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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조 사세요, 겐조요

이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온갖 기기는 사랑하지만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내 사랑하는 디에디트 독자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이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온갖 기기는 사랑하지만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어…

2016. 11. 03

이 기사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온갖 기기는 사랑하지만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내 사랑하는 디에디트 독자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결국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분이 관심이 있건 없건, H&M과 겐조의 만남의 핫핫 쏘 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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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오늘, 지금, 바로 이순간, H&M(에디터H와 에디터M이 아니다)과 겐조가 함께 만든 컬렉션이 판매를 시작했다! SPA 브랜드인 H&M은 원래 매년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재작년엔 알렉산더 왕, 작년엔 발망. 모두 하나같이 완판을 기록했지. 아주 저렴한 브랜드가 아주 비싼 브랜드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이라고 보면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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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ch_234234[2015년 H&M 발망 컬렉션, 그리고 에디터H가 사고 싶어했던 그 티셔츠…아니 저걸 왜?]

특히 작년 발망의 경우는 대단했다. 판매 시작 일주일 전부터 서울 명동 H&M 매장 앞은 노숙을 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뤘다(애플워치도 아닌데 노숙이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게다가 인터넷 게시판엔 원래 가격의 몇 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일단 가까운 예로 에디터H부터 난리였다. 그냥 흰 반팔티에 ‘BALMAIN’이란 글자가 프린트되어 있을 뿐인 티셔츠를 4만 9,000원에 사겠다고 수선을 떨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에디터H는 결국 사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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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촉이 좋은 H&M이 이번엔 겐조를 간택했다. 겐조는 젊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겐조 하면 아마 아직도 아래 사진 속 호랑이 얼굴이 그려진 맨투맨티를 떠올릴 것이다. 요즘 핫한 오방낭을 연상케 하는 총천연색의 화려한 컬러 그리고 과감한 애니멀 프린트는 겐조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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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겐조다. 어흥]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사지 않아도 좋다. 일단 보자. 어차피 다 솔드 아웃일 테니까. 벌써부터 대박의 냄새가 난다. 킁킁. 아마 당신이 이번 컬렉션을 사고 싶어 한대도, 그건 온 우주의 기운이 뒤따라 주어야만 가능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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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눈이 부셔 오오오오오! 봐서 알겠지만 일단 아주 많이 화려하다. 단색이나, 무채색 같은 건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평범한 다운 재킷 하나에도 겐조 특유의 화려한 양념을 톡톡 뿌려냈다. 어떤 건 양념을 너무 너무 과하게 쳐서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 저 핑크 모자는 정말 쓰라고 만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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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겁먹을 건 없다. 저 아이템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패션 감각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자. 겐조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이렇게 화려한 컬러의 스웨터는 무채색 일색인 겨울 패션에 반짝이는 구원투수가 되어줄 것이다. 힘을 주는 아이템 한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톤을 낮추면, 꽤 근사한 스타일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우리나라에서 꽤 고가인 겐조를 저렴한 가격으로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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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양말, 속옷 같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이템을 명품으로 질렀을 때야 비로소 내가 진정으로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내 통장을 위협하는 발언이지만 어쩐지 수긍이 가는 좋은 말이다. 옷이 부담스럽다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작고 귀여운 아이템을 겐조로 질러보자.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 쇼핑백처럼 보이는 겐조 24만 9,000원 짜리 레더 백이 좋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건 옷을 구매할 때 환경 부담금 100원만 내고 받아오는 종이 봉투가 아니다. 가죽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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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H&M x 겐조 컬렉션은 서울 명동점, 잠실점, 압구정점, 그리고 부산 센텀시티점 이렇게 4개 매장에서 오전 8시부터 살 수 있으며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오전 9시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일단 사고 나중에 중고나라에 비싼 값으로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단 7개까지만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은 수량 제한 없이 살 수 있다고 하니, 우리 겐테크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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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