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M의 취향] 나의 오래된 아이돌

안녕, 에디터M이다. 다들 내가 낮술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하던데 아니다. 내게도 다른 취미가 있다.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알려주고 싶다. 난 의외로...
안녕, 에디터M이다. 다들 내가 낮술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하던데 아니다. 내게도 다른 취미가…

2016. 09. 23

안녕, 에디터M이다. 다들 내가 낮술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하던데 아니다. 내게도 다른 취미가 있다.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알려주고 싶다. 난 의외로 영화광이다.

최근에 꽤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제목이자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에잇 데이즈 어 위크(Eight Days a Week)’처럼 일주일을 8일처럼 살았던 그들의 치열한 공연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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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 출신의 4인조 록 밴드가 영국을 넘어 전 세계를 정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년. 누가 그랬다. 대중음악의 역사는 비틀스 탄생 전과 후로 나누어진다고. 동의한다. 해체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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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겠지만, 나는 비틀스를 좋아한다. 광팬을 자처하기엔 깊이가 야트막하지만, 아이돌을 좋아할 나이에 비틀스를 들으며 컸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오늘은 그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를 기다리며, 빠순이의 마음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풀어볼까 한다. 사심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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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와 나와의 인연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난 어렸고,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중2병을 앓고 있었다. 어떻게든 또래들과 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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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은 1920년대 파리로 간다. 20년대는 아름다웠다. 길 건너 술집에서 헤밍웨이가 술을 마시고, 거리를 가다 피카소를 마주칠 수 있는 낭만의 시대였다. 하지만 정작 1920년대를 사는 여자 주인공은 1910년대를 동경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내 또래의 아이들이 열광하는 H.O.T.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비틀스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과거의 것이 더 멋져보였다.


1. ALBUM 
1 (Remast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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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넣은 첫 번째 비틀스 음반은 그들의 UK/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을 리마스터링한 [1]이었다. 27개의 히트곡을 단 한 장에 담은, 비틀스의 음악사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일종의 치트키 같은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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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나는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상하게도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어떤 향수와 편안함을 느꼈다. 이 앨범이 출시되었던 2000년, 단지 리마스터링 되었을 뿐인 앨범 한 장으로 세상이 들썩였다. [1]은 비틀스의 음악이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는 증명인 셈이다. 이제 막 비틀스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사람에게도 비틀스에 정통한 사람에게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2. CULTURE 
브리티시 인베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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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2월 7일, 미국의 JFK 공항엔 수 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국에서 온 4명의 청년을 보기 위해서다.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 시작된 것이다. 침공 당시 이들의 손엔 무기가 아닌 악기가 들려있었다. 비틀스의 상륙은 아직 음악적으로 보수적이었던 미국에 먹인 멋진 한 방이었다.

그 당시 비틀스는 최초의 아이돌이었다. 수많은 팬들은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여성들이 그들을 향해 소리 지르는 모습은 지금의 팬덤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8월 15일 뉴욕 시 스타디엄(Shea Stadium)에서의 공연은 역사상 최초로 대형 스타디엄에서 열렸다.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장에 5만 5,600명의 관중이 모여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3. FASHION 
모즈룩(Moods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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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바가지 머리에 몸에 딱 달라붙는 정장을 입은 모습을 떠올리겠지. 젖은 대걸레를 뒤집어쓴 것같은 모양새 때문에 Moptop Hair라고 불리는 헤어스타일과 몸에 딱 붙는 정장, 발목까지 올라오는 구두까지 장착하면 바로 ‘모즈룩(Moods)’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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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는 모즈룩으로 60년대 남성 패션의 유행을 선도했다. 군살 없는 마른 몸과 바가지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면서 ‘She Loves You’를 부르는 모습에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도 같이 흔들렸다. 흔들흔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슬림핏으로 유명한 디올 옴므의 시초는 모즈룩이 아니었을까. 기름기 하나 없는 마른 몸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저 앙상한 핏이라니! 모즈룩은 지금의 지드래곤이 입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세련미가 있다.


4. PLACE
애비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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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팬들이라면 이곳을 놓칠 수 없다. 비틀스 매니아의 성지. 바로 애비로드 이야기다. 아마 이 거리 위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비틀스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사진은 1969년 앨범 [애비로드]의 자켓 커버다. 이 사진은 폴 매카트니가 직접 연출했다고 알려져 있다. 도로를 통제한 채 단 10분 만에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이후 레드핫칠리페퍼스나 비스티보이즈 같은 그룹과 수많은 팬들이 이 거리에서 사진을 재현하기 위해 지금도 분주히 횡단보도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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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닿는 바람이 조금 더 차가워지는 10월이면, 아마도 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그들의 모습을 혼자서 만끽하고 싶다. 나만의 콘서트랄까.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