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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디자인 트레블러

안녕, 에디터 기은이다. 난 아기자기한 성격 만큼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가보고 싶은 디자인 샵 리스트를 저장해두고 있다....
안녕, 에디터 기은이다. 난 아기자기한 성격 만큼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2018. 08. 05

안녕, 에디터 기은이다. 난 아기자기한 성격 만큼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가보고 싶은 디자인 샵 리스트를 저장해두고 있다. 오늘은 리스트 첫 번째에 있는 제로 스페이스를 소개하려한다. 제로퍼제로라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샵이다. 미리 장담한다. 여러분도 나처럼 사랑에 빠질 만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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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운영하는 제로 스페이스는 EARTH, TRAVEL, LOVE를 테마로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남편은 세계의 지하철 노선도를 그리고 아내는 ‘엄마와 딸’ 일러스트를 그린다. 이곳은 이들이 디자인하고 수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부부의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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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스토리가 있다. 이 디자이너 부부와 딸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은 ‘Mother and daughter ‘일러스트 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몇몇 팬들은 서운함을 표시했다. 세상엔 엄마와 딸만 있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서운해하는 이들을 위해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 시리즈도 그리기 시작했다.

간결하게 한 선을 쭉 이어 그린 듯한 그림체가 매력적이다. 이 귀여운 일러스트들은 그림책, 포스터, 카드로도 만날 수 있다.

DSC00676[TRAVELING GIRL 쇼룸]

엄마와 딸 일러스트에 반해 찾아 왔지만,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건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은 여행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끙끙 앓을 디자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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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란 도시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40도에 육박하는 한국의 여름을 겪다보니 시원하다 못해 추웠던 유럽의 날씨가 계속 떠오르더라. 그곳에 대한 향수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 때 ‘TRAVELING GIRL’ 테마의 쇼룸이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쇼룸 앞 한 쪽 벽면을 압도한 시티레일웨이 시스템 시리즈는 거대했다. A2, A3, 다양한 사이즈로 펼쳐진 세계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더라. 실제로 가지고 다니며 참조하기란 어렵겠지만 여행지의 향수를 자극하는 예술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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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가장 복잡한 모습을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으로 풀어낸 센스에 감탄했다. 하트 모양으로 그려진 뉴욕 지하철 노선도와 섬세하게 그려진 유럽의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노선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물론 실제로 들고 다닐 수 있는 노선도도 판매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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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리 에펠탑 모양으로 그려진 파리 지하철 노선도는 프랑스를 사랑하는 에디터H가 보면 오열 했겠다.

DSC00766[그래도 내 고향 서울이 최고]

노선도가 그려진 엽서카드도 판매 중.

DSC00759[힙한 브루클린 지도]

슬프게도 포르투 지하철 노선도는 없었다. 주인장님 언젠가 포르투갈의 포르투도 여행하시길 바랄게요. 참 멋진 도시랍니다. 생각해보니 포르투에서 택시만 탔지 지하철을 타본 기억은 없네요. 그래도 만들어주시면 맘껏 향유하겠습니다. 괜히 그리워하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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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포스터는 한 컬러씩 차례로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개 중 품질이 떨어지는 작품은 할인된 가격에 판매중이다.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은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OUTLET 코너를 이용해도 좋겠다. 검품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하철 역이 잘 안보이거나 노선도가 흐릿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역을 알아 볼 수 없어도 그 자체로 예술이며 작품이다. 지갑이 가벼웠던 나는 아무래도 이 코너의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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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 테이프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듯 했는데 세계 지하철 노선도 마스킹 테이프는 뉴욕, 맨하탄, 런던, 도쿄가 전부였다. 이 도시엔 큰 향수가 없어 구매하지 않았다. 도쿄 지하철이 하도 복잡해서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 때문일까? 마스킹 테이프를 보는 것 조차 힘이 들더라. 작은 마스킹테이프에 빡빡한 도쿄 노선도를 모두 담았다. 아우, 세 번 잘 못 갈아타서 투어버스 티켓을 환불 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찔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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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스페이스의 주인장은 도쿄에 큰 향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 다녀올 때 마다 야금야금 모았던 아이템들을 들여왔다. 일명 <도쿄문방구>로 몇 번씩이고 다시 구매할 만큼 좋았던 도쿄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템 하나하나에 친절하게 설명을 써붙여 놨는데 들여온 이의 정성이 느껴지더라.

DSC00804[PENTEL 휴대하기 편한 일회용 만년필]
DSC00678[속기사들이 쓰는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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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브랜드가 얽혀있는 도쿄문방구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쿠라시키 이쇼(Classiky)’. 쿠라시키 이쇼는 일본 오키야마현의 쿠라시키 지역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다. 주로 종이, 철, 유리 등을 이용한 제품을 만드는데 여러 작가들과 협업도 한다고. 알아보니 제품 카테고리가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였는데 제로 스페이스엔 주로 도자기 제품을 들여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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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큰 의미를 차지 하지 않던 수건걸이, 마스킹 테이프 커터, 마스킹 테이프도 상냥하게 써 놓은 소개글 덕분에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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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충분히 잘 붙어 있는 수건걸이를 바꿔 끼울 것도 아니면서 괜히 쿠라시키 이쇼의 수건걸이가 갖고 싶어진다.

호기심에 쿠라시키 이쇼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다. 아기자기한 아이템이 즐비했고 일본 특유의 소박한 감성이 듬뿍 묻어났다. 혹여 구경하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살포시 제로 스페이스 주인장께 들여와달라고 DM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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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해 보이는 트러스코(TRUSCO)의 툴박스도 팔고 있었다. 트러스코는 일본 전문 상사로 공구를 도매상에게 파는 일을 하는 곳인데 이 곳 또한 여기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다. 공구와의 인연은 하나도 없는데 괜히 갖고 싶더라. 꽤나 튼튼해 보이고, 라인이 잘 빠져 아름다웠으며 하나 쯤 있으면 든든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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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 소박한 문구 미니어처 뽑기 존(?)도 있었는데 야심차게 골랐다가 소박한 연필깎이 미니어처를 손에 얻었다. 무려 8,000원이었는데 솔직히 허무함은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이게 가챠의 묘미 아니겠어요. 귀여운거 많이 봤으니 괜찮아요.

DSC00726[색칠공부 little TRAVELLER가 갖고 싶어요]DSC00727

여러 구경을 했지만 가장 많이 산 것은 패스포트 커버. 여행을 자극하는 봇짐 맨 소녀(?)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저걸 장착하고 입국 심사를 받고 싶어 당장 인천공항으로 발길을 옮기고 싶을 정도. 도톰하지만 종이 재질이라 여러 번 들고다니면 이별을 고해야 할 것 같지만 예쁘다. 세 개나 샀으니 빠른 시일 내에 해외 여행을 세 번 정도 가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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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직접 가격을 입력해 영수증을 만들어주는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계산대에서 귀여운 영수증을 받으며 생각했다. 이 공간을 지배한 귀여움의 원천은 뭘까.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http://www.zeroperzero.com/

지금까지 기사를 정독하며 구매욕에 불타올랐을 당신을 위해 제로퍼제로 온라인 샵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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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향수도 충만, 가족애에 대한 따스함도 충만, 귀여움도 충만한 공간이었다. 한두 개만 사려던 마음이 어느새 한두 개 빼고 다 사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했다. 열차 창가에 앉은 여행자 일러스트는 너무도 사랑스러워 키링도, 스티커도 구입했다. 여권 커버를 세 개나 산 건 조금 오버한 것 같지만, 그래도 덕분에 여행에 대한 허기가 조금은 채워졌다. EARTH, TRAVEL, LOVE 키워드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니. 셋 중 하나라도 허기질 때면 다시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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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 – 금 11am – 8pm
토 – 일 1pm – 6pm

위치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6길 32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