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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M어워즈] 사는 건 뭘까요?

정말 2018년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뻔한 표현이라 다른 표현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나는 디에디트가 여러분에게 없는...
정말 2018년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뻔한 표현이라 다른 표현을…

2018. 12. 26

정말 2018년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뻔한 표현이라 다른 표현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나는 디에디트가 여러분에게 없는 욕망도 만들어주는 그런 곳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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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는 어떤 욕망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는지 되새기며 준비했다. 2019년엔 조금 더 멋진 순간들이 찾아오길 기대하면서.


올해의 돈값템
다이슨 슈퍼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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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이 좋은 순간을 만들어준다’ 이 말을 지금보다 더 실감한 적이 있었나 싶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되뇌인다. 좋다. 너무 좋아. 2년 간의 꾸준한 탈색과 염색으로 상할대로 상한 머리는 마르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런데 다이슨 슈퍼소닉을 쓰고 나서부터는 확실히 그런 스트레스가 줄었다. 센서가 있어서 두피 가까이에 대도 뜨거워지지 않고, 강력한 바람 덕분에 머리가 금방 마른다. 스타일링 같은덴 영 소질이 없어 할 말이 없지만 좋은 물건인 것은 분명하다. 굳이 헤어드라이어를 40만 원이나 주고 사야하나 싶은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매일 쓰는 물건을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올리는 가장 빠른 직행열차다. 머리를 말리는 게 귀찮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여, 다이슨 슈퍼소닉을 쓰자.


올해의 앱
슬라이드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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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정산은 지난 1년간 찍은 사진들을 쭉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딜 갔고,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것에 정신이 팔렸었는지. 아이폰 사진첩은 나의 뇌를 얇게 떠서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지금 내 아이폰에는 약 2만장의 사진이 있다. 에디터H에게 보여주기 위한 스크린샷, 일하면서 찍은 사진과 영상까지. 잠깐만 정신을 차리면 이런식이다. 그래서 지금 이 앱이 필요하다. 쉽고 빠르게 사진을 정리할 수 있는 앱, 슬라이드 박스. 모든 것이 너무 쉽고 깔끔하다. 앱을 실행해 사진을 옆으로 넘기다가 필요없는 사진이다 싶으면 위로 슥 들어 올린다. 하단에 앨범을 만들어 한 번의 터치로 저장도 가능하다. 지운 사진들을 휴지통에 모였다가 한꺼번에 ‘진짜’ 삭제를 할 수 있다. 잊고 싶은 창피한 기억도 이렇게 쉽게 지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 해를 반추하고 마무리하기위해 지금 슬라이드 박스 만큼 좋은 앱이 또 있을까. 우리 모두 정리가 필요하다. 인생도 사진도.


올해의 멘붕
아이폰x 소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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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때가 지우고 싶은 그 순간이다. 올해 내 멘탈이 산산히 무너져내렸던 그 순간. 바로 아이폰을 소매치기 당했을 때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 애플워치 화면 상단에 아이폰과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졌다는 빨간색 표시를 발견했을 때의 아찔한 기분이란! 정신 나간 사람처럼 포르투의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256GB 용량의 아이폰X은 영영 내곁을 떠나고 말았다. 누구를 원망할까,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방을 활짝 열고 담배를 빌려준 내 자신을 탓해야지. 그리고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콘텐츠라도 남기겠다며 카메라를 켠 에디터H의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덕분에 공중파 시사 고발 프로 못지않은 오프닝이 나왔다. 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가보자. 


올해의 구독
리디셀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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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누가 뭐래도 구독의 해였다. 영화도 음악도 티비도.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구매하거나 소유하지 않는다. 한 달에 6,500원으로 무제한 책을 읽는 리디셀렉트도 그렇다. 덕분에 최근 일년 동안 나의 책 읽는 습관은 많이 변했다. 책이 읽고 싶은 날이면, 리디셀렉트를 뒤적인다. 한 권의 책을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어떤 부담도 없다. 읽다가 내 취향이 아니면 다른 책을 읽으면 되니까! 최근엔 10권만 담을 수 있던 제한도 없어졌다. 이제 우리는 리디셀렉트에 있는 1천여권의 책 중 원하는건 얼마든지 무제한 뷔페처럼 쇼핑할 수 있다. 책이 들어오는 속도도 읽을만한 책들도 점점 더 많아 지고 있다. 새해에 더 많은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리디셀렉트에 가입해보자. 커피 두 세 잔 값으로 책 읽는 습관을 산다는 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니까.


올해의 꿀조합
포트와인 &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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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포르투의 한 달은 꿈같이 아련하다. 포르투의 이층집에는 멋진 테라스가 있었다. 5월의 그곳은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겨울엔 선선한 바람이 머무는 멋진 곳이었다. 과거 귀족들이 응접실에 모여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눠마셨다는 포트와인의 이야기에 감화받아 우리도 매일 테라스에 앉아 달콤하고 독한 포트와인을 마셨다. 휘영청 달 밝은 어느 밤엔 포트와인과 달콤한 초콜렛 무스 그리고 집앞 마트에서 사온 시가도 함께였다. 두툼한 시가를 물고 진득한 포트와인을 마시는 사치란! 올해의 조합으로 꼽을 만큼 멋진 순간이었다.


올해의 순간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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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잡지사 에디터는 아주 오래된 내 꿈이었다. 얄팍한 종이를 가득 채운 사치와 취향 그리고 허영을 아주 오랫동안 동경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에 했던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촬영은 나에게 의미가 좀 각별하다. 에디터가 아니라 인터뷰이로 잡지 지면에 등장하다니. 아직도 한껏 멋을 부린 저 사진을 보는게 좀 쑥스럽지만, 이건 개인적인 리스트니까.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색했던 우리를 멋지게 담아주신 포토그래퍼와 친절한 에디터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전한다.


올해의 공간
소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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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로 20길 47 SOKO라고 쓰여진 간판의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간다. 그곳엔 1900년대 경성이 있다. 어두운 조명,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술병, 더블 브레스트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바텐더, 심각하거나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자리에 앉으면 따듯한 물수건과 이곳의 이름이 새겨진 다크초콜릿, 신선한 그린 올리브가 서빙된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5명 정도 되는 웨이터들은 기민하게 우리가 필요한 것을 챙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연극무대처럼 돌아간다. 난 올 연말에만 벌써 2번, 아니 3번을 다녀갔다. 모두 하나같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그만큼 멋진 곳이니까.


올해의 전통주
복순도가 손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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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맛있게 먹은 전통주를 꼽으라면, 단연 복순도가다. 일단 눈과 귀부터 즐겁다. 한복을 닮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병의 모양, 뚜껑을 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듯 춤추며 올라오는 기포를 보고 듣는 재미. 샴페인처럼 기품이 넘치는 기포 사이로 말을 걸듯 느껴지는 쌀의 맛, 적당히 새콤하고 적당히 단 밸런스까지. 크으. 오감이 즐거운 매력적인 술이다.


올해의 실용템
데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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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를 하면서 만성 어깨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카페처럼 해보겠다고 산 책상 때문이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일반 책상보다 고작 3cm가 더 높은게 내 성격과 어깨에 이리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니. 사실 이전 책상의 문제는 비단 높이 뿐만이 아니었다. 책상의 폭이 지나치게 좁고 만듦새가 좋지 않아 타자를 치면 책상이 흔들렸다. 그래서 결심했다. 책상을 바꾼다! 데스커의 베이직 테이블로의 선택은 옳았다. 솔직히 말해 네 개의 다리에 깔끔한 상판이 있는 그냥 기본 책상이다. 엄청난 디자인은 아니지만 10만 원이란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질이 좋고 튼튼하다. 이 이상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누군가 책상을 사겠다고 물으면 큰 고민없이 추천할 수 있다. “책상은 데스커지!”


올해의 국수
회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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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훠궈, 마라탕, 마라샹궈까지 알싸한 매운맛의 마라의 인기가 심상치않다. 그런데 여기 정말 맛있는 마라 비빔국수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대만에서 온 회혼면이다. 조리법은 비빔면에 가깝지만 차갑게 먹는 게 아니라, 맛은 볶음국수에 가깝다. 나만의 비밀 레시피는 양념장에 설탕 한 스푼을 넣고, 신선한 고수와 반숙 계란 후라이를 올려서 먹는 것. 모든 향신료 맛이 강한 음식이 그렇듯 처음엔 이게 뭐지? 싶지만 먹다보면 중독성이 엄청나다. 담백하고 매콤하고 자꾸자꾸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다.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