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월간B추천] 기세가 좋구나

안녕, 아직도 패딩을 개시하지 않은 에디터B다. 아무리 안 추워도 1월은 1월. 새해가 되면 희망적인 뉴스, 긍정적인 뉴스가 많이 나온다. 내가 뽑은...
안녕, 아직도 패딩을 개시하지 않은 에디터B다. 아무리 안 추워도 1월은 1월. 새해가 되면…

2020. 01. 15

안녕, 아직도 패딩을 개시하지 않은 에디터B다. 아무리 안 추워도 1월은 1월. 새해가 되면 희망적인 뉴스, 긍정적인 뉴스가 많이 나온다. 내가 뽑은 경자년의 굿 뉴스는 2020년에 만나볼 영화가 어느 때보다 넘쳐난다는 거다. 특히 류승완, 이준익, <부산행>의 연상호, <관상>의 한재림 감독 등 후속작이 기대되는 감독들도 우르르 복귀한다. 전도연, 송강호, 황정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작품도 기대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도 역시 굿 뉴스. <기생충>의 대사가 떠오른다. “이야, 기세가 좋구나” 기운 좋게 올해 첫 [월간B추천]을 시작해보자.


“한국 영화 좋아해?”
<광식이 동생 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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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얘기로 글을 시작한 김에 영화 추천부터 시작한다. 왓챠 플레이(이하 왓챠)에는 볼만한 한국영화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 나처럼 외화보다 한국영화를 더 즐겨보는 사람에게는 왓챠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은행나무 침대>를 봤는데 복수를 꿈꾸며 천년만년 한석규를 스토킹하는 황장군을 보며 역시 끈질긴 면이 있어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왓챠 1월 신작 중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포함되어있다. 김주혁의 대표작이다. 다른 분들은 김주혁 하면 어떤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방자전>? <비밀은 없다>? 아니면 <독전>? 나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김주혁은 극 중에서 소심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답답할 정도로 착한 사람을 연기했는데, 그 캐릭터를 보면 동생들의 장난을 다 받아주던 착한 <1박 2일>의 김주혁이 생각난다. 2005년 개봉작이니 벌써 15년이 흘렀다. 극 중에서 김주혁이 ‘세월이 가면’을 부르는 장면을 보면 한참 동안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찾게 될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줄거리 설명을 안 했네. 한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다. ‘연애 못 하는 형과 연애 잘하는 동생이 겪는 찌질한 연애 성장통’.

감독 김현석
출연 김주혁, 봉태규, 이요원, 김아중
플랫폼 왓챠플레이


“내부자들 좋아해?”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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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추천하면서 “이거 100퍼센트 꿀잼”이라고 감히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부자들> 이후에 우민호 감독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난 여전히 갸우뚱하니까. 아니다 다를까 <마약왕>에서 약 180만 명만 동원하며 관객과 평단에게 동시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추천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지루했던 139분짜리 영화 <마약왕>의 실패를 교훈 삼아 114분의 <남산의 부장들>은 쫄깃하고 빠른 전개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첫 번째.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사건을 소재로 하는데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은 명절에 개봉하는 그 패기가 대단하다는 게 두 번째. 마지막 세 번째는 <내부자들>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몰라도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드는 능력은 탁월했기 때문.

<남산의 부장들>은 우민호 감독의 욕망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라고 한다. <관상>, <궁합>, <명당>이 역학 3부작이라고 했던 것에 뒤통수를 맞은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3부작’ 마케팅은 여전히 궁금하다. ‘이 감독, 다 계획이 있었구나?!’ 같은 느낌을 준다. 만약 가족 중에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지지자가 있다면 <해치지 않아>, <미스터 주> 같은 동물이 주인공이 영화를 보자. 동물에게는 이념이 없으니까.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개봉일 1월 22일


“DC 드라마 좋아해?”
<DC 타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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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히어로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늘을 날던 아이언맨은 은퇴 후 동물들과 동거 중이고(닥터 두리틀)이 되었고, 캡틴 아메리카는 은퇴 후 살인사건(나이브스 아웃)에 휘말렸다. 히어로 비성수기인 지금 본의 아니게 금단 증상에 겪는다면 <DC 타이탄>을 추천한다. 어두운 히어로물도 괜찮다면 말이다.

<DC 타이탄>은 예전에 ‘정주행 열차를 타라’라는 글에서 한 번 추천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시즌2다. 첫 번째 시즌이 상처투성이 인물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두 번째 시즌에서는 동거를 하며 겪을 만한 문제가 나온다. 잘난 형을 시기하는 동생이라든지,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는 형이라든지.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은 여전히 배트맨의 사이드킥 로빈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로빈과 아이들은 타이탄즈라는 히어로팀을 만든다. 하지만 모든 히어로 영화가 그렇듯 내부 분열과 외부의 방해로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에피소드 13회
출연 브렌턴 스웨이츠, 티건 크로프트, 애나 디옵, 라이언 포터 등
플랫폼
넷플릭스


“김다미 좋아해?”
<이태원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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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도 많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또 종영된다. 그 중에서 <이태원 클라쓰>를 콕 집어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는 김다미의 두 번째 출연작이기 때문이다. 농도짙은 사심 같지만 잘 들어보면 나름 이유가 있으니 한 번만 들어달라.

2018년 <마녀>로 혜성 같이 등장한 신인배우 김다미는 그 해 수상한 신인상만 해도 다섯 개 이상이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사바하>의 이재인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했지만, 청룡영화상, 대종상, 디렉터스 컷 어워드, 부일영화제에서 모두 신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 뒤로 1년 넘도록 작품 활동을 안 했다. 이유는 후속편으로 나와야 했던 <마녀>가 높은 제작비 문제로 전혀 시작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배우가 일 년 넘게 강제 휴식을 하다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니 <이태원 클라쓰>가 기대될 수밖에.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연 많은 청춘들의 복수와 성공을 꿈꾸는 창업 신화’ 정도가 된다. 원작은 다음 웹툰. 김다미 말고도 젊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원작 싱크로율이 아주 높은 박서준, 배우로 자리 잡아가는 권나라, 충무로의 블루칩이 될 예정인 이주영 등. 참고로 <마녀2>는 제작비를 합의하고 2020년 중에 촬영 개시하기로 했단다. 이건 감독 오피셜.

방영일 금-토 10:50(첫방송 1월 31일)
출연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 김동희, 이주영 등
채널 JTBC


“실험적인 예능 좋아해?”
<금요일 금요일 밤에>

마지막은 예능이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방송사들은 분주하다. “우리 파일럿해요” “저희두요” “우리는 아육대 또 할 거예요!” 하지만 뭔가 싶어서 보면 출연자는 거기서 거기. 기획도 비슷하다. 먹방, 음악방송, 육아방송, 관찰예능을 빼면 방송을 만들 수 없는 걸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지독한 TV 애청자였던 내가 이렇게 TV와 멀어지는 걸 보면 TV가 위기이긴 한가보다. 그 와중에 나영석은 새로운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에는 15분짜리 예능 6개를 프로그램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예능이다. 미술, 과학, 요리, 스포츠 등 여섯 개의 짧은 코너라, 유튜브 같기도 하다. 실제로 한 프로그램을 보면 ‘자동 재생 타이머’가 나타난다. 나영석 PD가 말하는 기획 의도를 들어보니 유튜브 때문에 생긴 위기감 때문이라고 한다. 제작 발표회에서 말한 의도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요즘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길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로 치면 대하드라마 같다. 방송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신서유기도 클립으로만 시청하는 분이 많다. 10분 보고 다른 걸 보는 패턴이라면 그것에 맞춰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시청률이 낮게 나올 걸 각오하고 만들었다고 하던데, 실패할 수 있어도 시도할 수 있는 태도가 멋있고 부럽고 응원한다. 생각해보면 ‘나영석 예능’이라는 브랜드가 있다는 게 콘텐츠 기획자로서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가 싶다.

방영일 금요일 오후 9시 10분
출연 이승기, 이서진, 은지원, 장도연, 홍진경 등
채널 tvN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