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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브라운과 베오플레이 P2

사람의 만남이 그렇듯 물건에도 운명이라는 게 따르는 법이다. 오늘 박스를 열며 운명을 느꼈다. 찌릿. [흔한 라인 덕후의 대화창] 라인프렌즈와 뱅앤올룹슨이라니....
사람의 만남이 그렇듯 물건에도 운명이라는 게 따르는 법이다. 오늘 박스를 열며 운명을…

2018. 10. 09

사람의 만남이 그렇듯 물건에도 운명이라는 게 따르는 법이다. 오늘 박스를 열며 운명을 느꼈다. 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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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라인 덕후의 대화창]

라인프렌즈와 뱅앤올룹슨이라니. 뱅앤올룹슨과 라인프렌즈라니! 엄청난 조합이다. 얼리어덕후의 심장에 무리를 줄 정도다. 심했어! 나빴어! 예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나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랑은 지극하다. 이것 때문에 카톡을 잘 쓰지 않을 정도다. 친한 사람들과는 모두 라인으로 대화한다. 그래야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거든. 브라운과 초코 스티커를 날리며 욕망을 표출하지 않으면 대화가 힘든 지경이다. 뱅앤올룹슨?? 말해 무엇하리. 당연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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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늘 리뷰할 물건은 두 브랜드를 모두 사모하는 나에게는 덕통사고. 이미 설계 과정에서 내 이니셜이 각인된거나 마찬가지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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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어보니 광택 고운 베오플레이 P2와 브라운 캐릭터로 만든 실리콘 액세서리가 들어있다. 맞다. 오늘 콜라보레이션의 주인공은 라인프렌즈의 최고 인기남 ‘브라운’이다. 진한 초콜릿 컬러의 곰돌이로서, 흔들리지 않는 무표정함이 그의 차밍 포인트다. 브라운과 브라운의 여동생 ‘초코’가 라인프렌즈 중 나의 최애 캐릭터다. 노란 병아리 캐릭터 샐리도 빼놓을 순 없지만 오늘은 스피커 얘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덕밍아웃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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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쓸쓸해보이는 브라운의 모습]

사실 뱅앤올룹슨과 곰돌이 캐릭터와의 만남이 쉽사리 상상가진 않았다. 예전에 출시했던 ‘프렌즈’ 스피커처럼 제품 자체를 캐릭터화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뱅앤올룹슨에게도 오랫동안 지켜온 디자인 컬러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뱅앤올룹슨이 그간 콜라보레이션을 펼쳐왔던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생로랑, 슈프림, 미켈러… 그 라인업에 라인프랜즈 같은 캐릭터 브랜드가 들어갔다는 건 아주 신선한 시도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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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선생님들의 고뇌가 담긴 베오플레이 P2 브라운 에디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으며 훌륭한 협업을 이뤄냈다. 노골적으로 스피커에 눈코입을 새겨넣기 보다는 브라운의 상징적인 컬러를 따와서 고급스러운 콜라보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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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플레이 P2의 알루미늄 그릴은 광택이 참으로 섹시하다. 브라운 캐릭터 특유의 진한 초콜릿 색에 은은한 펄이 느껴지는 가공을 통해 뱅앤올룹슨 디자인 톤앤매너와 조화를 이룬다. 실물로 본 사람은 이 펄감에서 오는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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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워서 렌즈까지 바꿔가며 과한 사진 열정을 표출함]

가죽 스트랩의 매듭을 잠시 풀고 브라운 액세서리를 연결해주면 한 몸이 된다. 솔직히 이걸 내가 DIY로 직접 연결해야 한다는 게 당황스럽긴 했지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스트랩에 브라운의 머리가 대롱대롱 달리면 귀여움의 정점을 찍는다.

은근하고 위트있게 두 브랜드를 엮어놨다. 지저분하게 보태거나, 과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든다. 두 브랜드의 팬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콜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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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가 너무 고퀄이라 당황스러울 정도]

구성품이 더 없나 싶어 살펴보니 비장의 무기가 숨겨져 있었다. 흰 봉투 안에 가죽으로 만든 전용 케이스가 있다. 브라운의 얼굴과 B&O 로고가 나란히 각인된 브라운 컬러의 케이스다. 가죽이 너무 부드러워서 깜짝 놀랐다. 뭘 이런 걸 이렇게까지 고급스럽게 만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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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흰 봉투엔 충전 케이블이 들어있었다. 마찬가지로 브라운 컬러다. 보통 이런 구성품은 같은 모델에 들어갔던 번들 케이블을 써서 블랙으로 통일되곤 하는데 뱅앤올룹슨은 늘 케이블 컬러까지 신경쓰더라. 이런 디테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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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그대로 한 손에 쏙!]

생각보다 더 작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데 뒷 부분의 곡선이 부드러워 스마트폰 따위를 쥔것처럼 자연스럽다. 무게는 고작 275g. 블루투스 스피커로서는 자랑할 만한 휴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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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 위에서 뽀작뽀작 포장을 뜯고, 바로 연결했다. 원래 B&O 제품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폰에 설치되어 있는 전용 앱을 통해 페어링 하면 금방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듣는 뻔한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사무실에 묵직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에디터M과 에디터 기은이 동시에 귀를 쫑긋 세운다. 손바닥만한 작은 바디에서 이 정도 사운드가 나올 줄은 몰랐다. 다들 내 자리로 몰려(?)든다. 소리가 좋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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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버튼 찾기]

참고로 전원 버튼은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바닥에 은근하게 숨어있다. 에디터M은 못찾고 헤매더라. B&O 로고를 꾹 누르면 된다. 버튼 누르는 느낌이 아주 무겁다. 솔직히 처음엔 너무 안눌려서 버튼이 맞나 의심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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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비슷비슷한 노래만 듣는 편이다. 백 번쯤 들었던 Rachael Yamagata의 Over and Over를 베오플레이 P2로 듣는데 갑자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와, 소리 너무 좋다. 본래 사무실에서 쓰던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무게나 크기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존재감은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최대 출력 50W인 드라이버 유닛이 두 개가 들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볼륨을 높이니 묵직하게 ‘둥, 둥’거리는 느낌이 전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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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라인 덕후의 책상, 급하게 정리하고 찍어봄]

상단의 그릴로만 소리가 나오는 구조라 자칫 밋밋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무실 어디에서 들어도 소리가 고르게 출력된다. 소리가 돈값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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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화면 좀 닦고 찍을걸 그랬지…]

몇 가지 재밌는 기능도 소개하고 싶다. 스피커 상단을 더블탭하는 단순한 동작으로 여러가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데, 입맛에 맞게 설정해두면 꽤 편하다. 기본 설정으로 사용하면 더블탭으로 정지 및 재생을 콘트롤할 수 있다. 알람을 끄거나 시리를 호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 설정이 가장 직관적이고 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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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플레이 앱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톤터치 기능인데, 간단한 터치 조작으로 음색을 취향껏 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WARM에 가깝게 드래그한다면 저음을 강조해주고, BRIGHT는 고음을 강화해준다. 이런 조작 자체가 어렵다면 그냥 저장된 프리셋 중에서 느낌이 맞는 걸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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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전자기기 리뷰인데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배터리 완충 시 최대 10시간까지 음악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사용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순 있겠다. 음악 재생이 멈춘 상태에서 1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절전모드에 들어가는 영특함까지 갖췄기 때문에 배터리 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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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브랜드와 트렌디한 캐릭터가 만나 이렇게 유쾌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이쯤되니 라인프렌즈의 다음 콜라보레이션이 어떤 브랜드가 될지 벌써 기대될 지경. 매번 새로운 물건을 만지고, 탐하는 과정이 지쳐가던 중이었는데 마음에 상큼한 바람이 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상단을 더블탭할 때마다 브라운이 고개를 살짝 흔들며 반응하는 위트가 좋다. 전 세계에 단 5,000개 한정으로 판매된다고 하니 브라운을 사랑하는 귀여운 덕후 여러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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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