로 덮었을 뿐, 기존의 틀 안에서 읽히는 제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왜냐면 컴퓨터 한가운데에는 CPU라는 뜨끈뜨끈한 부품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애플이 쓰던 파워PC 프로세서는 열이 많이 나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CPU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그만큼 열을 식혀주는 방열판과 냉각팬이 필요하고요.

이는 컴퓨터의 당연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열을 식히려면 외부에서 차가운 공기를 컴퓨터 안으로 끌어들여서 뜨겁게 달궈진 CPU를 거쳐가는 게 냉각 시스템의 기본적인 원리지요. 요즘은 여기에 CPU보다 더 뜨거운 GPU를 넣어야 하는 고충도 있지요.

하지만 이 ‘호빵맥’은 애플이 생각하던 일체형 PC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만 남기고 컴퓨터를 없애는 겁니다. 그 첫 시도는 기술적이라기보다는 디자인으로 답을 냈다는 것일테고요.


애플의 목표,
본체를 없애는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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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에 출시한 iMAC G5]

본체를 없애는 본격적인 시도는 3세대 격인 아이맥 G5부터 시작됩니다. 2004년에 처음 공개된 이 컴퓨터는 딱 봐도 요즘의 아이맥과 닮았죠. 컴퓨터와 모니터의 경계를 없애고 조금 크고 두꺼운 모니터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니터로만 보이기에는 거리가 있긴 했습니다. 이 역시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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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애플에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오랫동안 애플과 함께 해 온 IBM, 모토로라의 반도체 구조가 깨지고,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 애플의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성능’이었죠. 애플은 파워PC G5 칩의 전력과 발열 문제로 애를 먹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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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당시 인텔의 주력이었던 코어2 프로세서는 효율적인 설계 구조와 미세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 소비량과 발열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PC 시장에서는 ‘이제 들고 다니면서 쓸만한 노트북이 나왔다’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바로 이 프로세서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첫 제품을 아이맥으로 발표하죠. 바로 2006년의 일입니다. 애플 입장에서도 모바일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넉넉하고 강력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일체형 PC를 플랫폼 전환의 메시지로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봤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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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를 바꾼 성과의 대표적인 것은 맥북 에어였죠. 2008년 등장한 이 맥은 스티브 잡스가 서류 봉투에서 제품을 꺼내는 장면에서 시작된 ‘역사’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맥북 에어를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반도체, 프로세서에 있었습니다.

인텔은 그 기대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맥북 에어 전용의 더 작은 CPU를 만들어주었지요. 물론 초기 모델은 기대에 완벽하게 미치지는 못했지만 얇으면서도 배터리가 오래 가는 노트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세대 제품으로 그 기대를 채워주었지요. 열이 적게 나는 프로세서와 SSD 기반의 맥북 에어는 확실히 이전과 이후의 컴퓨터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됐습니다.


프로세서를 통한 디자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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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프로세서의 효과는 아이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009년 등장한 아이맥은 일체형 컴퓨터의 디자인을 새로 그려냅니다. 물론 여전히 메인보드의 크기가 컸고, 냉각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데스크톱 PC의 광학드라이브 수요가 남아 있던 시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두께가 있긴 했지요.

하지만 이 때부터 딱 봤을 때 컴퓨터보다는 디스플레이의 인상을 더 먼저 주었고, 화면 외의 영역을 많이 줄였습니다.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더 나은 성능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3년 뒤 2012년 이 아이맥은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컴퓨터를 ‘거의’ 없애는 데에 성공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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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이맥의 테두리는 맥북 에어를 떠올릴 만큼 얇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죠. 그럼 컴퓨터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가운데에 모아 두었습니다. 이 즈음 애플의 메인보드 크기는 아주 작아졌고, 인텔이 반도체로 부리던 저전력과 고성능의 마술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냉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크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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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 폼팩터를 거의 10년 가까이 썼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지금 봐도 여전히 애플답다고 할 만한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그 디자인에는 결국 성능과 냉각이라는 반도체의 어려운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이지요.


일체형 컴퓨터의 한계,
공간과 성능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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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체형 컴퓨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지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체형 컴퓨터는 PC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에서 시작한 컴퓨터입니다. 모니터와 컴퓨터 본체가 붙어 있는 것만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때의 인식이 지금까지도 일체형 컴퓨터와 생산성, 그러니까 성능과는 거리를 두게 하고 있습니다. 일체형 컴퓨터를 보면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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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일체형 컴퓨터는 그 구조의 특성 때문에 고성능 부품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게이밍 PC만 해도 전기를 팍팍 쓰면서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것이 곧 성능의 상징이지요. 하지만 일체형 컴퓨터는 그게 어렵지요. 대개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 외장형 그래픽카드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컴퓨터를 쓰다 보면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부품을 바꿀 수도, 또 아예 내용물을 싹 갈아엎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체형 컴퓨터는 그게 안 됩니다. 잘 해야 메모리나 SSD 정도를 바꿀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일 겁니다. 컴퓨터의 성능과 업그레이드에 제약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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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하면 일체형 컴퓨터가 PC로서의 역할을 잃게 되면 아까운 모니터까지 못 쓰게 됩니다. 제가 아이맥 27인치 5k를 그렇게 갖고 싶었지만 구입을 망설이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 아까운 디스플레이를 언젠가는 그 안의 프로세서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애플은 크기가 성능을 지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게 바로 아이맥 프로입니다. 2017년 발표된 아이맥 프로에는 8코어부터 많게는 18코어의 제온 프로세서가 들어갑니다. AMD의 강력한 그래픽 프로세서도 품었지요.

하지만 그 크기는 이전의 27인치 아이맥 5k와 같습니다. 대신 내부의 냉각 시스템을 개선했죠. 제온 프로세서나 AMD의 베가 GPU는 열이 많이 나는 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냉각 설계로 이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비록 이 제품은 한 세대로 끝나긴 했지만 애플이 추구하는 컴퓨터의 형태를 보여주기에는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애플 실리콘은
새로운 모습의 컴퓨터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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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4월, 애플이 또 다시 새 아이맥을 내놓았습니다. 거의 10년만의 디자인 변경입니다. 이 맥의 특징은 아무래도 M1 프로세서가 꼽히겠죠. 이미 M1 프로세서는 그 동안 귀에 못이 박힐 만큼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특히 맥북과 만나 성능이나 배터리 면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럼 이 프로세서가 아이맥에 들어가면 어떤 효과를 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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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디자인’입니다. 2006년 애플이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아이맥에 넣은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겁니다. M1 프로세서의 특징은 바로 원하는 만큼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을 적게 쓴다는 점에 있습니다.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열이 적게 나지요. 그러면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열과 관련된 디자인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냉각팬도 필요 없고,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내부 공간이 없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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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의 냉각 시스템은 기존 PC와 의미도 조금 다릅니다. 팬이 없는 맥북 에어와 팬이 있는 맥북 프로의 차이점은 직접적인 성능이 아니라 최고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인데, 그 차이가 크지도 않습니다. 아이맥 역시 작은 냉각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상황에서 팬이 돌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무거운 일을 할 때는 냉각팬이 살짝 돌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겠죠.

그러면서도 CPU를 비롯해 GPU, 메모리, 콘트롤러 등 여러가지 칩을 하나로 합쳐 놓으면서 메인보드 크기도 엄청나게 줄었죠. 그러다 보니 우리가 컴퓨터라고 부르는 그 ‘부분’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작아진 겁니다. 남은 건 모니터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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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해 M1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먼저 꺼내 놓은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기존 폼팩터 그대로 성능을 유지하면서 발열과 배터리를 통한 칩의 ‘특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아이맥은 그 특성을 통해 컴퓨터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이 제품은 다른 PC 제조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테고, 윈도우 운영체제와 컴퓨터의 형태부터 길게는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도 바꿔놓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PC 제조사들도 당장은 비슷한 컴퓨터를 만들지 못할 겁니다. 그 동안 많은 PC 제조사들이 일체형 PC를 주력으로 밀지 못하고, 고성능 컴퓨터의 역할을 맡기지 않았던 것 역시 칩과 설계 때문이었지만 애플은 오랫동안 이 컴퓨터의 모양을 생각해 왔고, 결국 프로세서를 통해 풀어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30년 넘게 머릿속에 자리잡은 ‘컴퓨터’의 개념이 꽤나 혼란스러운 게 바로 이 M1 칩이고, 또 아이맥입니다. 반도체와 열, 컴퓨터와 냉각이라는 연결 고리가 끊어진 컴퓨터니 말이죠. 애플은 이제 마음껏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마술을 보여줄 겁니다. 그래서 아이맥 만큼이나 몇 년 뒤에 옷을 갈아입을 맥북이 더 기대되네요.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컴퓨터도 머지 않아 등장할 겁니다. 그리고 이 글은 성지가 됩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지셨다면 영상을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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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지하철을 오래 타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들이 평생 일이 된 IT 글쟁이입니다. 모든 기술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공부하면서 나누는 재미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