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외출하기 전엔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챙긴다. 립스틱을 발라본지 오래다. 삭막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집 밖은 위험한 이 시절에,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줄만한 소식을 준비했다. 애플이 지난 1월에 개최했던 ‘야간 모드 사진 챌린지’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참으로 영민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저조도 사진에서 저조했던 아이폰이 ‘야간 모드’라는 야심작을 통해 얼마나 밝아졌는지를 대대적으로 보여줄만한 기회였으니까. 전세계의 아이폰11 시리즈 사용자들이 밤을 밝히는 야간 모드를 이용해 수많은 사진을 보내온 것은 물론이다.
수천 점의 응모작이 있었지만 수상작은 딱 여섯 개다. 타일러 밋첼, 필 쉴러, 말렌 페저하이 같은 저명 인사들이 고심 끝에 뽑았다고 하니 지금부터 감상해보자. 사진 밑에 심사위원들의 코멘트를 달아두었다.
콘스탄틴 찰라보프(Konstantin Chalabov) (모스크바, 러시아), iPhone 11 Pro
필 쉴러 “콘스탄틴의 사진은 야간 모드로 촬영한 슈퍼–드라마틱한 이미지이다. 냉전시대 스파이를 다룬 대작 영화의 오프닝 장면도 될 수 있을듯 하다. 이 사진은 우리에게 ‘운전자는 어디 있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왜 여기서 멈춰서 있지?’ 같은 본능적인 질문을 던진다. 차가운 안개가 푸른색을 띄는 러시아의 산허리와 눈 덮인 땅에 자욱한 가운데, 선명한 붉은색의 외로운 차량은 알 수 없는 위험에 놓였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브룩스 크래프트 “이렇게 눈 덮인 외진 곳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를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 같은 장면이다. 야간 모드가 푸른 빛의 외부 색조를 아름답게 포착하는 것은 물론 트럭 운전석 내부의 전구빛과 트럭의 불빛 등 다양한 범위의 빛들을 폭넓게 담고 있다.”
안드레이 마누이로프(Andrei Manuilov) (모스크바, 러시아), iPhone 11 Pro Max
새라 리 “오직 야간 모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란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아름답게 구성되고, 대칭을 잘 활용했으며, 뻔한 클리셰 없이 인구 밀도 높은 도시 공간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매력적인 스토리로 소통한다. 이 작품은 주제 면에서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의 ‘Architecture of Density(밀도의 건축)’를 떠올리게 하지만, 구성적인 면에서 포토그래퍼는 매우 흥미로운 자신만의 독창적인 테이크를 갖고 있다.”
밋선 소니(Mitsun Soni) (뭄바이, 마하라슈트라, 인도), iPhone 11 Pro
아렘 듀플레시스 “나무와 땅의 풍부한 붉은색이 이 사진에 이 세상 것이 아닌듯한 퀄리티를 선사한다. 밤하늘과 짝을 이뤄,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다.”
루벤 P. 베스코스(Rubén P. Bescós) (팜플로나, 나바라, 스페인), iPhone 11 Pro Max
알렉스비 리 “노출 설정을 이용해 야간 모드를 탁월하게 활용하면서, 포토그래퍼는 도시의 불빛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아내는 실루엣을 담아냈다. 사진 속 지면은 역광으로 촬영할 때 아름다운 질감을 드러낸다. 간단한 구성이 보는 이를 빠르게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훌륭한 화질을 전달하고 있다.”
루스탐 샤기모르다노프(Rustam Shagimordanov) (모스크바, 러시아), iPhone 11
말린 페저하이 “붉은색 오두막집의 불빛들이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여러 레이어들이 깊이감을 형성하고,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겨울 저녁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사진이다.”
유 “에릭” 장 (Yu “Eric” Zhang) (베이징, 중국), iPhone 11 Pro Max
아렘 듀플레시스 “이 사진은 사진의 리얼한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피어오르는 수증기, 불빛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드러나는 인물들이 모두 완벽하게 정렬을 이루는 순간을 마법처럼 포착해낸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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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