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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슈퍼 파워, 갤럭시 노트9

기자 생활 1년 차 쯤이었던가. 얼떨결에 IT 분야에 발을 들인 나는 순수하고 귀여운 폰알못이었다. 전자제품은 일렉트로닉. 전기가 통하면 켜진다! 이게...
기자 생활 1년 차 쯤이었던가. 얼떨결에 IT 분야에 발을 들인 나는 순수하고…

2018. 08. 10

기자 생활 1년 차 쯤이었던가. 얼떨결에 IT 분야에 발을 들인 나는 순수하고 귀여운 폰알못이었다. 전자제품은 일렉트로닉. 전기가 통하면 켜진다! 이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조작법도 모르는 카메라를 들고, 선배 뒤를 따라갔던 기자간담회에서 운명 같은 제품을 만났다. 2011년 가을이었다.

“Phone? Tablet? It’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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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는 정말 굉장했다. 어마어마한 화면 크기도 놀라웠지만, 폰에 펜이 달려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막내기자 H는 하라는 취재는 안 하고, 핸즈온 섹션 구석에서 S펜을 붙잡고 놀았다. 대학생때 알바비를 모아 구입했던 와콤 타블렛의 기술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말 그대로 뿅 가버렸다.

그 뒤로 화면이 크면 클수록 미덕이라 여기는 패블릿(폰+태블릿) 시대가 도래했다. 이 트렌드를 선도한 건 단연 갤럭시 노트였다. 2018년에 돌아보면 고작(?) 5.3인치였던 갤럭시 노트의 화면이 그토록 크게 느껴졌던 게 우습기도 하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당시의 나는 앱등이로서 자아 확립 전이었다. 갤럭시 노트를 보고 나니 쓰고 있던 아이폰4가 오징어처럼 보였고, 기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애석하게도 약정을 깨면서 옮겨 타기엔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때 만약 용감하게 기기변경을 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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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추억팔이는 이쯤 하자. 갤럭시 노트는 화려한 데뷔를 마치고, 성공적인 플래그십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대화면과 S펜이라는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필두로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한 덕분이었다. 더러는 질풍노도의 시간도 있었지만 인기는 변함 없었다. 그리고 지난 밤, 갤럭시 노트9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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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펜부터 살펴보자. 최초로 저전력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이쑤시개처럼 가느다란 S펜에 또 다른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블루투스 통신 모듈과 아주 약간의 배터리를 내장했다. 더불어 무게도 늘어났지만, 인간의 손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여전히 작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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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g의 부품이 추가된 이유는 원격 제어 기능 때문이다. S펜을 통해 스마트폰 기능 일부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인데 꽤 재밌다. S펜을 분리하면서 펜에 있는 버튼을 길게 누르면 카메라가 실행되고, 이 버튼으로 촬영 셔터를 대신하거나 전후면 카메라를 전환할 수도 있다. 카메라 셔터 기능은 꽤 유용해 보인다. 혼자 여행가서 타이머를 맞추지 않아도 그럴싸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겠다. 참고로 S펜 버튼을 길게 눌러 실행할 수 있는 앱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 새로운 기능의 쓸모를 찾기 위해 꽤 고군분투한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할 때 S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다음 슬라이드, 두 번 누르면 이전 슬라이드를 볼 수 있다. 카메라, 갤러리, 음성 녹음, 유튜브, 스냅챗, 스노우, B612, 파워포인트 등의 다양한 앱에서 이런 원격 제어 기능을 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S펜의 소프트웨어 개발 킷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갤럭시 노트9이 많이 팔린다면 더 다양한 앱에서 S펜의 원격 제어 기능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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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플레이어 앱에서 S펜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아주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앱에서도 10초 앞뒤로 제어하는 동작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화면을 가리거나 직접 터치하지 않고 재생 상태를 제어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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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앞으론 S펜도 꼬박꼬박 충전해서 써야 하냐고? 그건 아니다. 원격 제어 기능 외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등 S펜의 기본 기능은 여전히 배터리 잔량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참말로 안심되는 소식이다. 충전이 필요한 경우에도 스마트폰에 꽂아 40초 정도면 완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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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mAh의 놀라운 배터리 용량에도 박수를 보낸다. 전작 대비 21% 증가한 스펙이다. 이 정도면 하루종일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끄떡없겠다. 덕분에 약간 무거워졌지만 괜찮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앵꼬났을 때의 마음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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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최대 1.2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용량 앱도 자주 구입하는데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많이 쓰다보니 마음이 끌린다. 한 번쯤 테스트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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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잡기에도 공을 들였다. 이슈가 있었던 만큼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듯. 내부에서 발열을 분산시킬 수 있는 히트 파이프 자체의 크기를 키웠으며, 쿨링에 더 효율적인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배그 모바일 한 번 돌려보면 결과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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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시선을 돌려보자. 갤럭시S9 시리즈의 카메라와 거의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달라진 건 인공지능을 적용한 인텔리전트 카메라. 촬영 피사체를 자동으로 인식해 카메라 설정을 바꿔주는 기능으로 LG가 G7 ThinQ에 적용한 AI 카메라와 비슷하다. 꽃, 사람, 음식, 노을 등 총 20개 모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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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인물이 눈을 감거나, 사진이 흔들렸을 때 “눈을 깜빡였어요”, “사진이 흔들렸어요”라고 충고해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렌즈에 지문이나 얼룩이 묻었을 때도 알려준다고. 디에디트 단체 사진을 찍으며 테스트해보고 싶다. 우리 에디터M의 작은 눈도 인식하려나. 윙크하는 것도 눈을 깜빡였다고 인식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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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AKG 사운드 기술을 도입한 스테레오 스피커가 탑재됐다. 드디어 스테레오! 생각보다 스마트폰 스피커를 사용할 일이 많은데, 이 사운드를 스테레오로 즐기게 되면 일상의 질이 달라진다. 늦었지만 환영하는 변화다.

빅스비도 더 똑똑해졌다고 하는데 아직 말을 섞어보지 못해 확인할 순 없다. 자연어 인식 능력과 사용자 개인화 능력이 강화되어 말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일련의 절차를 끝내준다. 예를 들자면 사용자가 원하는 콘서트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하고, 결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얼마나 매끄럽게 될지가 관건. 처음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를 땐 말만하면 뭐든지 이뤄지는 시대가 코 앞에 온 것 같았는데 좀처럼 그런 시대는 오지 않고 있다. 아직은 손에 닿지 않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빅스비의 진화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소비자를 매혹시키긴 힘든 포인트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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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는 미드나잇 블랙, 오션 블루, 라벤더 퍼플, 메탈릭 코퍼의 4가지. 최근에 자꾸 컬러 삽질을 하는 통에 불안했는데 이번엔 4가지 모두 예뻐 보인다. 특히 오션 블루 바디에 옐로우 컬러의 S펜을 매치한 위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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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펜, IP68 등급의 방수/방진, 홍채 인식, 지문 인식, 얼굴 인식… 갤럭시 노트9엔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얘가 왜 ‘노트’였는지는 희미해져 가는 기분. 처음 만났던 2011년이 아련해진다.

어쨌든 강력한 신제품이 나왔다. 많이 팔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만간 손에 쥐어보고 새로운 소식 전해드리겠다.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