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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푸드파이터가 된다

안녕, 디에디트의 푸드파이터 에디터B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피자 한 판만 더 먹고 올걸, 파스타 남기지 말걸, 젤라또 한 입만...
안녕, 디에디트의 푸드파이터 에디터B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피자 한 판만 더…

2019. 11. 26

안녕, 디에디트의 푸드파이터 에디터B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피자 한 판만 더 먹고 올걸, 파스타 남기지 말걸, 젤라또 한 입만 더 먹을 걸. 시칠리아에서 남겼던 음식이 아른거린다. 서울에 있지만 아직도 마음은 시칠리아에 있는 것만 같다. 아니다. 마음이 아니라 소화기관이 시칠리아에 있는 건가. 긁적.

“밥 한 공기 더 시킬 걸”, “두 개 시킬 걸”  밥 먹을 때마다 자책하는 후회의 아이콘 백종원도 방송을 통해 시칠리아에 갔더라. 잔뜩 기대를 하며 봤는데, 시간 제약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음식이 소개되지 않았다. 시칠리아에는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다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은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시칠리아의 음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언젠가 당신이 이탈리아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참고로 파스타와 아란치나는 제외했다. 다른 기사에서 단독으로 다루었으니 그걸 보면 될 것 같다.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답게 순위를 매겨보았다. 1등은 칼조네다.


[1]
칼조네(cal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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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조네의 이름은 양말이라는 단어에서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신는 발목 양말 같은 건 아닌 듯하다. 그 어원은 calza라는 단어인데, 긴 양말이나 스타킹 같은 의복을 뜻한다. 아무튼 칼조네의 생김새를 보면 ‘아 이래서 양말이라고 불렀구나’ 생각이 들 거다.

생긴 건 이래도 이 녀석은 피자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피자의 본질은 무엇일까. 둥근 형태가 피자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면 칼조네는 피자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밀가루 반죽 위에 토마토, 치즈 등을 올리고 화덕에 구운 조리법이 본질이라면 칼조네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피자가 맞겠지. 생김새만 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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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조네는 접혀있는 형태다. 화덕에 넣어서 굽기 전에 피자를 반으로 접은 다음 반죽 끝을 여미기 때문이다. 마치 만두처럼. 그래서 울퉁불퉁하게 구어진 칼조네를 보면 피자보다는 북촌손만두가 떠오른다. 만약 전국만두협회에서 만두의 날을 기념해 거대 만두를 만드는 행사를 연다면 이런 만두가 탄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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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칠리아에서 총 세 번의 칼조네를 먹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고 시칠리아 맥주를 파는 현대적인 핏제리아에서 오리지널 칼조네를 먹었고, 팔레르모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곳에서 풍기 칼조네를 먹었다. 풍기는 버섯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칼조네가 더 비쌌고, 토핑(왠지 피자소라고 해야 할 것 같다)도 다양했지만 내 입맛에는 첫 번째가 더 맞았다.

첫 번째 칼조네를 먹고 두 번의 충격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생김새였고 두 번째는 치즈 때문이었다. 칼로 피자를 반으로 자르니 치즈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치즈가 강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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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한 반죽과 치즈를 함께 먹으면 그곳이 곧 천국이 된다. 나는 이날 이후로 숙소에서 “칼조네 칼조네 맛있는 칼조네 우리 모두 먹어요”하며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서울에서도 칼조네를 먹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 중이다. 하지만 내가 주로 활동하는 마포구에는 칼조네를 파는 곳이 거의 없다.


[2]
젤라또(ge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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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등은 파스타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 파스타는 다른 글에서 한번 다뤘기 때문에 제외했다. 칸영화제만 봐도 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으면 남우주연상은 다른 영화에 주는 것이 그쪽 세계의 룰이지 않나. 송강호가 남주주연상을 못 받았듯이 말이야. 2등은 젤라또다.

젤라또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거다. 피자나 파스타만큼은 아니지만 젤라또는 꽤 알려진 먹거리다. 하지만 한낱 디저트 정도로만 생각하겠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브리오슈와 젤라또를 함께 먹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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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2등은 모든 젤라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브리오슈 젤라또만 해당한다.

젤라또를 주문할 때는 어디에 담아 먹을지부터 말해야 한다. 작은 컵, 큰 컵, 콘, 브리오슈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브리오슈를 선택했다면 이제 두 가지 맛을 고를 차례다. 반으로 가른 빵에 두 가지 맛을 슥삭슥삭 발라 줄 거다. 설탕이 많이 들어갔지만,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우기며 먹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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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매일 아침 브리오슈 젤라또를 먹었다. 그게 내겐 아침이었다. 디에디트가 있던 몬델로 해변에서는 못 봤는데, 실제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으로 젤라또를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몬델로의 젤라또 가게도 아침 9시부터 젤라또를 팔았던 거겠지.

매일 아침 다른 맛을 선택해 먹었다. 블랙멀베리, 레몬, 선인장 열매 등 스무 가지가 넘는 맛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끝날 때쯤엔 나름의 베스트 조합이 생겼다. 피스타치오 그리고 블랙체리다. 그 조합이면 아침부터 행복해질 수 있다.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젤라또에게는 쓸 수 있다.

1400_food-9[노룩 패스]

서울로 돌아온 뒤, 홍대의 유명한 젤라또 가게를 찾아가 피스타치오를 먹어봤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로마 공항에서도 먹어봤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더 절망적인 건 서울에서는 브리오슈 젤라또를 파는 곳이 아예 없다. 어쩔 수 없이 언제 한 번 브리오슈를 개인 지참해서 부탁을 해야 할 것 같다. “저 이거 브리오슌데 피스타치오를 여기다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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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젤라또라고 해서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어마어마하게 다른 건 아니다. 우유가 들어가고, 설탕도 많이 들어간다. 단지 재료가 좋을 뿐이다. 그날 판매할 젤라또를 만들기 위해 당일 목장에서 우유를 받아서 만든다. 모든 젤라또 가게가 그렇게 성실하지는 않겠지만,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곳이라면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을까?

아, 그리고 젤라또 특유의 쫀득함은 오버런의 차이에서 온다. 오버런은 아이스크림 속 공기함유량을 말하는데 공기함유량이 많으면 맥도날드 소프트콘처럼 부드럽지만 빨리 녹는다. 반대로 공기함유량이 적으면 하겐다즈처럼 쫀득쫀득해지고 천천히 녹는다. 젤라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말입니다. 혹시 이탈리아 본토의 젤라또 맛을 구현하는 가게를 알고 있거나 본 사람이 있다면 제보바란다.


[3] 프라이드 깔라마리(calam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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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라비올리(ravi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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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새치 스테이크(swordfish st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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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_food-2[오른쪽 요리도 황새치 요리. 황새치 위에 올리브와 가지를 넣은 토마토 소스를 올렸다]
1400_food-17[몬델로 해변에 있는 해산물 식당. Trattoria Da Piero. 세 번이나 찾아갔다. 사진 속 남자는 식당의 셰프]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