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손목에 올림픽을

그러고 보니 애플워치를 사용한지 1년이 넘었구나. 처음 만났을 때의 물고 빠는 감정은 없어졌을지언정, 권태기를 지나 일상의 일부로 자리한 지 오래다. 막상 손목에 차고 있을 땐 뭣이 편한지 의식하지 못하지만, 깜빡 잊고 외출한 날엔 하루종일 불편하다. 오는 전화도 놓치고, 하루 종일 허한 손목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그간 애플워치와 나의 끈끈한 릴레이션십을 다져준 건, 단언컨대 줄질이었다. 기분 따라 스포츠 밴드도 차고 밀레니즈 루프도 차고, 모던 버클도 차고! 중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만 원짜리 짝퉁을 구매하는 외도(?) 행위도 있었는데, 엄청난 퀄리티였다. 두 번 차보고 어디에 처박아놨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암튼 이리저리 얘기한 건 애플이 이렇게 줄질을 좋아하는 내가 살 수도 없게, 아주 먼 곳에 애플워치의 한정판 밴드를 출시한다는 섭섭한 소문을 들어서다. GQ 웹사이트에 들렀다가 낯선 애플워치 밴드를 보고 까무러칠 뻔 했다. 오는 8월 6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기념해 무려 14가지 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14개국의 국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라고. 소재는 모두 우븐 나일론 밴드로 동일하다.

[미국]

내가 이렇게 손톱만 물어뜯는 사이 벌써 착용한 사람도 있다. 미국 육상 선수인 Trayvon Bromell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멋스러운 착샷을 올려놨더라. 부럽다. 그가 착용한 것은 당연히 성조기를 모티브로 한 미국 버전의 밴드다. 가격은 329BRL. 한국돈으로 따지면 10만 원이 조금 넘는다. 한정판이라 그런지 우븐 나일론 밴드 치곤 무척 비싸다.

[바로 여기다…]

불친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으로 구입하기 힘든 애플워치 밴드가 될 것이 틀림 없다. 온라인 판매를 안하는 건 물론이고, 브라질의 Villagemall에 있는 애플스토어에서만 단독 판매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혹시 밴드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14개국에 한국이 들어갔을까? 그럴리가 없지. 애플의 왕따는 익숙하다. 주눅들지 말자, 우리. 흥.

[영국]

[브라질]

[프랑스]

자칫 만국기처럼 촌스러워질 수 있는 게 국기 모티브의 디자인인데, 애플은 훌륭하게 소화했다. 특히 미국, 영국, 브라질, 프랑스 등의 디자인이 근사하다.

[중국]

[일본]

옆나라들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이제 어디든 빠지지 않는 대스타다. 솔직히 일본 밴드의 생김새는 정말이지 이상하다. 굳이 이런 디자인을 뽑아내면서까지 일장기를 모티브로 써야했나 싶을 만큼.

다행히 아직 다른 디자인이 많이 남았다. 어차피 한국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마음을 비우고 어떤 나라가 있는지 슬쩍 구경이나 해보자. 캡션을 손으로 가리고 어느 나라 밴드인지 퀴즈를 즐겨도 좋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뉴질랜드]

[네덜란드]

[멕시코]

[자메이카]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