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MORE THAN A DESK, DESKER

벌써 일 년 전이다. 디에디트가 사무실을 구한 게. 지은 지 30년도 넘은 오래된 벽돌 빌딩 4층에 위치한 디에디트의 아지트. 벽마다...
벌써 일 년 전이다. 디에디트가 사무실을 구한 게. 지은 지 30년도 넘은…

2018. 12. 06

벌써 일 년 전이다. 디에디트가 사무실을 구한 게. 지은 지 30년도 넘은 오래된 벽돌 빌딩 4층에 위치한 디에디트의 아지트. 벽마다 큰 창이 있어 하루 종일 해가 쏟아지는 멋진 곳이다. 행복했다. 난생처음 모든 것을 내 뜻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에디터H와 나는 꼭 우리의 신혼집 같다며 깔깔댔다.

Processed with VSCO with av4 preset[우리에게 아픈 기억만 남기고 지금은 버려진 책상]

욕심이 과했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뗀 작고 귀여운 디에디트는 이 공간을 어떤 카페보다 더 힙하게 만들고 싶었다. 사무실 안을 식물로 가득 채우고, 공장에서 주운 나무 팔레트로 티테이블을 만들었다. 책상? 거기서 다 거기지. 높이가 좀 높고 폭이 좁으면 어때? 그냥 저렴한 것으로 사는 거야! 꼭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책상은 창가에 배치하자. 우리는 힙한 스타트업이니까!

batchdester[바로 이거! 데스커의 베이직 데스크.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책상의 기본을 생각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배신한다. 결국 이 사무실은 우리에게 만성 어깨질환과 거북목을 남겼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401호 ver 2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상을 사는 것이었다. 큰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마음속에 찜해 둔 책상이 있었으니까.

batch_DSC01920 batch_DSC01923[멋지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데스커 베이직 테이블]

데스커는 퍼시스그룹이 2016년 4월 론칭한 디자이너와 스타트업을 위한 가구 전문 브랜드이다.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무환경을 만들어온 퍼시스그룹은 지금의 디에디트처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과 같은 소규모 비즈니스 종사자들을 위한 가구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데스커를 만들었다. 수십 명의 스타트업,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가구와 공간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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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에 데스커의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인 ‘데스커 시그니쳐 스토어’가 생겼다고 초대받았다. 좋은 타이밍이었다. 때마침 데스커 테이블도 샀고, 우리는 데스커의 주요 타깃인 작은 스타트업이기도 하니까! 요즘 부쩍 바깥 외출이 잦은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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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데스커의 슬로건인 ‘MORE THAN A DESK, DESKER’의 핑크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간결하고 멋지다.

데스커는 단순히 책상만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꿈이 크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곳일수록 더 긴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낼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우리 같은 회사일수록 오히려 사무공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디에디트도 매일 야근을 하며 매일 꼬박 12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을 때가 많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과, 쓸데없는 디테일이 없이 본질에 충실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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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하 1층부터 가보자. 쇼룸에서는 1인 사업가, 스타트업, 디자인 회사들이 데스커의 제품을 체험해보고 다양한 아이디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멋진 사무실처럼 꾸며둔 이곳에서 실제로 데스커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사무실을 바꾸거나 혹은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다른 공간의 사례를 소개받고 전문가에게 사무가구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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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이란 것은 사실 디자인이 크게 개입될 요소가 적다. 그래서 더 기본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제품의 핵심에 집중하며,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적절한 크기로 만든다. 좋은 소재로 잘 만들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 또한 중요하다. 데스커의 책상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션 데스크를 제외하면 사이즈에 따라 8만 원에서 10만 원대면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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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디에디트 사무실에 있던 책상은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일단 폭이 너무 좁아 답답했다. 노트북을 쓰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아이맥을 놓으면 모니터와 내 눈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졌다. 게다가 구조적으로도 허술했다. 물건의 가격이 저렴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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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스커의 책상은 그런 문제가 없다. 상판 밑에 하부 프레임이 추가되어 견고하고 안정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오래 사용해도 변함없는 품질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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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커 컴퓨터데스크의 폭은 70cm. 사실 이전엔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책상의 폭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가정용 책상을 산다면 그 폭이 60cm일 확률이 높다. 충분히 넓은 폭이지만, 만약 여기에 컴퓨터를 둘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사무실용 책상은 그 폭이 80cm 정도인 경우가 많다. 만약 책상을 마주보도록 배치하면 크기가 1.6m가 된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사용하기엔 책상이 너무 큰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데스커는 오피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데스크의 폭을 70cm로 맞췄다. 60cm와 80cm 사이의 선택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니터에 손을 뻗었을 때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한 위치가 눈의 피로도를 낮춰줘 가장 바람직한 거리라고 한다.

batchdester23batch_DSC00273batch_DSC00286[바람직한(?) 회의의  풍경, 현장의 데스커 직원들이 힘껏 협조해주셨다]

폭이 아니라 높이를 신경 쓴 책상도 있다. 높이 101cm의 스탠딩 테이블은 서서 사용해도 눈과 목이 피로하지 않은 최적의 높이로 설계되었다. 1m에 1cm의 미학. 작은 것도 세심하게 따져보고 고민하는 결과다. 사실 회의실 뿐만 아니라, 카페, 탕비실 등 어디서 두어도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조금 높이가 높은 바스툴 의자와 함께 두면, 앉아도 일어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batch_DSC00200batch_DSC00198[블랙 or 화이트 당신의 선택은?]

블랙과 화이트를 컨셉으로 꾸민 공간이 보인다. 블랙은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이라면, 화이트는 조금 더 화사한 맛이 있다. 어떤 톤이 더 좋은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의 문제다. 지난 1년간 사무실을 꾸며보니 기본적인 톤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춰 가구를 결정하는 게 가장 좋더라. 포인트 컬러는 딱 한 가지 컬러 적도가 적당하다. 난 옐로우를 추천. 검은색에도 흰색에도 지나치지 않은 포인트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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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톤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데스커 테이블 상판의 4가지 컬러칩을 종이 엽서 형태로 만든 것인데, 어떤 색을 할지 몰라 고민이 된다면, 이 엽서를 가져가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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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2인까지 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도 보인다. 가운데 멀티탭이 있어서 회의 중에도 쉽게 충전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폭의 비밀이 나온다. 이 테이블의 폭은 90cm.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았을 때 무릎이 닿지 않으면서도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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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환경은 좋은 책상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질 좋은 책상을 기본으로 적당한 분리와 수납 환경이 필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짐은 생각한 것보다 항상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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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을 활용한 공간 구분도 좋은 아이디어다. 실제로 디에디트도 문을 열자마자 바로 업무 공간일 보이기 때문에 책장으로 일종의 파티션을 만드는 걸 생각해봤다. 하지만, 뒤쪽까지 마감이 좋은 책장이 많지 않아 결국 꽤 비싼 돈을 내고 따로 테이블을 맞췄다. 그런데 데스커의 선반은 이런 점을 예상해서 뒤쪽에서 선반을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만약 알았다면, 당장 이걸로 질렀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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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상을 결정했다면, 이제 그 위에 들어갈 소품을 고를 차례다. MD 제품이 진열된 1층엔 덴마크 가구 브랜드 헤이(HAY), 스위스 가구업체 비트라(Vitra)까지 데스커와 어울리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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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충전이 되는 마우스 패드, 노트북 스탠드부터 사무용품까지 종류가 꽤 다양하다. 하나하나 다 탐나는 것들뿐이라 에디터H와 기은을 겨우 진정시켰다. 하마터면 여기에서 큰 지름을 하고 올뻔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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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둘러보는데 한쪽 구석에서 핑크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홀린 듯이 들어간 이곳에는 화려하게 돌아가는 게임용 PC가 일렬종대 줄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e스포츠 매니지먼트 조직 GEN.G와 함께 꾸민 1층 공간은 지나가다 가볍게 들러 손가락을 풀 수도 있겠다. 당연히 테이블은 모두 데스커였는데, 밝은 공간에 있을 땐 세상 정갈해 보이던 책상이 핑크와 퍼플 조명 아래선 또 다른 모습이더라. 게다가 게임하는 사람의 건강까지 생각해 모션 데스크 위에서의 게임이라니. 굉장한 호사다.

batch_DSC00122batch_DSC00110[하마터면 개인 방송을 할 뻔했다, 먹방이라든지 ASMR이라든지…]

더 놀라운 것은 바로 1인용 방송 시스템이 갖춰져있었다는 점이다. 핑크색 헤드셋과 핑크색 키보드 그리고 얼굴과 키보드를 비추는 웹캠이 설치되어 있다니. 지금이라도 당장 방송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냥 아무 때고 들어와서 쓸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라고 하니, 전국의 게이머들이여 여기로 오라!

batch_DSC00328batch_DSC00349[연출컷. 책을 열심히 ‘읽는 척’했다]

데스커는 첫 오프라인 공간인 ‘데스커 시그니쳐 스토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스타트업과 협업했다. 3층의 북카페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트레바리(TREVARI)’와 함께했다. 트레바리에서 추천받은 책은 물론, 한 달에 한 번 회사 내부에서 독서토론 시 선정된 적 있던 도서들까지 책의 규모가 상당하다. 물어보니 3층에만 무려 400권의 책이 있다고. 누군가가 읽었던 흔적을 증명하듯 책 안쪽에는 수많은 밑줄과 포스트잇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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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안쪽에는 최대 16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미팅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대관을 통해 북클럽 등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도 가능하다고. 별도로 독립된 미팅룸은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처럼 아늑하다. 모임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솔깃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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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도 하고 책까지 읽으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배꼽시계가 말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2층의 카페로 가야할 때다. 2층 카페는 브랜딩 전문 스타트업 ‘베러먼데이(BETTER MONDAY)’와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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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비주얼이 좋아서 우리 세 명 모두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시그니처 메뉴인 강렬한 에스프레소에 흑설탕과 우유크림을 더한 ‘데스컷’, 철분이 풍부한 레드비트로 달콤함과 새콤함을 강조한 ‘스파클링레드비트’, 브런치 메뉴인 타파스와 토스트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혹시 여기가 바로 신사동의 브런치 맛집인가요?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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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곳엔 모두 데스커의 테이블이 있었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화려한 조명 아래 무시무시하게 생긴 게임용 PC 아래에서도, 책을 읽는 북카페에서도 어떤 장소에서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게 바로 데스커 테이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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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테이블은 특정 용도라는 게 필요치 않다. 위에 무엇을 올리고 어떤 공간에 두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신한다. 이게 바로 가구의 유연성이다. 업무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사람의 상상력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책상은 꼭 따로 마련된 서재나 혹은 공부나 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판처럼 꽉 짜여진 닭장처럼 답답한 파티션을 친 사무실의 모습은 이제 점점 더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데스커는 이번 시그니쳐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협업했다.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허황된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한발짝 다가서서 손을 내미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데스커의 시그니처 스토어는 ‘건강한 열정을 가진 스타트업을 돕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그들의 생각을 잘 빚어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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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동안 신나게 이곳저곳 헤집고 다녀보니 여기가 어떤 곳인지 감이 잡힌다. 쇼룸이라기보다는 책을 읽고,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게임을 하고 쇼핑까지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깝더라. 한 번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즐기다 갈 수 있다. 디에디트 세 에디터가 데스커를 뽈뽈대며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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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