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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크리스마스

띵똥!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일 년 동안 수고했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만의 둥지를 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아직 크리스마스는 조금...
띵똥!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일 년 동안 수고했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만의…

2016. 11. 09

띵똥!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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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동안 수고했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만의 둥지를 튼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아직 크리스마스는 조금 남았지만, 산타의 나라 스웨덴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일 년 동안(정확하게 말하자면 4개월 동안) 개미처럼 일했더니 받은 선물인가. 선물을 받았으면 그 자리에서 뜯는 것이 인지상정, 뽀작뽀작 뜯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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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정체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이건 어쩌면 내가 곧 이어폰 단자가 없는 아이폰7을 사게 될 거라는 신의 계시인지도 몰라. 선물과 함께 도착한 이메일엔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이 분명한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Sudio는 스톡홀름 작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평균 나이 27살 직원들이 젊으며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27살이라니, 젊구나 젊어, 그래 젊음은 중요하지. 그리고 이런 말도 적혀있었다.

“저의 마케팅 방법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조언이 있으면 언제나 welcome이에요. 좋아해요!”

음, 아마 한국말에 능숙한 사람을 고용해서 문장을 고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에게 편지를 받은 기분. 평균 27살의 북유럽 청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 잠깐 딴길로 샜구나. 다시 선물로 돌아와야지. 수디오의 블루투스 이어폰, VASA BLÅ는 회사 설립 전부터 꿈꿔왔던 수디오의 첫 블루투스 모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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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구성이다. 특히 이어폰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가죽 파우치가 고급스럽다. 이어폰과 깔맞춤한 로즈골드 컬러의 메탈 클립도 보인다. 북유럽 청년들이 여자의 마음을 아네. 우리는 이런 작은 걸로 감동하는 법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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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디오의 모든 제품은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디테일이 좋다. 고무팁을 빼면 이어폰을 따라 흐르는 선이 곱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품마다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공식사이트에서 주문번호를 검색하면 1년간 매우 관대한 무료교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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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귀에 껴본다. 가볍다. 14g의 무게는 아무것도 끼지 않은 기분이 들 정도. 게다가 연결된 선이 없으니 움직임이 자유롭다. 요즘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는데, 운동 할 때 딱이겠어. 좀 달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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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어보자.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시나트라 아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소리를 잘 아는 것을 아니지만, 어떤 한 음이 강조되지 않은 균형 좋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저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인이어 이어폰 같은 경우, 잠깐은 좋지만 장시간 착용 시 귀를 고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소리’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흥얼거리듯 노래를 부르는 시나트라 아저씨의 음색을 그대로 살려준다. 과한 악기를 사용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악기 하나하나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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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배터리가 나갔다. 내가 그동안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지 않았던 이유가 생각났다. 바로 충전이다. 내 방의 멀티탭은 이미 열일 중이다. 맥북, 애플워치, 아이폰 그리고 최근 등장한 전기장판까지. 여기에 이어폰 충전까지 얹고 싶지 않았다. 수디오의 VASA BLÅ 블루투스 이어폰은 100% 충전을 위해서는 꼬박 120분이 걸린다. 아, 포기해야 하는 건가 밀어내려는 찰나, 처음 10분간의 급속충전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보인다. 밀당을 아는 녀석이다. 사용시간은 음악을 들었을 때 8시간, 단순히 켜져 있기만 한다면 10일 정도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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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 균형 잡힌 소리, 자유로운 움직임까지 괜찮은 이어폰이었다. 물론 가격이 12만 3,000원으로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충전도 필요하다. 좋은 점도 확실하고, 단점도 확실한 녀석이니까, 아직은 이 녀석과의 썸을 조금 더 즐겨봐야지.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