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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이거 어때?

안녕, 디에디트 에디터B다. 나는 사실 많은 종류의 앱을 쓰지는 않는다. 일단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촬영이나 편집 앱이...
안녕, 디에디트 에디터B다. 나는 사실 많은 종류의 앱을 쓰지는 않는다. 일단 사진…

2019. 12. 16

안녕, 디에디트 에디터B다. 나는 사실 많은 종류의 앱을 쓰지는 않는다. 일단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촬영이나 편집 앱이 별로 없고, 모바일 게임을 거의 하지 않으니 게임 앱도 없다. 주식이나 펀드를 하지 않고, 전자책도 읽지 않아서 관련 앱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나는 참 미니멀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내 폰을 들여다보니 남들에게 없는 앱이 몇 개 보이더라. 인기 앱 순위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에게는 심적인 위로를 주는 앱이다. 오늘은 내가 퇴근 후 쓰는 안드로이드 앱을 소개하려고 한다. 키워드는 아날로그와 힐링이다.


[1]
“나는 최선을 다한 내가 좋습니다”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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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명상 앱이다. 혜민스님이 만든 앱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나름 유명해졌다. 나는 이 앱을 머릿속이 복잡할 때 종종 이용하는데,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는데도 업무와 연결이 해제되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분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인데 말이다. 그럴 때 코끼리를 하며 연결 해제를 시도한다. 나는 ‘저녁 시간을 위한 명상’ 같은 걸 좋아하는데, 명상을 시작하면 혜민스님이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오프닝 멘트를 하시며 자신의 말을 따라 하라고 한다.

“나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산 내가 좋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제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는 오늘 밤 편안히 휴식할 자격이 있습니다”

오그라들 거 같지만 효과가 있다. 명상 같은 걸 왜 하는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거다. 나도 고작 앱으로 몇 번 해봤을 뿐이라 ‘명상을 한다’고 말하기엔 몹시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유를 설명하자면 ‘가끔’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명상이 모든 이에게 항상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애초에 그런 초만능치료제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조금이라도 복구하고 싶다면 도움이 될 거다. 아 참, 코끼리는 플레이 스토어 2019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으로도 선정되었다. 박수 짝짝.


[2]
“그럼 답장 기다릴게요”
슬로우리(
Slow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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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설치된 틴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틴더를 하면 취향이 맞는 친구를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더라. 그 말에 혹해 앱을 켜서 사용해봤는데… 얼굴만 보고 화면을 쓱쓱 넘기는 시스템이었다. ‘음…? 친구를 찾는데 왜 얼굴이 필요하지? 취향보고 사귀지 얼굴보고 사귀나?’ 그래서 틴더를 지우고 대신 이 앱을 쓰고있다. 소개한다, 슬로우리.

친구를 사귈 거라면 많은 면에서 슬로우리가 틴더보다 낫다. 일단 취향 기반으로 전 세계의 친구를 매칭해준다는 점, 오직 편지로만 대화하며 얼굴은 비공개라는 점이 큰 장점. 쉽게 말해 펜팔 앱이다. 한 가지 재밌는 건은 편지가 배달되는 시간이 둘 사이의 거리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칠리아에 있을 땐 편지 하나 오는 데 시간이 하루 정도는 걸리는 것 같더라. 나는 슬로우리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4개월째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도 있다. 나는 그 친구가 영화를 좋아하고 <겨울왕국2>를 두 번 봤으며, 한화 이글스의 팬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얼굴은 당연히 모른다. 정말 친구가 목적이라면 그냥 슬로우리를 쓰자.


[3]
“걸으면 암호화폐를 드려요”
림포(
Lym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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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걷는 만큼 돈을 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원대로 그런 앱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한결같이 요구하는 게 많더라. 포인트는 쪼금 밖에 안 주면서 잠금 화면에 뭘 설치하라고 하더라.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몇 포인트에 내 배경화면을 내어줄 순 없었다.

그러다 림포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이건 2016년 리투아니아 출신의 창립자가 만든 운동 보상 앱이다. 이 앱이 다른 보상 앱과 다른 점은 포인트가 아니라 암호화폐를 준다는 거다. 림포 코인은 현재 몇몇 거래소에 상장되어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아쉽게도 국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 업비트에는 아직 상장되지 않았다. 현금화를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앱에 있는 림포 샵에 들어가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운동화 등 많은 아이템이 있는데 림포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다. 보자 보자, 갤럭시S10+ 128GB가 11만 4,900림포에 팔고 있으니까… 내가 하루에 20림포를 모은다고 계산하면… 5,700일 정도만 꾸준히 걸으면 그땐 갤럭시S10이 내것이 되겠다.


[4]
“아날로그 웹툰”
만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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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주문 앱이지만 다른 사업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배달의민족. 혹시 만화잡지도 발간했다는 걸 알고 있나? 바로 만화경이라는 앱이다. 내가 만화경을 웹툰 플랫폼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만화잡지’라고 하는 이유는 앱을 켜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종이잡지 형태를 그대로 앱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커버가 있고, 작가 인터뷰가 있으며, 애독자 엽서 코너가 있다. 직접 읽어본 적은 없지만 딱 옛날의 만화잡지들이 이런 구성이었을 것 같다. 다른 웹툰과 달리 댓글을 달 수 없다는 것도 아날로그스럽다.

아직까지 엄청난 대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이 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창간이벤트로 창간호를 실물 잡지로 만들어 당첨자들에게 선물을 준 적이 있는데, 한정판 수집가답게 나도 수집에 성공했다. 이것도 언젠가 소개하도록 하겠다.


[5]
“지금은 펭귄 시대”
펭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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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은 펭귄들이 살고 있는 섬을 영차영차 발전시키는 게임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심시티 같은 인상을 받았겠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단순하다. 작은 얼음과 펭귄 한 마리에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하다. 낚시꾼 펭귄이 열심히 보물을 건져올리고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새로운 펭귄 노동자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면 된다. 심시티와 어비스리움을 합친 느낌이랄까? 사실 이런 류의 방치형 게임은 이미 많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소개하는 이유는 펭귄이 귀엽기 때문이다. 지금은 펭귄 시대가 아닌가(펭하!). 펭귄이 수영도 하고 장작도 패는 모습을 보면 절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 거다. 덤으로 잔잔한 배경음과 파도 소리는 마음이 편안하게 해준다. 사실 펭귄 수를 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심심할 수도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편하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