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왜 내 눈 앞에 나타나

난 누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 싫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당신 거나 신경쓰세요. 심지어 우리 엄마한테도 잔소리를 들어본...
난 누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 싫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2016. 11. 25

난 누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 싫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당신 거나 신경쓰세요. 심지어 우리 엄마한테도 잔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네 인생은 너의 것. 결국 니가 알아서 해.’가 우리 엄마의 자식 교육 철학이니까. 제일 싫은 건,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이다.

이제사 솔직히 고백한다. 전통주 시음회가 있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난 시큰둥했었다. ‘우리 술은 좋은 것,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니까 우리나라 술을 마셔야지’ 이런 뻔한 이야기를 생각했다. 하지만 다녀와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술도 싱글몰트 위스키 못지 않은 맛과 멋들어진 이야기를 품고 있는 멋진 술이었다.

세상엔 맛있는 술이 너무 많아

반얀트리 호텔에서 2015년 우리술품평회에서 입상한 술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진 재야의 고수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하고 귀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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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엔 푸짐한 안주도 준비되어 있었다. 솔잎으로 빚어 향긋함이 살아있는 담솔로 마리네이드한 연어는 혀위에서 요염을 떨었다. 예산의 사과 와인과 고창의 복분자를 더한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육회를 채운 미니 버거는 맛이 강하지 않아 어떤 전통주와도 훌륭하게 어우러졌다. 안주 한 입, 술 한 입 그리고 다시 술 한 입 안주 하나의 무한 반복…

Processed with VSCO with g3 preset[오늘은 맛보기다. 이렇게나 많은 것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차차 다뤄보도록 하겠다.]

소개팅처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모든 것을 알겠다고 덤볐다간 당신도 상대도 나가 떨어져버리고 만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다. 오늘은 시음회에서 맛본 술 중에 나 같은 전통주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술부터 아주 살짝 소개해보겠다. 맛있고 재밌다.

제주샘 오메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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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다녀와서 오메기떡을 사다 주면 그게 바로 그린라이트라는데, 오메기떡으로 빚은 오메기 술을 선물하면 이건 얼마나 위대한 슈퍼 파워 그린 라이트일까? 입맛을 쩝쩝다시게 하는 들큰한 맛과 누룩의 시큼한 맛이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술이다.

술샘 술취한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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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기 전에 눈으로 취하는 술.  곱디 고운 붉은 색을 보면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상상이 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지만, 의외로 맛은 담백한 편이다. 이때 붉은 색은 색소가 아니라, 홍국균으로 낸 자연의 색이다.

우리술 톡쏘는 알밤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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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그 맛. 바밤바 맛이 나는 알밤 동동 막걸리.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묵직한 맛이 나는 재료와 기가 막힌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시음회 자리에는 업사이드다운 캔 제품을 볼 수 있었는데, 바닥의 침전물이 잘 섞이도록 위아래로 흔들 필요 없이 애초에 위아래가 뒤바뀌어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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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 백련살균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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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백련잎을 이용해 맑고 고운 백련살균 미스티. 사찰에서 스님들이 나물과 함께 즐겼다는 백련 곡차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술이다. 맛이 깨끗하면서, 가볍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굴려보면 은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가듯 맑은 맛이 입안에서 데구르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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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