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잡지만큼 재밌는 건 없어

안녕, 온갖 잡스러운 것에 관심이 많은 에디터B다. 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을 종종 겪곤 한다. 예를 들면, 주변을 봐도 잡지 읽는 이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 새로운...
안녕, 온갖 잡스러운 것에 관심이 많은 에디터B다. 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을 종종…

2019. 08. 12

안녕, 온갖 잡스러운 것에 관심이 많은 에디터B. 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을 종종 겪곤 한다. 예를 들면, 주변을 봐도 잡지 읽는 이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 새로운 잡지가 계속 창간된다는 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잡지가 계속 책을 찍어낸다는 거. 도대체 누가 사서 어디서 읽길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은 뒤로하고 오늘도 나는 잡지 수요를 늘리기 위해 새로 나온 매거진 3권을 추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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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잠깐. 어느덧 잡지 추천 시리즈가 3회를 맞이했지만 내가 잡지를 좋아하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것 같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잡지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이런 애들이다. 어제 만났는데 당장 내일 봐도 여전히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친구. 그런 친구와의 대화는 새벽에 강변북로를 드라이브하듯 쭉쭉 나아간다. 새로 나올 아이폰에 관 이야기를 하다가 연애 상담을 하다가 여행지 얘기를 하다가 영화, 음악 얘기를 한다. 잡지를 읽는 건 그런 종류의 수다와 비슷하다. 그러니 어떻게 잡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여러분들도 잡지의 세계로 어서 컴온.


매거진
Fim photography Magazine

세상에는 종류의 잡지가 있다. 가지 취향을 깊게 파는 잡지 그리고 여러 취향을 얕게 모아 놓은 잡지. <헵 매거진>은 전자에 해당하며 필름카메라 하나만 다룬다. 매거진 속 사진은 모두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인터뷰이들은 모두 필름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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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루는 매거진답게 대부분의 지면은 텍스트보다는 사진에 할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큰 판형의 잡지로 특별판이 나오면 꼭 사고 싶더라. 그 정도로 <헵 매거진>에 실린 사진 중에는 넋 놓고 보게 만드는 좋은 사진이 많다고 느꼈다. 사진집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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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진만 있었다면 잡지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했을 텐데 인터뷰도 들어가 있다. 패션 에디터부터 배우 정은채의 매니저까지. 잡지 비기너라면 ‘이런 사람도 잡지에 나와?’ 하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게 진짜 잡지의 매력이다. 연예인만큼 유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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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는 잡지에 사용한 종이 재질이 궁금했다. 내지는 유광, 표지는 무광 재질이었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래서 <헵 매거진>의 발행인 남필우 씨(@nam.pilwoo)에게 물어봤다.

“매 호 무드에 맞는 용지를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호의 경우 신체의 일부가 클로즈업된 표지이기 때문에 표지를 만졌을 때 살결처럼 부드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노우지에 무광코팅을 입혔어요. 또 1호의 경우는 60년대의 무드를 이어가는 의미로 쉽게 오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코팅을 하지 않은 아르떼지를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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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편이다. 장만한 지는 2 정도 되었고 지금은 수동과 자동카메라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주로 쓰는 카메라 기종은 삼성퍼지줌슬림인데,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가 썼던 그 카메라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순간은 기억이 오래 남는  같다.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정말이다. 망설임이 적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필름카메라 앞에서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니까. 그래서 <헵 매거진>에 실린 필름 사진을 보면 기분이 다르다. 이 한 장을 찍기 위해 얼마나 주저하고 망설였을까.


베뉴
City and the Alone life

다행히도 부모님은 내게 결혼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좋은 부모님이다. 지금껏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같은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혹시 결혼할 거면 결혼식은 안 해도 되니까 너 편한대로 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정말 좋은 부모님이다. 그렇다고 혼자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속마음은 뭘까 가끔 궁금하다(혹시 나를 포기하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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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같은 혼자의 삶이 꽤 만족스럽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을 보고, 먹고 싶을 것을 먹고 싶을 때 먹는다. 도시의 번잡함을 느끼다 집에 들어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7월에 창간한 따끈따끈한 잡지 <베뉴>는 ‘혼라이프’를 다룬다. 세상 모든 드라마와 영화가 사랑과 연인을 찬양할 때도, <베뉴>에서만큼은 나 같은 싱글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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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눈치챘을지 모른다. <베뉴> 현대자동차에서 만드는 이름과 같다. 그건 우연이나 표절이 아니다. 소형 SUV 베뉴 출시와 함께 탄생한 매거진이기 때문이다. ‘에이, 마케팅용 매거진이었어? 실망이야’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직 이르다. 여행잡지 <어반리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반라이크> 등을 만든 어반북스와 함께 공동 창간했고, 아레나옴므의 박지호 편집장(@joygeopark) 이 프로젝트의 디렉터로 참여했다. 믿고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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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뉴>는  호마다 하나의 도시를 정해 1인 가구의 삶을 탐구하는 잡지인데, 창간호의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이라, 나는 참 서울이 좋다. 아이 서울 유, 유 서울 미. 적당히 떨어진 사람들의 거리, 화려함과 정적인 공간이 공존하고, 빌딩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

그럼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볼까.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공간 디자이너 최고요 그리고 <허프 포스트>의 편집장 김도훈의 인터뷰도 있고, 혼술 레시피, 노포를 배경으로 한 패션 화보도 있다. 모든 콘텐츠는 철저하게 ‘혼라이프’를 위한 것들이다. 유용하고도 흥미롭다. 다음에는 베를린상하이 등의 1 라이프도 다룰 거라고 한다. 벌써 디렉터 박지호의 인스타그램에는 베를린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오던데 아무래도 2호는 베를린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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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인상적이다. 표지 아래에 인쇄된 ‘Sleepless Seoul’이라는 이름처럼 해가 밖의 서울의 그림자가 선명하다. 표지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느낄 있도록 도시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한다고 한다. 서울 편에서는 작가 기마늘(@haxneul) 작업했다.


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혹시 <페이퍼>라는 잡지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잡지를 서울역 안에 있 서점에서 처음 봤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무료하게 기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때 나는 이등병이었는데, 군대에서 느끼지 못한 따뜻한 감정을 <페이퍼>를 읽었을  크게 느꼈다. ‘이렇게 말랑말랑한 일러스트와 글이라니!’ 아무런 조미가 되지 않은 순두부를 먹는 것처럼 포근해졌다. 잡지에 자극적인 없으면 무슨 재미인가 싶겠지만, 마라탕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 잡지도 그러하다. 에세이, 소설이 들어가는 잡지는 마음을 연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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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에는 에세이, 소설, , 인터뷰가 들어간다. 매호 주제가 있는데 흥미로운 주제를 뽑는다. 창간호의 주제는 ‘핵인싸: 여기가 안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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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단어는 전염성이 강해서 순식간에 퍼진다. SNS를 타고, 미디어를 타고 대한민국 곳곳으로 슝슝. 인싸라는 말도 그렇다. 사실 난 인싸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거든. <언유주얼>에서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놓았다. 2호와 3호의 주제도 꽤 재밌어 보였다. 2호는 ‘가성비,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3호는 ‘준비중ing니다’.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남궁인이나 영화 <소공녀>의 감독 전고운, 소설가 편혜영 등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의 글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다. 매달 읽지는 못해도 꽤 자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마다 읽어보려고. 아름다운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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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생각난다.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유명한 말. “첫 번째 방법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프랑스 영화평론가 트뤼포가 말했다지. 그래서 나도 잡지를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첫 번째는 편집장의 말을 읽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번 달에 참여한 에디터 리스트를 읽어보는 것이고, 세 번째는 그 에디터의 SNS를 팔로우하는 것이다.” 나도 에디터로 일하고 있지만, 다른 잡지사의 에디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가 매거진 에디터를 하고 있지?’ ‘어떻게 살아왔길래 에디터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 분명 범상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고 확고한 취향을 가졌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내가 말한 대로 읽다 보면 좋아하는 에디터가 생기고, 그 에디터의 기사가 더 재밌어질 거다. 디에디트의 에디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About Author
김석준

에디터B. 기계식 키보드와 전통주를 사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