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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한 아방가르드, 테슬라 모델 Y에 대하여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정우성입니다. 오늘은 테슬라 모델 Y시승기입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모델 Y를 타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개념에 대해...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정우성입니다. 오늘은 테슬라 모델 Y시승기입니다. 기능도…

2021. 04. 12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정우성입니다. 오늘은 테슬라 모델 Y시승기입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모델 Y를 타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어요. 지금까지 무수한 전기차를 시승했지만, 테슬라 모델 Y를 경험한 후에는 전기차 자체에 대해 좀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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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Y는 가장 최근의 테슬라입니다. 제가 시승했던 모델은 그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이에요.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였습니다. 베터리는 롱레인지 모델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주행가능거리는 448km입니다. 앞 차축과 뒷 차축에 모터가 각각 하나씩 있어요. 그래서 모델 Y 엉덩이를 보면 ‘듀얼모터’라고 써있어요. 네 바퀴를 모두 쓰는 상시 사륜구동입니다. 물론 오프로드 모드도 쓸 수 있습니다.

성능은 굉장합니다. 우리가 흔히 ‘가속 성능’이라고 하죠? 이 차가 어떤 힘으로 얼마나 빠르게 가속하느냐를 가늠하는 수치가 하나 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모델 Y 퍼포먼스 모델의 시속 100km 가속성능은 딱 3.7초입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와 비교해볼까요? 포르쉐 911 카레라 S의 시속 100km 가속성능이 딱 3.7초입니다. 911 카레라 4S는 사륜구동 모델인데요, 네 바퀴를 다 쓰기 때문에 0.1초 빠릅니다. 3.6초예요. 포르쉐 911 최고의 기함, 911 터보 S의 시속 100km 가속 성능이 2.7초예요. 감이 좀 오세요?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 모델은 포르쉐 상위 모델만큼 빠릅니다. 이 차가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이지 비인간적인 속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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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보면, 일단 출발과 동시에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검정색 동그라미가 점점 좁아지면서 눈 앞에 있는 모든 풍경들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합니다. 그러는 동안 발바닥에서부터 뭔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아, 인간의 몸은 역시 70%가 수분이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느낌이 순식간에 뱃속 언저리까지 오면 일단 한 번 ‘출렁’ 합니다. 그대로 명치와 목을 타고 올라와 관자놀이를 지나 정수리에서 ‘펑’ 하고 터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몸 속의 수분(결국 피겠죠?)이 점점 빠르게 돌다 머리 끝에서 느낌표 하나를 진하게 찍어버리고 마는 아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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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를 세운 후에도 몇 마리 나비가 이마 주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몇 번의 종소리를 들을 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무서울 수 있지만, 이 모든 느낌이 기본적으로는 굉장한 쾌락이에요. 놀이동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탈 것이 롤러코스터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본능에 가까운 감각이거든요. 중독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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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 모델은 그렇게 달릴 줄 아는 전기차입니다. 게다가 전기차의 배터리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차체의 가장 낮은 부분에 넓게 깔려 있어요.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무겁고 비싼 부품이기도 하죠. 그 무게가 차체의 가장 낮은 부분에 자리잡고 있다는 건, 그대로 차체 자체의 무게 중심이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다양한 각도의 코너를 만났을 때도 굉장히 안정적인 기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건 테슬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기차가 공히 공유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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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모델 Y를 운전하는 내내 이 차가 미국차라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다른 모델도 그렇겠지만, 모델 Y는 유난히 ‘달릴 줄 아는’ 자동차의 감각을 견지하고 있어요. 흔히 생각하는 미국차의 감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미국차의 감각은 거실 소파처럼 안락하고 푹신한 감각에 가까워요. 시트 자체도 푹신하고 차체의 감각도 둥글둥글해서 누가 타도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승차감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 Y는 그렇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유럽차의 감각에 가깝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그 ‘타이트’한 감각이 운전하는 감각에 재미를 보태주는 식이에요. 익숙해지면 아주 즐거울 겁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재미라는 건, 역시 내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정도로 달리며 꺾이고 멈추는 그 기본적인 감각에 달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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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황량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흔히 ‘디자인 언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요, 테슬라의 언어는 침묵에 가깝습니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두 개의 동그란 버튼과 두 개의 레버, 15인체 센터 디스플레이가 전부거든요. 그 아래에는 휴대전화 두 대를 무선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실내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는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왼쪽 1/3 정도는 주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표시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정말이지 풍성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어요.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쓰는게 일반적일 겁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수도, 간단한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모델 Y의 안팎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감상과 사용법은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오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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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OTA라고 하죠? 오버 더 에어 프로그래밍, Over The Air programming의 약자입니다. 테슬라는 차량용 OS를 블루투스 혹은 와이파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게 진짜 혁신일 겁니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워지는 것은 물론, 기계적 성능까지 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하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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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Full Self-Driving)라고 부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도 마찬가지에요. 차를 살 때 옵션으로 추가할 수도 있고,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활성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장착돼 있는 카메라의 용도를 블랙박스로 추가하는 기능이 생기면 그 역시 OTA 업데이트를 통해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신형 테슬라가 되는 거에요. OS를 업데이트했을 때 새로운 기능이 생긴다는 건 휴대폰이랑 비슷하죠?

지금 테슬라가 혁신인 이유는 폭발적인 성능, 새로운 디자인 언어, 일론 머스크의 스타성 때문이 아닙니다. 테슬라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이죠. 미래 모빌리티는 그 자체로 플랫폼이라는 말을 많이 하죠? 테슬라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한 대 한 대가 플랫폼이에요. 어떤 것을 담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도 그런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테슬라가 가장 빠르고 민첩하게 모든 이미지와 실재를 선점하고 있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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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숙지한 후에 테슬라 모델 Y를 다시 보면, 황량하다시피 했던 인테리어의 모든 여백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테슬라가 지금 비워놓은 여백 사이에는 이미 몇 수를 앞서 가는 기술과 도전이 숨어있다는 걸 믿게 되는 거죠. 어떤 기능이 어떤 식으로 우리 생활을 바꿔줄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용감한 그릇을 하나 갖게 되는 셈이에요.

이제 자동차라는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테슬라는 그 전선에 있죠. 과감하고 용맹하게, 어쩌면 상상력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테슬라를 소유한다는 건 그냥 새 차를 한 대 사는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용맹한 아방가르드와 미래의 흥분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과 같아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곳을 지향하는 미래. S3XY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모델 Y를 시승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더파크 모델 Y 리뷰 영상을 보고 싶다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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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정우성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 공동체 '더파크' 대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니카, 나무를 좋아합니다. 요가 에세이 '단정한 실패'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