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찍었다, 올해도

예전에는 사진은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그냥 ‘기록’.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를 쓴다면, 누가 찍어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무지한 시절이었다. 어설프게 사진의 세계에 발을 담가보니, 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선이었다. 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그 시선에 따라서 똑같은 아이폰 카메라로도 이런 사진을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2007년 창립돼 이제는 어엿한 사진 공모전으로 자리잡은 2018 아이폰 포토그래피 어워드(IPPAWARDS)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오직 아이폰에 달린 손톱만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 수상작들을 훑어보다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두 아이폰X이나 아이폰8처럼 최신형 기기만 쓰는 게 아니더라.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우리 주머니 속에 얼마나 훌륭한 카메라가 들어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

Grand Prize
Jashim Salam / Bangladesh
<Displaced>
Shot on iPhone 7

올해의 포토그래퍼 그랑프리에 선정된 방글라데시 작가의 작품 ‘난민들(Displaced)’. 난민 캠프 근방에서 교육용 영화를 보고 있는 로힝기야족 아이들의 모습을 아이폰7으로 촬영했다. 한 곳을 바라보는 얼굴 하나 하나가 인상적이다. 한 장의 스마트폰 사진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지 말해주는 작품.

Alexandre Weber / Switzerland
<Baiana in Yellow and blue>
Shot on iPhone 6s

올해의 포토그래퍼 1위인 스위스 작가의 작품. 브라질 살바로르데 바이아 지역에서 트럭 뒤를 따라 운전하던 중에 아이폰6S로 우연히 촬영한 모습이라고. 바이아나라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이 트럭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컬러가 아름답다.

Huapeng Zhao / China
<Eye to eye>
Shot on iPhone 6

중국 옌타이 산둥 지방에서 촬영한 사진. 작가가 해변을 걷다가 마주친 소년인데, 사진을 찍으려 하자 눈 앞에 직접 잡은 고기를 갖다 댔다고. 우연히 포착한 순간의 느낌과 소년의 얼굴이 흥미롭다.

Zarni Myo Win / Myanmar
<I want to play>
Shot on iPhone 7 Plus

처음엔 강렬한 색감에 반해 쳐다보다가 사진 제목을 보고 이내 마음이 아파진다. 한 쪽 다리를 잃은 소년이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다. 할 수 있다면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Fiona Bailey / United Kingdom
<Diner>
Shot on iPhone 7

이토록 일상적인 피사체를 이렇게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솜씨가 부럽다.

Song Han / China
<Half and Harf>
Shot on iPhone 7 Plus

발코니에 들어온 햇살을 그림처럼 포착했다. 훌륭한 감각이다.

泳桥 黄 / China
<Dreams in the basket>
Shot on iPhone 5S

컬러나 구도, 스토리가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진이다. 하나 더 놀란 건 아이폰5S로 찍었다는 사실!

Pascal Despair / Switzerland
<Night at the beach>
Shot on iPhone 7 Plus

이번 어워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낯선 구도로 바라보는 스페인 밤바다의 사람들이 낭만적이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Cocu Liu / United States
<Urban Impressionism>
Shot on iPhone X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작가 Cocu Liu. 샌프란시스코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인데, 사진마다 독특한 느낌이 듬뿍 담겨서 좋다. 이 작품은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했다. 런던과 파리의 도시가 주는 인상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Cocu Liu / United States
<Chasing Light>
Shot on iPhone 7 Plus

좋아하는 작가라 편애를 담아 한 작품 더 소개한다. 해지기 전의 샌프란시스코 거리다. 이렇게 도시의 풍경을 기하학적으로 담는 사진을 잘 찍더라. 아이폰으로도 이렇게 찍을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사진들이다. 더 많은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방문해보시길.

모든 에디터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디에디트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조촐하게 디에디트 아이폰 포토그래피 어워드도 개최해보련다. 경쟁심이 불타는 세 에디터가 아이폰 사진첩을 얼마나 맹렬하게 뒤졌는지 모른다. 투표는 댓글로!

Editor M / Korea
<꽃 사세요, 스파시바>
Shot on iPhone X

디에디트에서 가장 빨리 출품된 에디터M의 작품. 얼마전 다녀온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다. 인물사진모드를 적절하게 활용한 순발력이 돋보인다. 여러분이 다들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사족을 달자면 에디터M은 진작에 소매치기 당한 아이폰X을 다시 구입했다.

Editior H / Korea
<o beijo>
Shot on iPhone X

포르투 골목길에서 만난 영화같은 키스신. 때마침 해질 무렵이었고, 모든 게 완벽했다.

Editor G / Korea
<나의 그늘, 엄마아빠>
Shot on iPhone 5S

마지막으로 출품한 에디터 기은이 부모님 사진을 들고 왔다. 사진마저 완벽할 만큼 근사하다. 안면도 바닷가에서 마치 유럽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버리셨다. 예전 사진이라 아이폰5S로 찍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