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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너다

얼마 전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난 막귀고 예쁘지 않은 건 참을 수 없으니까, 그냥 오픈마켓에서 저렴하고 예쁜 걸로 골랐다. 마침내...
얼마 전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난 막귀고 예쁘지 않은 건 참을 수…

2016. 09. 01

얼마 전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난 막귀고 예쁘지 않은 건 참을 수 없으니까, 그냥 오픈마켓에서 저렴하고 예쁜 걸로 골랐다. 마침내 작고 예쁜 장난감같은 스피커가 내 손에 들어왔다. 아이폰과 스피커를 연결하고, 애플 뮤직을 열어 리한나의 ‘Work’를 재생하고 나서야 내 실수를 깨달았다. 이건 그냥 예쁜 쓰레기였다는 것을. 조금만 소리를 높이면 ‘지지지직-‘, 가래 끓는 소리가 내 귀를 후벼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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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저히 못 쓰겠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검색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고르기로. 나는 지금 내 반쪽을 찾는 것처럼 진지하다. 나에겐 ‘가격이 적당하면서, 못생기지 않으며, 음질도 괜찮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하다. 옆에서 이런 나를 지켜보던 에디터H는 그건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나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를 찾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불가능은 없다. 정보의 바다를 헤매고 또 헤매다 마침내 발견했다. 바로 캔스톤 LX-C4 시그니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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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스톤은 본래 가성비 좋기로 유명하다. 90년대 초부터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스피커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곳이니 음질에 대한 믿음도 간다. 3만 8,500원이란 가격도 훌륭하다. 셈에 어두운 내 작은 머리가 데굴데굴 구르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게다가 스피커, 라디오, 심지어 알람시계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마치 가제트의 만능 팔 같은 전천후 스피커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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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외모지상주의자니까 일단 외관부터 훑어보자. 호텔의 침대 머리맡에 있을 법한 세련된 디자인이다.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전면엔 시간이 표시된다. 그래서인지 사전 지식이 없으면 그냥 예쁜 시계처럼 보인다. 급할 땐 거울로도 쓸 수 있겠다. 실용적이고 인테리어 소품으로서도 꽤 근사하단 소리다. 반짝거리는 창엔 현재 시간은 물론 온도, 배터리 잔량 등 다양한 정보를 품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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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 게 꽤 편리하다. 그전의 스피커는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방전된 스피커인줄도 모르고 야외 피크닉에 들고 나갔다가 3초 만에 죽어버려서 난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그럴 일은 없다. 게다가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외부에서는 리튬 배터리를 넣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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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나오는 부분은 양쪽 사이드와 스피커 뒤쪽 전체를 아우른다. 전문가가 직접 튜닝한 프리미엄 유닛을 탑재해 8W 정도의 출력을 낸다. 실제로 내 방에 쾅쾅 울릴 만큼 소리를 키워봤는데 노이즈 없이 깨끗하게 들리더라. 내방이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아주 큰 공간이 아니라면 꽤 만족스러운 소리를 낸다. 뒤쪽에는 소리가 나오는 부분 말고도 전원 스위치와 AUX 케이블 단자, 충전을 위한 DC-5V 단자, 그리고 마이크로 SD 카드를 넣는 슬롯이 보인다. 메모리 카드에 MP3음원을 담아 이 슬롯에 넣으면 바로 재생도 가능하다.

batch_S__24616975[블루투스 연결이 되면 화면에 BLUE 라고 표시된다.]

블루투스 4.0 버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내 아이폰과 페어링되는 속도는 꽤 만족스럽다. 블루투스는 가끔 무슨 일인지 절대로 붙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가 있는데, 나처럼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해 내장된 3.5mm AUX 케이블로 직접 연결할 수도 있다.

batch_S__24616974[마찬가지로 케이블이 연결되면 ‘LINE’이라고 표시된다. 직관적이다.]

사실 이 스피커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은 바로 우리 엄마다. 선도 없이 음악이 나오는 것을 무슨 마술처럼 생각하는 우리 엄마에겐 그냥 케이블 선을 연결해 스마트폰의 음악을 듣는 것이 더 편한가 보다. 선을 연결하거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스피커가 친절하게 한국어로 설명을 들려주니 음악을 듣고 싶을 때마다 큰 소리로 방에 있는 나를 부르는 일도 줄었다. 가장 좋은 건, FM 라디오도 들을 수 있는 거다. 평소 집안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즐겨 듣는 우리 엄마는 이 스피커가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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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는 버튼이 참 많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알람시계, 라디오, 그리고 핸즈프리 통화 기능까지 한데 모은 올인원 제품이니 이를 제어하기 위한 버튼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하지만, 사용방법은 설명서를 참조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 엄마도 했다.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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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능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제품의 단가와 크기 또는 무게만 늘리는 사족이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라디오나 시계 같은 건 있으면 좋지만, 막상 내 돈 내고 사기엔 망설여지는 기기 아닌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알람부터 라디오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니까.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꽤 괜찮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샀는데, 라디오와 시계 기능까지 갖췄다면? 나로선 땡큐지.

아침엔 알람으로, 심심할 땐 라디오로, 평소엔 시계로, 애매할 땐 거울로(?) 쓸 수 있는 캔스톤 LX-C4 시그니처.  요즘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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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스톤 LX-C4 시그니처
Point – 뭐 이런 걸 다
Price – 3만 8,5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