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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 18년 만의 일탈

어떻게 하면 이 기사를 멋지게 시작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하지만 이건 그냥 ‘칭따오가 무려 18년 만에 새로운 맥주를 선보였다’라고...
어떻게 하면 이 기사를 멋지게 시작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하지만 이건…

2018. 04. 17

어떻게 하면 이 기사를 멋지게 시작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하지만 이건 그냥 ‘칭따오가 무려 18년 만에 새로운 맥주를 선보였다’라고 담백하게 운을 떼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페일 라거 칭따오가 내놓은 새로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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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 하면 단숨에 머리 위를 스치는 이미지가 있다. 봄에 얼굴을 내민 새싹처럼 투명하고 여린 초록색 병. 그리고 양꼬치. 1차부터 3차까지 언제 마셔도 뚝 떨어지는 깔끔한 마무리와 청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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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렇게 견고하게 다져둔 이미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아주 잘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고 그냥 잘하면 본전 치기. 까딱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둔 이미지까지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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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의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일단 눈앞에 새로운 맥주가 있으니 야무지게 뜯고 맛보는 것이 사람의 도리. 종류는 두 가지다. 칭따오 위트비어와 스타우트. 칭따오는 느끼한 음식과 궁합이 좋은 페일 라거를 벗어던지고 과감히 에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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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완전 다르다. 칭따오의 상징과도 같았던 초록색 병을 버린 것도 살짝 충격적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쉽게 부패되는 상면 발효 맥주를 투명한 병에 담았다간 우리 입에 채 닿기도 전에 맛이 변해버리고 말테니까. 까맣게 태닝하고 우리 앞에 선 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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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칭따오 위트비어 부터. 칭따오는 독일의 양조 기술과 중국 청도의 맑은 물이 만나 탄생했다. 맑고 깨끗한 맛. 밀맥주로 변신하며 껍데기는 변했을지언정 특유의 깔끔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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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맛의 위트비어라니. 하지만 사실이다. 입안을 꽉 채우는 고소한 맛 뒤에 익숙한 산뜻함이 안녕 하고 고개를 내민다. 일반적인 밀맥주의 고소함이 물의 비중이라면, 칭따오 위트비어의 고소함은 공기를 채우는 기체의 비중이랄까. 영화관에 들어설 때 풍겨오는 팝콘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밀맥주의 정수를 뽑아낸 아로마 오일을 페일 라거에 톡 하고 떨어드린 오묘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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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칭따오 스타우트는 같은 핏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한 모금 들이키면 입안에 태우기 직전까지 구워낸 구수한 빵맛이 강하게 맴돈다. 곡물에 열을 가해 탄수화물이 익을 때 풍기는 구수하고 달큰한 맛. 칭따오 맥주만을 위해 재배된 칭따오 홉과 3가지 몰트를 황금비율로 섞은 뒤 특별하게 구워냈다는데, 맛의 획이 굵고 점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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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은 또 다르다. 초반의 고소함을 넘기고 나면 입안에 감도는 자잘하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탄산과 아주 약한 산미가 무겁게 내려앉는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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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의 변신은 언제나 흥미롭다.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시작된 평가는 두 병의 맥주를 거의 다 비울 때쯤엔 안도감과 확신으로 변했다.

기존의 페일라거와 밀맥주 그리고 스타우트까지. 이제 칭따오의 라인업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말만 주문처럼 외우는 당신에게 이 맥주를 권한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마셔보지 못한 맥주는 아직 너무나 많으니까. 

1Day1Sul(@1day1sul)님의 공유 게시물님,


칭따오 위트비어
Point – 칭따오의 신선한 외도
With – 의외로 양꼬치랑 괜찮을지도?
Nation – 중국
Style – 바이젠
ABV – 4.7%

 

1Day1Sul(@1day1sul)님의 공유 게시물님,


칭따오 스타우트
Point – 굵고 진한 스타우트의 정석
With – 술이자 안주. 다른 것은 필요 없다
Nation – 중국
Style – 스타우트
ABV – 4.8%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