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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적 고프로 히어로8 블랙

안녕, 여러분 3년차 유튜버이자 브이로거 꿈나무인 에디터H다.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라는 섬에서 한 달 동안 사무실을 옮겨 지내고 있다. 짐작하시는대로...
안녕, 여러분 3년차 유튜버이자 브이로거 꿈나무인 에디터H다.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라는 섬에서…

2019. 10. 18

안녕, 여러분 3년차 유튜버이자 브이로거 꿈나무인 에디터H다.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라는 섬에서 한 달 동안 사무실을 옮겨 지내고 있다. 짐작하시는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촬영 장비를 가지고 왔다. 두 대의 캠코더, 세 대의 미러리스 카메라, 4대의 액션캠, 조명, 삼각대… 수많은 장비가 있지만 다 PD들이 들고 다니고, 내가 직접 쓰는 건 딱 두 가지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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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바로 고프로다. 그 중에서도 지금 막 출시된 따끈따끈 쏘핫한 신제품 고프로 히어로8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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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되어야지!]

나는 사실 고프로를 비롯한 액션캠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어안렌즈 특유의 과장된 느낌이 싫어서다. 광각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일상적인 영상을 찍으면 촌스러워지기 쉽다. 이런 렌즈의 특성을 근사하게 사용하려면 액션캠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터프한 환경은 필수다. 이를테면 바이크를 타고 달리거나, 설산을 미끄러져 내려오거나, 인어공주처럼 바다 속 세상을 누비거나 왜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익사이팅하고 어메이징한 액티비티!

근데 또 내가 타고난 집순이다. 운동이라면 걷기 이상을 꺼려하고, 뛰거나 바퀴가 달린 무엇을 타거나, 아무튼간에 빠르게 이동하는 거라면 치를 떤다. 바깥 세상은 위험하다. 요컨대 나는 액션캠과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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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에디터H가 정신을 차리니 고프로 러버가 되었다. 시칠리아에서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야, 그냥 고프로로 찍어.”인걸. 계기는 바로 브이로그였다. 온갖 소형 카메라를 들쑤시고 다니며 완벽한 브이로그 카메라를 찾아 헤배고 있었다. 그러다 국내에 5,000대만 들어왔다는 뽀얀 컬러의 고프로 히어로7 블랙 더스크 화이트 에디션을 쓰게 되었는데, 웬걸 너무 편한 것이다!

사실 나라고 고프로를 안 써본 게 아니다. 이전 직장에서도 고프로를 자주 썼기 때문에 초창기 모델부터 꾸준히 사용했다. 미안하게도 당시로서는 결과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고프로 히어로7은 달랐다. 장난감처럼 가벼운 바디에 비해 영상 결과물은 훌륭했다. 색감도 화사하고, 배터리도 훨씬 좋아졌더라. 무엇보다 하이퍼스무스라 부르는 동영상 안정화 성능이 비현실적이었다. 짐벌을 사용한 촬영이 아닐까 싶을 만큼 말이다. 거리를 걸어다니며 아무렇게나 촬영해도 보는 사람 머리 아플 만큼 흔들리는 일이 없었고 말이다. 촬영 화각 역시 광각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위해 ‘리니어’로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 기존에 쓰던 풀프레임 미러리스처럼 아웃포커스 표현이나 렌즈 교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브이로그 용으로 쓰기엔 오히려 좋은 조건이었다. 포커스나 노출을 신경쓸 필요 없이 촬영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그래서 혼자 해외 출장을 가서 촬영할 때 고프로를 쓰기 시작했다. 애플 신제품 이벤트 현장에 초대됐을 때도 메인 카메라로 고프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처럼 권PD가 찍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 모니터링 하면서 셀프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했다. 처음엔 화질이 떨어져보이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그 영상을 본 40만 명의 사람 중에 화질을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화면 톤이 예쁘다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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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의 고프로 사랑은 시작됐다. 혼자 영상 촬영하는 걸 굉장히 스트레스로 생각했는데, 고프로로 찍으면 너무 쉬웠으니까. 시칠리아 한 달 살기에도 무려 4대의 고프로를 챙겼다. 3대는 기존에 쓰던 고프로7이고, 한 대만 신제품인 고프로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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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이 나왔으니 더 좋아졌다는 건 당연한 얘기겠다. 고프로8의 변화는 시기적절하고 영리하다. 일단 제품을 둘러싸고 있던 프레임이 사라졌다. 사실 본체만으로도 방수가 되기 때문에 프레임의 역할은 미미했다. 오직 외부 액세서리 연결을 위한 껍데기였다. 배터리나 SD를 교체할 때마다 프레임을 벗겨내야 하는데, 이게 워낙 단단하게 맞물려 있어서 뺄 때마다 번거롭고 손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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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밥먹는 모습을 위에서 찍을 땐 이렇게 사용한다]

이제는 본체 만으로도 액세서리 마운트가 가능하며, 배터리 커버는 측면으로 이동했다. 사용과 휴대가 모두 간편해졌다. 솔직히 직접 써본 입장에서는 다른 요란한 업그레이드보다 더 반가운 변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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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슈퍼뷰]

두 번째도 반가운 소식이다. 촬영 화각이 늘어났거든. 어쩐지 이득 본 기분을 주기 위해 고프로는 ‘디지털 렌즈’라고 표현한다. 가장 넓은 슈퍼뷰(16mm), 광각(16~34mm),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리니어(19mm~39mm)에 이어 27mm 협각 촬영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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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협각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이름처럼 좁은 화각으로 피사체를 좀 더 당겨 찍는 렌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액션캠 특유의 느낌이 아니라 더 익숙하고 일상적인 컷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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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이냐면 카메라 하나로 더 다양한 구도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고프로의 아이덴티티인 액션캠의 역할부터 데일리 브이로그용 카메라까지 가능하니,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 고프로가 더이상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만을 위한 카메라에 머물러있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더 다양한 니즈로 이 작은 카메라를 즐기게 될 것이다.

물론 디지털 렌즈는 말 그대로 디지털이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구현이니 만능이 아니다. 같은 렌즈로 촬영한 영상을 크롭해서 보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화질 손실이 발생한다. 리니어나 다른 화각보다 가장 많은 부분을 크롭한 협각에서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각 차이에 비하면 화질 손실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프로8의 영상 비트레이트가 100Mbps로 높아지며, 영상 안에 담긴 정보가 많아진 만큼 품질 면에서도 메리트가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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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이퍼 스무스 2.0을 이야기할 차례다. 고프로의 구세주와도 같은 막강한 동영상 안정화 기능이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되어서 더더욱 비현실적일만큼 흔들림 없는 촬영이 가능해졌다. 하이퍼 스무스 2.0의 완성도 자체도 놀랍지만, 3가지 안정화 옵션이 생겼다는게 더 인상적이다. 켜짐, 높음, 부스트의 3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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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에서 직관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약, 중, 강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사용자가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어서 반갑다. 그냥 생각하기엔 무조건 ‘부스트’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지만, 더 강한 안정화 기능이 들어갈수록 영상의 주변부를 더 더 많이 크롭해서 보정해야하기 때문에 화각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약간은 흔들림이 남더라도 화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켜짐’을 선택하면 된다. 가볍게 걷거나 달리면서 찍기에는 켜짐이나 높을 정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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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칠리아에서 촬영하다보니 해가 강한 대낮에 바닷가에서 고프로를 쓸 일이 많았다. 역광에서도 HDR 성능이 향상됐다. 하늘 색도 예쁘게 잡아준다. 액션캠이 화질이 구리구리하다는 건 옛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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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가 전면으로 이동한 덕에 보이스 레코딩 성능도 더 좋아졌다. 이건 영상 리뷰로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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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타임워프 2.0으로 찍은 결과물은 유튜브 영상에서!]

한 가지 재밌는 기능을 더 소개한다면 타임워프 2.0을 꼽고 싶다. 이동하면서 프레임이 빠르게 넘어가는 하이퍼랩스 촬영 중에 원하는 구간만 리얼 타임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하이퍼랩스 촬영 중간 중간 리얼 타임 영상이 들어가면 마치 슬로우모션 처럼 보여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다. 일반 촬영을 한 뒤에 영상 편집 과정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영상 편집을 잘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게다가 촬영 과정에서 터치 한 번으로 리얼 타임과 타임랩스 촬영을 오갈 수 있어서 생각보다 연출이 쉽다. 우리도 속는 셈 치고 한 번 타임워프 2.0 기능을 테스트해봤다.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시칠리아 영상에 필요한 다른 소스도 타임워프 2.0 기능으로 재촬영하기까지 했다. 편집자들이 미소짓더라. 후작업이 더 간편해졌으니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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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쓰는 화각과 화질 등의 설정을 미리 저장해두고 꺼내쓸 수 있는 프리셋 기능도 생겼다. 고프로가 생각보다 카메라 설정이 다양한 편이라 화면에서 그때 그때 조작하려면 헷갈리기 쉽다. 프리셋 기능이 정말 절실했는데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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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고 작은 불만(?)을 느낀 분도 있을 것이다. 전면에 셀프캠으로도 촬영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리라는 루머와 원성이 자자했는데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아쉽다. 대신 다른 해결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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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의 작은 바디에 녹여낼 수 없는 기능들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모듈형 액세서리를 내놓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고프로 히어로8 자체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게 바로 이 액세서리들이다. 면면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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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갖고 싶다…]

지향성 마이크와 외부 마이크용 3.5mm 포트, HDMI 포트, 콜드 슈 마운트 2개를 갖춘 미디어 모듈. 200루멘 밝기의 조명 모듈. 셀프캠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디스플레이 모듈이 있다. 사실 이 모든 기능이 원래부터 갖춰져 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쯤 되면 이미 액션캠이 아니겠지. 본체의 휴대성과 가격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용자에 따라 필요한 액세서리를 추가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건 영리한 아이디어다.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완벽한 풀 패키지를 구성할 수도 있겠다. 고프로 마이크가 많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영상의 질은 오디오가 좌우하는 법이기 때문에 별도의 외부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모듈이 탐난다. 바로 구입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는 12월에 출시된다고. 이 부분이 퍽 아쉽다. 고프로8 히어로와 모듈 액세서리를 동시에 출시했으면 훨씬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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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고프로8의 새로운 기능을 설명해드렸지만, 영상으로 보면 더 단순하다. 쉽고 편하게 사용하면서 노력 대비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이다. 이번에 시칠리아에서 촬영한 어차피 일할 거라면 시리즈에서도 곳곳에 고프로의 맹활약이 돋보인다. ‘이 영상’에서도 에디터M이 캐리어를 뒤쫓는 로우앵글 영상은 모두 고프로로 찍은 것. ‘이 영상’의 원테이크 촬영은 짐벌 없이 고프로만으로 한 거고 말이다.

오늘 리뷰에서 소개한 생생한 결과물은 아래의 영상에서 확인해주시길. 오늘도 고프로는 시칠리아에서 열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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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