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애플의 책

예전에 누가 내게 그랬다. 애플 제품이면 ‘종이 쪼가리’라도 사지 않겠냐고. 사과 로고에 대한 나의 집착을 빗댄 농담이었다. 그땐 무슨 헛소리냐고...
예전에 누가 내게 그랬다. 애플 제품이면 ‘종이 쪼가리’라도 사지 않겠냐고. 사과 로고에…

2016. 11. 15

예전에 누가 내게 그랬다. 애플 제품이면 ‘종이 쪼가리’라도 사지 않겠냐고. 사과 로고에 대한 나의 집착을 빗댄 농담이었다. 그땐 무슨 헛소리냐고 깔깔 웃었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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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책을 냈다. 맥북도 만들고 애플펜슬도 만들었는데, 책을 낸 게 뭐 대수냐고? 아니아니. 맥북말고 진짜 책 말이다. 종이 위에 내용이 인쇄돼서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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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에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애플이 제품군의 현재와 과거를 담은 포토 북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출시한다. 총 450장의 사진을 통해 애플 디자인의 20년 역사를 보여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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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역사라고 하면 가장 상징적인 그림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시작되는 인류의 진화 과정처럼 줄지어선 아이맥의 진화 과정 말이다. 책 속에는 1998년 처음 출시된 아이맥부터 2015년 출시된 애플펜슬까지 다양한 제품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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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제품 디자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애플 디자인 팀에서 사용해온 소재와 기술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이 책은 애플의 제품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가장 세련된 설명서인 셈이다. 가장 비싼 설명서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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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앤드류 주커맨이 작업한 450장의 사진은 특수 제작 염색된 종이에 로우 고스트 잉크로 인쇄돼 있다. 특수 가공을 거쳐 은빛 무광 도금 가장자리를 더한 으리으리한 물건이라고. 사과 로고가 박힌 포토 북이니 가격도 으리으리하다. 소형은 24만 9,000원. 대형은 39만 9,000원이다. 11월 16일 수요일부터 호주,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한국, 대만, 미국, 영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전파인증이 필요없는 물건이라 그런지 간만에 1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됐다.

지금 당장 구입 가능하니 궁금하면 ‘여기’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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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집은 스티브 잡스를 기리기 위해 출간됐다고 한다.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 방문했을 때 복도 곳곳에서 만났던 추모의 흔적이 떠오른다. 철저히 디지털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종이책을 만들었다. 기억과 기록에 대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예다.

무슨 책을 이렇게 요란하게 만들었을까. 괜히 갖고 싶게 말이지. 아이북이 아니라 어른북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러니까 애플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