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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

어느 날인가 퇴근 후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나 말고 방이. 며칠 청소를 못 했더니 엉망이더라. 이럴 땐 재빨리 불을...
어느 날인가 퇴근 후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나 말고 방이. 며칠…

2018. 06. 28

어느 날인가 퇴근 후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나 말고 방이. 며칠 청소를 못 했더니 엉망이더라. 이럴 땐 재빨리 불을 끄고 램프를 켠다. 그럼 순식간에 골치 아픈 것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조명 속 분위기만 남는다. 얼마 전까지 살았던 포르투 숙소에서도 그랬다.

디에디트의 세 여자가 한 달 살기를 위해 포르투갈까지 가져간 짐은 엄청난 부피를 자랑했다. 처음 살아보는 유럽 집에서 멋진 인테리어를 꿈꿨지만, 잔뜩 늘어진 옷가지와 짐 덕분에 쉽지 않았다. 그때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숙소 곳곳에 흩어진 스탠드를 내 방에 모으는 것이었다. 유럽에 도착한 첫날부터 허름하게 취침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허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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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조명 몇 개에 포르투 이층집 내 방은 아름다워졌다. 제법 무드까지 있었다. 이것은 이름하여 ‘부지런한 게으름뱅이의 인테리어’. 오늘은 혼자만의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싶지만, 살짝 게으른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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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를 리뷰하며 가장 감탄한 건 간편한 연결성이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아이폰의 ‘홈’ 앱에 들어가 액세서리 등록을 마치면 된다. 참 쉽죠? 아,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애플 홈을 기반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iOS 기기에서만 램프 컨트롤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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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홈킷은 연동된 스마트 기기를 아이폰에서 조종할 수 있는 앱이다. 제일 처음엔 액세서리 등록을 위해 박스에 동봉된 홈킷 코드를 입력해야 하니 포장지와 함께 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나의 경우 코드가 적힌 설명서는 잘 사수했는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코드 입력을 마쳤건만, 자꾸 코앞에 있는 램프를 찾을 수 없다고 뜨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틈만 나면 블루투스를 꺼두는 습관 때문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구가 연결된 램프의 전원을 미리 켜두지 않았거나, 아이폰의 블루투스를 켜두지 않으면 연결이 되지 않는다. 굉장히 간단한 이 두가지 조건만 지킨다면 액세서리 등록은 순식간에 끝난다. 전구에 불이 깜빡이며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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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특유의 간결함이 녹아있는 인터페이스였다. 누구든 만져보면 바로 조작할 수 있는 직관성 있는 UI다. 꾸욱 누르면 찾던 기능이 나오고 또 꾸욱 누르면 다른 탭을 찾을 수 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금세 신나게 전구의 색을 바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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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이 램프를 더 멋지게 활용할 기회가 있었다. 친구 J가 간만에 디에디트 사무실에 놀러 오기로 한 것이다. 환영파티를 열어 평소보다 더 성의껏 성대하게 대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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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알록달록 예쁜 술을 준비했다. 그리고 깔맞춤에 집착하는 나는 조명을 체리맛 술과 어울리는 핑크빛으로 바꾸었다. 그렇다. 깔맞춤 핑계로 내 스마트 램프를 J에게 자랑한 것이다. 장마라 음침하던 사무실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비가 내려 침침한 창밖의 밝기는 컨트롤할 수 없어도, 사무실의 무드는 마음껏 컨트롤 할 수 있다. 비가 와서 울적했다는 J는 삽시간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최대 60M 거리에서도 컨트롤된다며 사무실 끝에서 끝으로 움직이자 날 비웃은 것 같기도 하다.

컬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보여주니, “나도 하나 살까?”라며 호기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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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핑크색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대표님, 에디터M의 표정이 굳었다. 다급하게 에디터M이 마시던 술병 빛으로 바꿔드리는 사회생활 스킬을 선보였다. 이제 좀 낫다고 씨익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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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M은 참으로 반응이 투명한 사람이다. 파티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색을 바꿔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는 가정에서 쓰는 대부분의 전구와 호환이 된다. 참고로 가정에서 흔히 쓰는 E26 전구 소켓과 형태가 같다. 조명 기기를 좋아하는 디에디트 사무실에는 총 9개의 전구와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모두와 호환 가능했다.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가 생기니 평소 촬영해보고 싶었던 컨셉이 떠올랐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명이 얼굴을 반씩 물들이는 오묘한 인물사진을 한 번쯤 찍어보고 싶었다. 이런 건 조명이 설치된 스튜디오에서만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도전정신이 불타오른다. 마침 내겐 스마트 램프가 2개나 있다. 그리고 마침 놀러 온 J가 사진을 잘 찍는 친구다. 얼씨구나 화보 촬영을 부탁했다.

batch_gieun[핑크 파랑 조명의 인물사진]

대박! 결과는 끝내줬다. 스튜디오 뺨치는 작품 사진이 아니던가. 내 사진이라는 게 마냥 자랑스러울 정도다. 그냥 촌스러운 빨강, 파랑이 아니라 오묘하고 고급스러운 컬러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멋진 사진이 나왔다. 촛불 하나의 밝기를 1lm(루멘)으로 정의하는데, 수치가 클수록 밝은 빛을 의미한다.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의 밝기는 800lm으로 적당한 수준이다. 촬영용 조명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밝기와 분위기는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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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무실 불빛을 파랗게 빨갛게 해둘 수는 없으니 파티가 끝나면 조절이 필요하다. 언제 놀았냐는 듯 시치미 떼고 백색 모드로 돌려놔야 한다. 오스람 스마트 플러스는 색온도 스펙트럼이 넓다. 1,000에서 1만 2,000K로 설정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백열전구가 2,700K, 가정에서 주로 쓰는 형광등이 6,500K이니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 구석구석 먼지를 찾아 치울 땐 온도 탭 아래의 푸른빛을 터치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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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색상 탭에선 파란색이 아닌 옅은 하늘색 영역을 추천한다. 야근할 때 사용해 봤는데 흰색보다 청아하고 밝아 집중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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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람 스마트 플러스는 1,600만 가지의 색상를 표현할 수 있다. 내 눈으론 절대 1,600만 가지를 구분할 수 없지만, 1차원적인 색상이 아니라 아주 오묘한 색상까지 표현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이 좋다. 색상 컨트롤이 굉장히 직관적이다. 그라데이션으로 색상이 표현되어 있어 원하는 색상을 터치하면 1초 뒤 램프의 색도 따라 변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만 가지 섬세한 색 중 원하는 색을 손가락 끝 터치에 의존해 고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컬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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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홈킷과 호환되는 램프다 보니 시리로도 컨트롤할 수 있었다. 간단한 불 끄기, 램프 밝기 컨트롤이 가능한데 생각보다 편리하다. 누워서 음성 인식으로 불을 끄는 그 편리함은 정말 짜릿하다. 조명 켜고 끄는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시리가 그것까지 해주진 않았다. 재밌었던 건 언어 현지화가 되었는지 ‘핑크색’은 알아듣지 못하고 ‘분홍색’은 바로 알아듣더라. 그 외 빨강, 파랑, 보라색 등 원하는 색을 말하니 바로 램프 컬러를 바꿔주는 센스를 선보였다. 시리에게 말할 때는 한국말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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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주는 인테리어 효과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톡톡히 써먹다니 꽤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뜨거울 땐 화려한 색상을 뽐내다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땐 청아한 컬러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함이 마음에 든다. 에너지 효율도 좋아 전기세 걱정도 없다.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램프를 그룹으로 묶어 컨트롤할 수도 있다. 아,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는 솔깃하다. 창가에 다섯 개쯤 걸어두고 무지갯빛으로 연출해도 멋지지 않을까? 욕심이 늘어간다.

OSRAM SMART+
price 6만 원대

PHOTO BY. 장재은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