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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 소맥은 지겹잖아요

안녕, 에디터M이에요. 세상이 휘청이는 연말이에요. 모임도 많고 술 마실 일은 더 많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 기분 좀 내고 싶은데 소주는...
안녕, 에디터M이에요. 세상이 휘청이는 연말이에요. 모임도 많고 술 마실 일은 더 많죠.…

2019. 12. 09

안녕, 에디터M이에요. 세상이 휘청이는 연말이에요. 모임도 많고 술 마실 일은 더 많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 기분 좀 내고 싶은데 소주는 쓰고 맥주는 싱겁고 소맥은 시시한 여러분을 위해 오늘은 끝내주는 제안을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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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냐면 바로 ‘소토닉’. 소주에 토닉워터와 레몬을 넣어 말아 마시는 지극히 한국적인 칵테일이에요. 요즘 소토닉을 홍보하는 벽보를 여기저기서 많이 보셨을 거에요. 실제로 많이들 드시기도 하구요. 소맥처럼 말아 마시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소맥보다 더 맛있죠. 게다가 주량이 제각각인 연말 모임에서 소주의 양만 조절하면 우리는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 하나 낙오되지 않고 흥겹게 잔을 부딪히며 신나게 마실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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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 소주는 시시하잖아요. 제가 굳이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죠. 오늘은 모처럼 만난 사람들에게 “요즘은 이런 걸 마셔야지”라며 잘난 척 할 수 있는 그런 술을 준비했어요. 그냥 소주가 아니라 프리미엄 소주, 그러니까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로 말아 마시는 소토닉을 소개할 거예요.


최고의 소토닉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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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에디터M이 추천하는 최고의 소토닉 레시피는 이거예요. 일단 얼음을 준비하세요. 얼음은 작은 각얼음보다는 큰 게 좋아요. 그리고 얼음으로 얼릴 때 슬라이스한 라임 조각을 같이 넣어서 얼려주는 거예요. 레몬도 좋지만 저는 라임의 향이 토닉워터와 소주의 향과 더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리고 이렇게 슬라이스를 함께 얼려주면 얼음이 녹으면서 딱 좋을 정도만 라임의 맛이 배어 나온답니다. 물론 라임 대신 레몬을 넣어도 누가 때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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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넣은 잔에 3분의 1정도만 프리미엄 소주를 따라줍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토닉워터를 부어주세요. 그리고 맛있게 마셔줍니다. 이렇게 마시다가 계속해서 소주와 토닉워터를 리필해서 마셔줍니다.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일품진로 1924 vs 화요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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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보기만 해도 맛있겠죠? 근데 여기서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프리미엄)소토닉을 마시기로 결정했다면, 우리 앞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거든요. 바로 요즘 가장 핫한 프리미엄 소주인 화요냐 일품진로냐. 화요는 숙성 연도에 따라 17, 25, 41, 53까지 라인업이 다양하지만, 가격대와 도수를 고려해 오늘은 일품진로1924와 화요25를 비교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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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술을 선택해야 할지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지만 술자리에선 술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게 또 없잖아요. 일단 각각의 맛의 특징과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그 핑계로 금요일 밤 디에디트 사무실에선 화요와 일품진로 주연 그리고 육회와 연어회가 찬조 출연한 화려한 파티가 벌어졌답니다.


일품진로, 비운의 술이 만든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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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품진로는 화이트진로에서 만든 증류식 소주예요. 참나무통에서 10년 동안 숙성을 거친 프리미엄 소주라고 할 수 있죠.

술과 경제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죠. 경기가 좋으면 우리의 지갑과 마음은 쉽게 열리기 마련이고, 불황일 땐 또 그 이유대로 술잔을 기울이죠. 한국 경제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96년 소주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었어요. 김삿갓, 곰바우, 청산리 벽계수 등 고가의 소주가 쏟아져 나왔어요. 진로 역시 증류식 소주를 참나무통에서 1년 이상 숙성한 ‘참나무통 맑은 소주’를 선보입니다. 일명 ‘위스키 소주’라고 불리며 반짝인기를 누렸지만 다들 아는 97년 IMF 한파로 진로는 파산 위기까지 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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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미래라며 참나무통에서 찰랑이던 소주는 순식간에 찬밥 신세, 애물단지가 되어 공장 한켠에서 자연방치되었어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이천의 공장 한켠에서 조용히 시대를 기다리며 자연 숙성된 것이죠. 그리고 2005년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합병하면서 이 참나무통도 하이트진로에 넘어가게 돼요. 수백 개의 참나무통을 떠앉게 된 하이트진로는 고민 끝에 이 술을 제품화하기로 마음먹어요. 그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품진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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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통에서 숙성한 이 술은 나무의 색을 닮아 노랗고 푸르스름한 색을 띠어요. 마치 좋은 위스키처럼요. 맛도 좋았죠. 사람들은 이 술을 찾기 시작했어요. 인기가 많아지지만 계획된 술이 아니었던 일품진로는 순식간에 귀한 술이 되어버렸어요. 당연하죠. 원액이 한정적이었거든요. 지금 와서 다시 생산을 한다고 해도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고백하자면, 저는 일품진로를 마시기는커녕 구경도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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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숙성 기간을 6개월로 줄인 일품진로1924만 맛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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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정 출시된 일품진로 18년산을 출시와 동시에 자취를 감췄어요. 꼭 한정판 운동화처럼 보이는 족족 사람들이 사서 쟁여뒀으니까요 어느 정도냐면 6만 5,000원짜리 일품진로 18년 한 병이 중고나라에서 2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을 정도래요.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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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품진로1924의 맛은 어떻냐구요? 향긋하고 달콤해요. 확실히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초록색 소주와는 다른 품격이 있는 맛입니다. 마시고 나서 입안에 은은한 곡물의 향과 뭉근한 단맛이 감도는 맛으로 아주 훌륭하죠.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충분히 즐거울 만큼 좋은 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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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소개할 화요의 맛에 비해 부드러운 편이라 소토닉으로 마시면 그 캐릭터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라임과 토닉워터랑 함께 마셔도 의외로 심지있게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하네요.


도자기에 담을 만한 좋은 우리 술을 만들자, 화요

자 이제 화요입니다. 화요는요 도자기를 만들던 광주요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소주에요. “도자기에 담을 만한 좋은 우리 술을 만들자.”라는 모토로 2004년부터 프리미엄 소주를 만들어 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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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라는 이름은 소주의 ‘불사를 소(燒)’자 두 나눠 를 풀어낸 이름이에요. 불 화(火)에 높을 요(堯)로 ‘불로서 다스린 귀한 술’이란 뜻이죠. 원래 소주란 것이 쌀, 고구마 등 곡물을 발효한 1차 원액을 불 위에서 증류한 술을 말하거든요. 화요는 지하 150m에서 길어낸 암반수와 우리나라 쌀로 원액을 만든 뒤, 광주요가 잘하는 좋은 옹기에 3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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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석식 소주가 지배하는 한국 주류 시장에서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처음에 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요. 프리미엄 소주의 인기가 점점 커지면서 2015년부터는 안정권에 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화요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거든요. TMI지만 광주요가 운영하는 한식당 가온은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나 받은 만큼 그들의 한국 음식과 술에 대한 사랑은 참 각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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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화요는 숙성 연도에 따라 화요17, 25, 41, 53 그리고 화요X Premium까지 라인업이 엄청 다양해요. 오늘은 가장 많이 마시는 화요25와 그리고 화요41을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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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요25부터 일품진로1924와 비교하며 설명해볼까요. 일품 진로보다 코로 느껴지는 향은 약한 편이에요. 대신 마셨을 때 훨씬 톡 쏘는 느낌이 강한 편이죠. 일품진로가 조금 더 섬세한 맛이라면, 화요25는 묵직한 맛이랄까요.

덕분에 소토닉으로 마셨을 때 일품진로보다 훨씬 더 술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묵직한 맛이 단단히 받쳐준달까요. 여러분이 간 술집에서 일품진로1924와 화요25를 모두 판매하고 이 둘의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저는 섬세한 맛의 일품진로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둘 다 375ml로 용량은 같구요. 마트에서 샀을 땐 일품진로가 1만 1,800원 그리고 화요25가 1만 1,000원이었으니까 일품 진로가 정말 조금 더 비싸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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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화요는요, 사실 25보다는 41이 훨씬 평이 좋아요. 일단 검은색을 휘감은 멋진 병부터 압도적이죠. 물론 도수도 가격도 2배 정도 높고 비싸요.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조금 무리해서 화요41을 마신다면 소토닉보다는 그냥 그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기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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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도수가 41도나 하니 당연히 톡 쏘긴 하는데 입천장과 코로 휘발되는 알코올이 스쳐 지나가고 남는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입안에 2초 정도 머금고 있다 공기를 넣고 음뇸뇸 음미를 하면, 혀로 감기는 단맛과 입천장을 훑고 지나가는 쎄한 맛이 동시에 입안에 퍼지면서 현란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이게 너무 매력적이라 자꾸만 입을 가져다 대게 되서 200ml 정도는 금방 비워 버리게 된다는 게 단점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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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춥고 밤은 깊고 갈 것 같지 않던 2019년은 이렇게 저물고 있네요. 노란 조명 아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 게 바로 좋은 저녁이다 싶어요. 조만간 약속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번엔 소맥 말고 소토닉 어떠세요? 행복한 자리가 될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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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