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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말해봐요, 요가북

레노버 요가북을 만나고 왔다. 9,900원 무한리필 뷔페 같은 제품이었다. 어떻게 하는 거 좋아해? 손으로? 옆으로? 접어서? 야외에서? 네가 뭘 좋아할지...
레노버 요가북을 만나고 왔다. 9,900원 무한리필 뷔페 같은 제품이었다. 어떻게 하는 거…

2016. 11. 11

레노버 요가북을 만나고 왔다. 9,900원 무한리필 뷔페 같은 제품이었다. 어떻게 하는 거 좋아해? 손으로? 옆으로? 접어서? 야외에서?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골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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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인 스펙을 살펴보자. 가볍다. 소름 끼치게. 무게 690g에 두께 9.6mm. 모나미 볼펜보다 얇다. 왜 요즘 모든 건(나 빼고) 얇고 가벼워만 지는가. IT 기기 보면서도 다이어트를 떠올려야 하다니, 각박한 세상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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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북의 든든한 친구 리얼펜을 살펴보자. 이름처럼 진짜 펜이다. 무슨 말이냐면 종이에도 쓰고, 키보드 위에서도 쓰고, 터치 스크린 위에서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충전을 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2,048단계 필압을 지원하고 100도까지 기울기를 감지한다. 딜레이가 없어서 더 리얼하다. 실제로 써보면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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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레노버는 행사장 한편에는 요가북으로 캐리커처와 캘리그래피를 해주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오늘은 유독 내 얼굴이 못생겨 보이는 것 같아서 캐리커처는 도전하지 않았다. 대신 디 에디트로 캘리그래피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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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이게 그 결과물이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 참 잘 지었다. 마음에 쏙 든다. 나중에 명함도 이걸로 팔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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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가북이 아날로그적 경험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크리에이트 패드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본다. 물론 펜도 중요하지만, 만년필을 써본적 있는 사람은 알 거다. 아무리 좋은 만년필을 써도 필기감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로 종이다. 우리가 터치 스크린 위에서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는 쓰는 것이 불편했던 이유는 미끄러지는 유리 소재 때문이다. 요가북은 영리하게도 패드 위에 특수처리를 더해 정말 종이 위에 필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 사각사각,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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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특별하다. 이 위에 진짜 종이를 올려두고 리얼 펜으로 필기를 하면 스크린 위에서 바로 디지털로 인식이 된다. 어떤 종이든 상관없다. 심지어 냅킨도 된다. 카페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냅킨 위에 끄적이고, 다쓴 냅킨은 버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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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리에이트 패드는 키보드도 된다. 풀 사이즈 터치 백라이트 키보드는 햅틱 반응 기능을 내장해 도서관처럼 조용한 환경에서도 소음 없이 마음껏 타이핑 가능하다. 지금 내 옆에서 키보드가 망가져라 타이핑을 하고 있는 에디터H에게 주고 싶다. 키도 딱 붙어있는 맥북 키보드로 어쩜 저렇게 시끄럽게 타자를 치는 걸까.

근사한 기능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오타 없이 빠르게 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안 그래도 자꾸 오타를 내는 나에겐 한 문장을 온전히 치는데 몇 번의 delete가 필요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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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가 많은 녀석이다. 반으로 접어 태블릿PC처럼 쓸 수도 있고, 리얼펜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각 잡고 필기를 해야할 때가 오면 진짜 종이 위에 필기한다. 펼쳐서 노트북처럼 쓸 수도 있다. 이렇게 가볍고 유연한 몸놀림이 가능한 건, 와치 밴드 힌지 덕분이다. 언뜻보면 스프링 노트처럼 보이고, 자세히 보면 SF 영화에 나오는 로봇의 부품처럼 보인다. 덕분에 360도로 부드럽게 돌아가고, 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나도 와치 밴드 힌지를 장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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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북은 윈도우 10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두 가지 버전으로 11번가를 통해 출시된다. 가격은 안드로이드 와이파이 버전이 59만 9,000원, 윈도우 10 와이파이 모델은 69만 9,000원. 가격도 나쁘지 않다. 만져보고 오니 괜히 지름신이 와서 11번가에 몇 번이나 들락날락.

본래 태블릿PC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소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기기다. 때문에 물리적 키보드는 버리고 대신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를 취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아졌다. 맥북 프로의 터치바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돌려돌려 서피스 다이얼도, 그리고 오늘 소개한 레노버 요가북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방식의 입력 장치를 통해 우리는 더 쿨한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이제 중요한 건, 콘텐츠의 내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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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사실 디에디트에서 테크를 담당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에디터H건만, 요즘 그녀가 강의에 방송에 바빠도 너무 바쁜 몸이 되어버렸다.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야. 오오~’ god 오빠들의 노래를 흥얼대며 이 기사를 마친다. 그럼 여러분 안녕, 여러분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 바라면 다음에 그녀의 요가북 롱텀 리뷰 같은 걸로 돌아올지도!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