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우리 앱에서 영화 보고 갈래?

보신각 타종 중계를 보면서 2018년을 맞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민족대명절 추석에 다다랐다. 사실 말이 민족대명절이지 많은...
보신각 타종 중계를 보면서 2018년을 맞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을 달리고…

2018. 09. 20

보신각 타종 중계를 보면서 2018년을 맞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민족대명절 추석에 다다랐다. 사실 말이 민족대명절이지 많은 사람들에게 넓고 깊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주는 수련회 캠프다. 추석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인데, TV에서 하는 추석 특선 영화들은 누가 골랐는지 하나같이 센스 없는 픽 뿐이다. TV를 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 의지와 다르게 하루종일 송출되고 있는 ‘추석 특집 도전 천 곡’, ‘전국노래자랑’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을 들으면서, 스르르 사지에 힘이 풀린 채 쓰러져 잠드는 것이 우리네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추석은 참 슬픈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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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이번 추석에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무비데이를 런칭한단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설 연휴부터 매주 주말마다 전국민에게 영화선물을 베푸는 참으로(?) 혜자로운 캠페인이다. 이번 추석연휴 5일 동안 매일 새로운 영화를 선물로 준다더라.

batch_render-1537194141139-0[이게 바로 그 앱이다. kakao page 나처럼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

덕분에 내게도 외고가 떨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난 카카오페이지를 잘 모른다. 카카오라고 하니 전국민이 쓰는 메신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앱이다. 여기서 영화, 드라마, 예능, 소설, 웹툰까지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다 보여주는 콘텐츠 플랫폼은 처음본다. 아무래도 그냥 나처럼 잉여로운 사람들을 위한 앱인 것 같다. 바로 추석 라인업을 확인해보자.

{카카오페이지 무비데이 추석 라인업}

  • 9/22(토) 블랙 팬서
  • 9/23(일) 독전
  • 9/24(월) 택시운전사
  • 9/25(화) 리틀포레스트
  • 9/26(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생각보다 볼 게 엄청 많다.  예상밖의 신작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마블 영화가 2편! TV 특선영화였다면 최신영화랍시고 2년 쯤 묵은 영화를 틀어줬겠지. 생색을 내려면 이렇게 진짜 최신 영화를 들고 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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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데이 이용 방법은 뭐 그냥 하면(?) 된다. 추석연휴동안 카카오페이지를 실행하면 무비데이 팝업이 뜨는데 그걸 클릭하면 끝이다. 아니면 여길 클릭해도 되고.

아무튼 내 특명은 무비데이에 할 영화를 리뷰하는 것이다. 다만 난 예나 지금이나 리뷰를 ‘억지로 좋게’ 쓰는 일은 익숙하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썼다.  재밌으면 장땡 아닌가? 사람들은 더 솔직하고, 흥미롭고, 아주 조금은 맛이 간 그런 리뷰를 원하니까. 맞는 말 같은가? 잘 찾아왔다. 당신이 원하는 건 바로 이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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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 반. ★★★☆

스타트를 끊는 마블의 블랙 히어로. ‘최두익’ 채드윅 보스만이 와칸다의 황제 티찰라 역을 맡았다. 이 배우는 <블랙 팬서>로 처음 알게 됐는데, 액면가와 달리 마흔이 넘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 이 외에 마이클 B. 조던, 포레스트 휘태커, 다니엘 칼루야 등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했다. 심지어 메인 OST도 켄드릭 라마의 곡이다. 그냥 영화 전체가 흑간지로 도배돼있다고 봐도 좋다.

그럼에도 마블 영화답게 놓치지 않는 인종적 다양성은 ‘셜록’의 왓슨 역으로 널리 알려진 마틴 프리먼으로 나타난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만나면 어떤 장면이 될지?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batch_T0OZ-qSkxOQVqV0Ksdf2mDgFHKs[매우 강한 고양이의 모습. 필살기는 냥냥펀치 * 토막상식: 고양이는 열을 발산하는 기계류에 올라가 앉는 걸 좋아한다]

화려한 연출과 CG 그리고 와칸다의 감각적 묘사에 대비해, <블랙 팬서>의 시나리오는 다소 아쉽고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킬몽거’는 다른 어떤 마블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종류의 빌런이었다. 히어로는 항상 옳은가? 빌런은 늘 부당한가? 꽤 철학적인 문제에도 끈을 놓지 않는다. 마블이 나풀거리지 않는 이유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것은, 영화의 주요 씬 중 한 부분을 부산에서 촬영했다는 사실. 덕분에 한국인 한정의 개그 포인트가 몇 개 생기기도 했는데, 이건 영화에서 확인하시라. 와칸다 포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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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Believer, 2018) – 개 ★★★

<독전>은 불과 네 달 전 개봉한 영화다. 이렇게 최신 영화를 픽한 카카오페이지의 혜자로움에 박수를 치자. 글로벌판 제목이 ‘Believer’인데, 내가 아는 빌리버는 저스틴 비버의 팬덤을 이르는 말이어서 좀 식겁했다. 주제곡으로 ‘Baby’같은 게 나오는 걸까? 다행히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음악감독에 적힌 ‘달파란’ 이라는 이름은 이병헌 주역의 <달콤한 인생>에서도 봤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음악감독 한국형 느와르에 대한 대찬 도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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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연기력이다. 우리 판호… 아니, 조진웅의 마스크는 말할 필요가 없다. 류준열은 매력 있는 사마귀처럼 나온다. 크든 작든 얼굴에 사마귀가 있었다면 사마귀달린 사마귀라고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최근에는 쇼미더머니 심사위원까지 하고 있던데 영화와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고 허쓸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또한 <독전>은 얼마 전 작고한 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감히 말하건대 <독전>에서 진하림이 준 인상은, 지금도 회자되는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씬에도 견줄법하다. 몰입감 있는 연기 끝에 느껴지는 것이 전율 아닌 슬픔인 이유는… 앞으로 더는 볼 수 없으리라는 막막함 때문일는지. 덕택에 <독전>은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가 됐다. 감사한다.

다만 등장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영화 속 사건간의 유기성은 다소 모호하다. 우후죽순 일어나는 사건들 덕택에 조진웅은 매번 ‘죽순은 초장에 찍어먹어야지’ 같은 말을 해줘야하고, 이게 왜 15세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게 15세 이용가면, 난 이다음부터 19세 이용가에 대한 기대감, 혹은 공포감이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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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 2017) – 반 ★★★☆

송강호 주연의 세 번째 천 만 관객 영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뤘다. <택시 드라이버>하면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의 1976년 영화가 떠오르는데, 생각해보면 동서양과 예술장르를 막론하고 택시드라이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상당히 많다. 다른 직업이 아닌 오직 택시드라이버만이 줄 수 있는 모종의 로망이나 감각이 있나? 나 역시 택시드라이버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막상 쓰고 나니 너무 구려서 갖다 버린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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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유해진 그리고 고창석에 이르는 아저씨 전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연기력은 그냥 현지인 같다. 진짜 택시기사님들 갖다 놔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특히 유해진이 분한 택시기사 역은 지방 택시기사님들이 가진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백이십프로 살아 있다. 참 뭘 시키든 잘 소화하는 배우라지만, 복장도 분위기도 이 이상의 싱크로율을 보여줄 순 없을 것 같다. 막말로 <베테랑>에서 대기업 상무로 등장하는 유해진과 <택시운전사>의 유해진을 비교해보라. 이 영화에서의 몇몇 배우들은 마스크조차 필요 없다. 류준열은 머리긴 사마귀처럼 나왔다.

제목은 <택시운전사>지만 <분노의 질주>와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차량 액션이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나쁘지 않은 고증, 두유노우 갓김치, 딸 구하려면 별 짓 다 할 것처럼 생긴 크레치만의 열연, 자연스레 삽입된 시대 음악과 색감까지 장점이 많은 영화. 단지 안타까운 것은 토종 천 만 영화, 국민영화에 빠짐없는 민족적이고 인공적인 향취다. 결국 아주 조금의 MSG가 우리 입맛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그냥 자이언티의 후렴구를 따라 불러본다. 암 어 베~~~슷ㅌ 드라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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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 2018) – 반 ★★★★☆

찔끔 눈물이 날 뻔 했다. 별 반 개를 뺀 것은 순전히 가오 때문이다. 일 년에 약 한 두 편정도 나온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정말 좋았거든요…’ 라고 말하고 다니게 되는 영화가. 올해는 <리틀 포레스트>가 무조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정말, 정말 좋았다. 너무 좋았을 때에는 좋았다는 것 이외의 세련된 표현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집으로…>의 따뜻함과 <아메리칸 셰프>의 흥겨움, <고독한 미식가>의 정갈함이 다 합쳐진 영화를 떠올려보자. <리틀 포레스트>는 그 삼분지일 정도 된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영화의 전반적인 색감, 흐름, 등장인물 모두에 음식이 관여돼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셰프>와 비견할만하다. 물론 혜원은 셰프가 아니고, 스칼렛 요한슨도 아니지만. 한 계단 다른 차원의 매력과 입체감을 가졌다. <1987>에서 다소 어색했던 김태리는 비로소 제 옷을 입었다. 태연하게 웃고, 떠들고, 생각하는 인물. 여기에 ‘열연’이라는 말은 고루하다. 주연 조연 모두 거슬리는 등장인물이 없다. 누군가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가 다른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가장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batch_photos_26290_1521002108_53189e00fb82af1d6135b8ac248bd3e7[은숙 누나는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류준열은 잘생긴 소처럼 나왔다. 내가 여자였다면 이 영화에 나온 류준열에게 프로포즈했을 것이다. 물론 거절당했겠지만. 무엇보다 진기주라는 배우를 알게 돼서 너무나 기쁘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냐고. 나는 이상형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은숙 누나가 이상형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각본, 특히 나레이션으로 살아난 문구들의 느낌이 지나치게 좋았다. 난 이런 느낌의 글을 쓰고 싶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선 퍽 자존심이 상하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사실은 별 수 없다. 가끔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오지 않는가. 그래야 발전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고. 그래도 질투가 나는 건 별 수 없다. 이런 마음들이 더 잘, 좋은,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도록 만든다.

혹자는 퇴사유발 영화, 귀농홍보 영화라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고작 그 정도 메시지로 요약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다. <리틀 포레스트>는 겨우 고향, 농촌, 유기농, 로하스와 슬로우 라이프 같은 뻔한 곳에 있지 않다. 그럼 어디에 있느냐고?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 이 영화의 위대하고, 대단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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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Avengers: Infinity War, 2018) – 개. ★★★★

마블의 필살기, 어벤져스다. 것도 10주년이다. 마블정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브랜드가 10년 동안 모은 원기옥을 터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브라늄과 미래적 기술력을 등에 업은 아이언맨, 더 강하고 농염해진 블랙 위도우, 은하를 수호하다 우주 전체를 지키게 생긴 가오갤과 무지개다리 너머가 망해서 난민신세를 면치 못하는 토르, 이상한 마법사와 흑냥이 그리고 돌아온 캡틴까지. 여기에 역대 최강 빌런인 타노스까지 얹으면 꽤 그럴듯하지 않을까?

batch_d0fbb9c560ef49a4a2cbe3e6338ffe8d [뭐든 다 이기는 바위]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의 기대는 대기권과 태양계를 너머 우주적 수준이 돼있었다. 그 어떤 마블 영화가 기대와 압박에서 자유롭겠느냐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만큼은 그 궤부터가 남달랐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어떤 걸 갖고 와야 사람들은 만족할 것인가? 아니, 실망하지 않을 것인가? 관객의 입장에서도 긴장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블은 ‘또 다시’ 해냈다. 실로 폭주하는 기대감을 배신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말할 수 있었다.

어우. 천만 명이 넘게 본 영화를 스포일러 하나 없이 쓰려니 진이 빠진다. 엄청난 인기와 기대를 모은 만큼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던 영화다.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 외적인 요소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장면에서의 자막 번역 문제 때문에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바 있는데, 무비데이 상영에선 과연 번역 문제가 해결돼서 나올지… 글쎄? 직접 보고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언제 어디서? 한국 날짜로 9월 26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웃음)

진짜 마지막으로… 라인업 총평

나는 위와 같이 다섯 편의 영화를 리뷰하면서 아래와 같은 결론들을 얻을 수 있었다.

  • 번째. 리스트업 한 사람이 류준열의 극성 팬이다.
  • 번째. 사람들의 유입을 고려해 맨 앞과 뒤로 외화를 깔아놨다. 그것도 마블을.
  • 번째. <리틀 포레스트>는 신의 한 수였다. 민족 대명절 추석에 가장 적절한 픽이었다.
  • 번째. 영화 다섯 편 리뷰를 한꺼번에 시키는 건 좀 너무했다. 다음에 이렇게 시키면 한 줄 평만 할 거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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