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쫓는 소리가 들려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둠 속이었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있는 걸까. 귀를 곤두 세워보지만 주변에 들리는 건 불길한 바람 소리 뿐.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용기를 내서 한 발작 움직여보니, 내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소리가 아주 짧게 울린 걸 보니 좁은 복도에 서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본다. 터벅, 터벅. 갑자기 내 뒤에서 다른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아무래도 날 쫓아오는 게 틀림 없다. 도망가보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몸이 빨리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 젠장!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무작정 뛰어가다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날 추격하던 발자국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시뻘건 무엇이 다가온다. 이제 등뒤에 서있다. 으아악!

“아오 C, 뭐야 이게.”

내 비명 소리에 내가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헤드폰을 벗으며 파르르 떨고 있는 내게 에디터M이 다가온다.

“팔자 좋다? 회사에서 게임 하는 거야, 지금?”

그렇다. 이건 모두 게임 이야기였다. 회사에서 게임을 했다는 건 팩트지만, 팔자가 좋다는 건 좀 억울하다. 이 갓띵작을 플레이하며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리뷰도 쓰고 있는데 말이다! 흥!

오늘 소개할 앱은 찜통같은 여름밤에 플레이하기 좋은 공포 게임이다. ‘다크 에코(Dark Echo)’.  피가 튀고 귀신이 머리카락을 드리우는 하드코어한 공포물은 아니다. 좀 더 은근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한다.

화면도 별 거 없다. 옆에서 보면 리듬 게임을 하는가보다 싶을 정도로 심플하다.

앱을 처음 실행하면 헤드폰을 착용하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꺼냈다. 무서운 게임과 좋은 헤드폰, 아이패드 프로, 맥주 한 캔. 완벽한 여름 밤 키트다. 처음엔 아이폰X에서 플레이했지만, 아무래도 화면이 큼직한 아이패드 쪽이 플레이하기 더 편하더라.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어둠속에 하얀 발자국이 플레이어다. 화면을 드래그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해보자. 그때부터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발자국 소리가 장애물에 부딪쳐 윤곽을 드러내면 눈치껏 길을 찾아 가는 것이다. 소리를 시각적인 효과로 보여주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사운드를 들어야만 완성된다. 묘하게 기분 나쁜 바람소리가 울리고, 알 수 없는 적이 나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주변에서 벌레가 윙윙대며 날아다닌다. 나도 모르게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주인공(나)이 죽을 때의 소리가 끔찍하기 그지 없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화면 전체가 시뻘건 색으로 물든다. 이토록 심플한 죽음이라니. 이 비명 소리가 너무 끔찍해서 죽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플레이할 정도.

매 스테이지마다 패턴과 캐릭터를 바꿔가며 나를 쫓아오기 때문에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미션은 심플하다. 적을 피해 문을 찾는 것.

소리의 파장이 흰 색으로 움직일 땐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노란 색도 OK. 다만 빨간색 파동은 적이다. 피해야 한다. 이 빨간색 움직임은 느릿하게 내 주변을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광기어린 속도로 뒤에서 으르릉대며 쫓아오기도 한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도망가는 것 뿐이다. 내 뒤를 쫓아오는 악마같은 발걸음 소리를 피해 달려야 한다. 잡히면 바로 죽는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간단한 게임인데 대단한 긴장감이다.

아쉬운 건 사운드의 공간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 방향이나 움직임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됐다면 공포 지수가 50%는 올라갔을텐데. 자, 이제 어서 다운로드 받아서 해보시길. 오늘 밤은 서늘할 것이다.

Dark Echo
Store – iOS / Android
Price – 2.19 달러
Size – 99.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