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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힙스터들이 찾는 카페 4

안녕. 여행 갈 때마다 어느 카페를 들러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맨날 서울 카페만 소개해서 나도 그간 아쉬움이...
안녕. 여행 갈 때마다 어느 카페를 들러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객원 필자…

2021. 05. 10

안녕. 여행 갈 때마다 어느 카페를 들러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맨날 서울 카페만 소개해서 나도 그간 아쉬움이 좀 있었다.  다른 지역 카페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분들이 많았을 거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못하는 이 게으른 중생을 용서해주시고…

그래서 이번엔 부산 카페를 소개한다. 느긋한 여유와 다채로운 경험을 모두 잡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도시, 부산. 푸른 바다도 맛있는 음식도 탁월한 감각의 공간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부산에 좋은 카페는 또 얼마나 많은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어디 갈지 모르겠던데요?” 그렇다면 잘 찾아왔다. 붓싼 시내에 그득그득한 훌륭한 로컬 카페,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핫한 카페 4곳을 모아봤다.


[1]
올스
“도쿄의 힙한 카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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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외관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곳. 도쿄 혹은 하와이(둘 다 안 가봤다) 어느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편집숍이 연상된다. 실제로 바로 옆에는 ‘루프트’, 2층에는 ‘보스트풀’이라는 편집숍이 자리하고 있으니 함께 묶어 방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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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겸 바인 ‘올스’는 커피와 맥주, 와인을 비롯해 간단한 식사류도 판매한다. 소시지와 베이컨, 달걀, 베이크드 빈으로 구성된 ‘올스 밀’이나 에그 스크램블과 햄의 조합이 산뜻한 ‘푸어 보이 샌드위치’ 같은 메뉴. 밥을 먹고 바로 방문한 터라 못 먹은 게 너무 아쉽다. 커피와 레모네이드는 괜찮았다. 예상 가능한 무난한 스타일이라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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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벽에, 바 자리를 포함한 나무 가구가 전반적인 톤을 잡아준다. 입구에서부터 공간 구석구석 산뜻함을 더하는 초록 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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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나 농구공을 화분으로 활용한 센스는 정말이지… 그 밖에도 천장에 매달아 놓은 나이키 스니커즈나 아메리칸 스타일의 빈티지 소품 등 올스가 지향하는 자유분방하고 위트 넘치는 무드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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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가게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햇살 좋은 오후, 바에 걸터앉아 시원한 커피나 맥주에 샌드위치를 곁들이는 모습, 골목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경쾌한 훵크나 소울, 힙합 음악을 듣는 거지. 그러다 해가 질 무렵 진토닉과 하이볼을 마시며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그 밤의 공기.. 온도.. 습도.. 아, 다음에 부산 놀러 가면 꼭 다시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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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 Alls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46번길 56 1층
  • 매일 12:00-22:00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
  • @alls_coffee.and.bar

[2]
스미스 드립 커피바
“나에게 아침 5분을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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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의 어느 작은 시장 골목. 아침 8시부터 딱 3시간만 여는 모닝 카페가 있다. ‘타타 에스프레소 바’ 내에 숍인숍 개념으로 운영되는 스미스 드립 커피바. 간판 없는 가게에 들어서면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는 ‘스미스’ 씨가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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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드립 바 섹션이 매력적이다. 짙은 우드 톤의 바와 정갈하게 진열된 드립 도구들, 벽에 걸린 다양한 포스터까지. 특히 전설적인 영국 밴드 ‘더 스미스’의 포스터는 별도의 간판 없이도 이 공간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역할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 바 섹션을 통째로 훔쳐 가고 싶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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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작은 공간이라 앉아서 마실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 내부 테이블 1개와 바깥에 놓인 기다란 의자 2개가 전부. 오히려 그래서 더 캐주얼하고 느긋한 바이브가 느껴진다. 바깥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커피를 홀짝여보자. 한적하고 정겨운 주변 풍경이 소란스러운 마음에 여유를 선사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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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드립으로만 내어주는 만큼 향긋한 풍미를 가진 원두 위주로 구성된다. 평소 에티오피아 원두를 즐겨 먹는 나는 ‘에티오피아 구지 메시나 G1 내추럴’을 선택. 상큼하고 과일 단맛이 좋은 게 제대로 취향저격 당했다. 맛있는 커피를 앞에 두고 스미스 씨와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여행 이튿날 아침, 숙소 체크아웃 전 모닝커피 타임이라. 이 정도면 충분히 즐거운 여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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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ths Drip Coffeebar

  • 부산 수영구 무학로33번길 57 1층 타타 에스프레소 바
  • 월, 화, 목, 토, 일 08:00-11:00 (수, 금 휴무)
  • @smths_drip_coffeebar

[3]
라이프 커피 앤 티 달맞이
“해운대 바다가 내 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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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카페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는 라이프 커피 앤 티. 청담점에 이은 두 번째 공간을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구 브랜드 ‘비아인키노’ 부산점 내에 자리하고 있어 가구 쇼룸부터 카페와 서점까지 한 건물에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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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를 빼놓고 이곳을 설명할 순 없다. 달맞이길 언덕에 위치한 덕에 드넓은 해운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니까. 바다가 보이는 두 면 모두 커다란 통유리창이라 꼭 창가에 앉지 않아도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 성에 안 차는데요?’ 그렇다면 6층 루프탑으로 올라가 보자. 끝없이 펼쳐진 파란 물결이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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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경우 청담점과 달리 브루잉(핸드 드립)만 제공하는데, 엄선된 로스터리 두 곳과 함께 향과 맛이 풍부한 스페셜티 싱글 오리진 커피를 선보인다. 차 역시 서울 기반의 티하우스 두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 좋은 재료의 힘을 밀도 있게 느껴볼 수 있는 동서양의 싱글 에스테이트 티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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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비싸긴 하다. 커피 한 잔 가격이 최소 8,000원부터 시작하니까.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한 분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울 거다. 하지만 한 번쯤은 여기서 누리는 경험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봐도 좋겠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훌륭한 퀄리티와 트레이닝을 거친 전문 바리스타가 제공하는 세심한 서비스, 커피 한 잔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오션뷰와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바로 아래층에서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서점 및 전시 공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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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도 비싸긴 비싸고, 카드를 내밀 때 미세하게 손이 떨렸다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기꺼이 다음에도 갈 의향이 있다. 시야를 넓혀주는 경험은 언제나 그 비용 이상의 값을 하니까.

라이프 커피 앤 티 LiFE COFFEE & TEA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67 5, 6층
  • 매일 11:00-21:00
  • @wek_lifecoffee

[4]
그램파
“세련된 노신사의 단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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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파는 올해 4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카페다. 인테리어도 멋지고 커피도 잘하는 카페가 즐비한 전포동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오브제 큐레이션 브랜드 ‘39etc’의 부산점도 공간을 함께 쓰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호선 전포역에서 도보 4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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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쟁이 노신사의 단골 카페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오랜 시간 세련된 감각과 유쾌한 에너지를 유지해온 할아버지가 매일 같이 들러 커피 한 잔 마실 것 같은 곳. 차분한 브라운 컬러와 밝은 베이지 컬러의 나무 소재가 어우러져 공간의 톤을 잡아주고, 포인트로 산뜻한 그린 컬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7-9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가구와 집기는 튀지 않으면서도 하나하나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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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램파의 ‘킬포’는 귀여운 손글씨 메시지. 쓱쓱 휘갈겨 쓴 듯한 글씨체로 사물들의 위치를 가리키거나 브랜드 슬로건을 전달한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컬러풀한 글씨와 그림들이 반겨주니 얼마나 마음이 편안(?)하던지. 손글씨와 그림, 기타 그래픽 요소와 인스타그램 계정 말투까지 전반적으로 위트 넘치는 분위기를 추구하는 카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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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훌륭했다. 내가 마신 건 핸드 드립으로 제공되는 ‘그램파 커피’. 코스타리카 산 가브리엘 원두로 내어주셨는데 향긋하게 올라오는 열대과일의 풍미와 은은하게 맴도는 시나몬 향이 취향에 맞았다. 맨날 먹던 진하고 쓴 커피보다 조금 독특한 맛을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먹어보진 않았지만 디저트 메뉴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해외 도시를 모티브로 한 ‘뉴욕 올리브 파운드 케이크’와 ‘멕시코 시티 초콜릿 브라우니’, ‘시드니 코코넛 레몬 파운드 케이크’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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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파 Grampaa

  •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49번길 18 1층
  • 월, 화, 목, 금, 토, 일 11:00-21:00 (수 휴무)
  • @grampaa_official

+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을 찾은 여행자들을 위한 추가 정보 들어간다.


#숙소
웻에버
“광안리에 찾아온 아메리칸 빈티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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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요소는 숙소. 편안한 쉼을 넘어 색다른 경험의 차원에서 숙소를 소비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주목해보자. 광안리 해수욕장 부근에 위치한 웻에버는 낙후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공간을 통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하는 팀 ‘27club’의 첫 독립 건축 프로젝트다. 약 1년여의 시간 동안 디자인, 설계부터 제작 시공, 빈티지 가구 복원까지 팀 내에서 디자인과 제작을 맡은 2명의 팀원이 전부 직접 진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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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면 거실과 부엌이 있고, 3층에는 두 개의 침실, 4층에는 작은 루프탑과 전시 공간이 있다. 공간의 전체적인 컨셉은 6-70년대 해안가에 자리한 아메리칸 빈티지 하우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2017)가 떠오르는 채도 낮은 청록빛 실크 벽지는 뚜렷한 첫인상을 남기고, 다크 브라운 톤의 투박한 나무 가구와 초등학교 복도 폐목을 재가공해 작업한 바닥과 계단 등에서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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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고집이 담긴 디테일도 뜯어볼수록 매력적. 침실을 한층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머리 위 나무 책장과 조도 조절이 가능한 자체 제작 스위치, 아날로그 질감이 매력적인 빈티지 턴테이블과 오디오까지. 구조부터 세부 구성 요소 하나하나 얼마나 고민하고 고생했을지 눈에 훤하게 보이는 공간이다. 최대 4인 예약 가능이라니, 감성 좀 통하는 친구들과 놀러 가기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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웻에버 Wetever


#음식점
치킨 버거 클럽
“내슈빌 핫 치킨으로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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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수제 버거 춘추 전국 시대. 지난해 5월, 또 하나의 버거 강자가 핫하디핫한 전포동에 홀연히 등장했다. 이 당돌한 플레이어의 주 종목은 ‘내슈빌 핫 치킨’을 사용한 치킨버거. 카이앤페퍼와 14가지 향신료가 들어간 오일 베이스의 매콤한 소스를 튀긴 닭다리살에 입혔다고 한다. 이미 인기가 상당한 곳이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웨이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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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기본이 되는 ‘클래식 버거’를 비롯해 부드러운 바질 소스가 들어가는 ‘헐크’, 허니 크림치즈와 메이플 소스를 넣은 ‘더티 화이트’ 등 개성 강한 치킨버거가 주를 이룬다. 고민 끝에 내 선택은 헐크. 이름값 하겠거니 기대가 컸는데, 와,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매콤짭짤한 치킨 패티와 상큼한 바질 소스의 미친 조합은 아직도 생각나는 맛(자정을 향해 가는데 배가 많이 고프다). 버거 외에도 조각 치킨 혹은 바질페스토와 그린 올리브를 올린 ‘이탈리안 프라이’ 같은 메뉴도 맛볼 수 있으니 위장을 두둑이 불려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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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맛이 낭낭하게 풍기는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아메리칸 코믹스 무드의 그래픽 포스터나 스트릿 브랜드의 사진 포스터, 정성스레 걸어 놓은 스케이트보드, 심지어 코스트코 장바구니와 장난감 농구 골대까지 갖다 놨다. 흡사 말 징하게 안 듣는 미국 청소년들이 학교 끝나자마자 우르르 몰려와 햄버거 먹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그게 딱 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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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버거 클럽 Chicken Burger Club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21 1층
  • 매일 12:00 – 21:00 (브레이크 타임 16:00-17:00)
  • @chickenburgerclub

junghyun

About Author
김정현

라이프스타일 잡지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분야 안 가리는 프리랜스 콘텐츠 에디터. 멋있는 사람과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