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가면 사과

아닌 밤중에 새로운 아이폰이 공개됐다. 아이폰 일레븐이라도 나왔냐고? 기대하셨다면 죄송.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아이폰8 시리즈에 새로운 마감이 추가됐다는 소식이다. 바로 눈부신 빠-빨간맛!

애플이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의 (PRODUCT)RED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애플은 왜 해마다 자꾸 빨간색 제품을 내는 걸까. 빨간색에 대한 집착이라도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든 분들은 ‘애플이 빨간 이유’라는 지난 기사를 잠시 읽고 오셔도 좋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애플이 출시하는 빨간색 에디션은 모두 (RED)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RED)는 에이즈 퇴치를 위해 운영되는 기관이다. 인구의 2/3 이상이 HIV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RED)의 메시지를 담은 (PRODUCT)RED를 만드는 것. 애플은 이 기금을 마련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좋은 일을 하면 겸손히 숨겨야 한다는 건 촌스러운 얘기다. 애플은 언제나 이 (PRODUCT)RED 스페셜 에디션과 캠페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여러분! 우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했습니다! 모두 함께해욧! 그들이 지난 11년간 1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만들었고, 그게 얼마나 많은 태아를 HIV 바이러스로부터 구했는지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빨간 제품을 사는 것만으로 쉽게 좋은 일에 발을 담그게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윈윈인가.

작년까지 아이폰7 시리즈의 레드 에디션을 사용했었는데, 그때는 알루미늄 피니시의 은은한 마감이 매력이었다. 궁금하다면 ‘여기’로 가서 살짝 구경하시길.

[흰빨 조합의 아이폰7 레드 에디션]

당시엔 전면이 화이트 컬러로 처리된 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용자들의 원성을 샀었는데 애플이 그 의견을 겸허히 접수한 모양이다.

[이번엔 검빨이다]

아이폰8 시리즈의 새로운 레드 에디션은 전면이 블랙. 검빨이 진리라고 믿었던 분들에겐 반가운 소식이겠다. 나는 흰빨의 화사한 조합도 불만 없이 좋아했지만, 새로운 버전은 이것대로 고급스러워 보인다. 내가 앱등이라 그런 건 아니겠지.

실물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아이폰8 시리즈 특유의 글래스 마감이 새로운 레드 에디션에도 적용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 예전에 출시됐던 레드 아이폰보다 훨씬 화려하지 않을까. 글로시한 레드 립스틱을 풀콧으로 바른 것처럼 야시시하겠지.

아이폰8와 아이폰8 플러스 레드 스페셜 에디션은 64GB와 256GB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99만 9,000원부터. 글로벌 판매는 4월 10일부터, 한국에선 4월 말부터 판매가 시작된다고. 레드를 쓰기엔 너무 뜨거운 계절이 오고 있지만, 뜨거운 의미를 담아서 좋은 일에 힘쓰고 싶다면 기다려보자. 아이폰X의 레드 에디션이 나왔다면 그야말로 핫한 소식이었을 텐데. 나 역시 당장 갈아탔을테고. 쪼꼼 아쉽다.

이건 아쉬운대로 함께 공개된 아이폰X 가죽 폴리오. 12만 9,000원. 내 스타일은 아니다.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