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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아이패드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나의 첫 번째 아이패드는 2014년에 구입한 아이패드 미니2였다. 사실 그때까진 태블릿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아이패드...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나의 첫 번째 아이패드는 2014년에 구입한 아이패드 미니2였다. 사실…

2019. 03. 18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나의 첫 번째 아이패드는 2014년에 구입한 아이패드 미니2였다. 사실 그때까진 태블릿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달랐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처음 적용된 7.9인치 화면. 꼭 가져야만 할 것 같은 매혹적인 물건이었다. 크지만 작았다. 그 아이러니가 좋았다. 우린 행복했다. 몇 년을 함께하다 아이패드 프로에 취해버린 내게 아이패드 미니가 버려질 때까지 말이다. 결국 에디터M의 방구석으로 유배당해 넷플릭스 머신으로 몇년 더 혹사 당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R.I.P.

그리고 2019 3 18일의 밤, 또다시 아이패드 미니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있다. 애플이 기습적으로 신제품을 발표했다. 10.5인치 아이패드 에어와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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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에어부터 살펴보자. A12바이오닉 칩과 뉴럴 엔진의 사사로 이전 세대 모델보다 기본 성능은 70%, 그래픽 성능은 2배 향상됐다. 주변 환경에 따라 화면의 색온도를 바꿔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트루톤 기능도 적용했다. 화면은 기존 9.7인치 아이패드와 비교하면 20% 정도 커진 셈이다. 애플펜슬 또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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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패드 미니도 A12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다.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은 3배, 그래픽은 9배 빨라졌다. 역시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으며, 애플펜슬까지 지원한다. 애플펜슬 필기를 지원하는 아이패드 미니는 최초다. 이렇게 작은 화면에 펜을 사용할 수 있다니.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의 조합이 스케치북에 가깝다면, 아이패드 미니와 애플펜슬은 마치 다이어리 같다. 화면이 작고, 휴대성은 산뜻해진 만큼 조금 더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들을 메모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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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대보다 성능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모델이긴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능이 적용된 것은 하나도 없다. 아마 별도의 공개 이벤트를 하지 않고 조용한 깜짝 발표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존에 발표된 프로세서와 기능들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절묘한 옵션 장사다. 놀라울 것은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솔깃하다. 왜냐고? 가격이 솔깃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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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64GB 모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이패드 미니는 49만 9,000원, 아이패드 에어는 62만 9,000원이다. 여기까지 읽고 갑자기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패드 프로같은 제품은 오버 스펙에 오버 프라이스라 부담스러웠던 사용자들도 “어라, 이 정도면… 얼마 전에 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으로 질러버릴까”싶을지도 모른다. 물론 완벽하게 갖추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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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인치 아이패드 에어 용 스마트 케이스도 출시되는데, 19만 9,000원이다. 애플펜슬도 지원한다고 하니 필요할 것 같다. 참고로 이번에 공개된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는 1세대 애플펜슬을 지원한다. 2세대 애플펜슬의 자석형 거치와 무선 충전을 만끽할 수 없음이 조금 아쉽다. 펜슬만 별도 구매 시 가격은 1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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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출시와 함께 iWork 업데이트 소식도 전해졌다. iOS용 키노트의 슬라이드에서 손가락이나 애플펜슬을 이용해 대상체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줄 수 있게 됐다. 페이지 앱에서는 드디어 문서의 텍스트 상자나 도형 및 본문에 세로 방향 쓰기가 가능해졌다.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까지 입력 가능하다.

페이지, 넘버스, 키노트 모두 공동 작업 기능이 강화됐다. 이제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그룹화한 대상체들을 편집할 수 있게 됐으며, 최대 파일 크기도 2GB로 늘어났다. 이 업데이트는 다음 주 중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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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금주 여사의 환갑이 코앞이다. 얼리어답터인 우리 엄마는 가방보다 신발보다 전자제품을 더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아이패드 미니를 사줘야 하지 않을까. 진짜로 내 연말정산 환급금이랑 가격이 똑같기도 하고 말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아이패드가 됐다. 노트북 만큼 성능도 가격도 헤비한 아이패드 프로만 보다가, 한 손에 들고 쓸 수 있는 아이패드 미니를 보니 옛 애인을 만난듯 두근두근 싱숭생숭. 애플이 이렇게 또 새롭지도 않은 제품으로 내 돈을 뜯어가려 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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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