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도쿄 드리프트

2박 3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안한 주말에 떠나 출근날 하루를 끼고 돌아오는 여행을 사랑한다. 남들 놀 때 놀고...
2박 3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안한 주말에 떠나 출근날 하루를…

2018. 03. 16

2박 3일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안한 주말에 떠나 출근날 하루를 끼고 돌아오는 여행을 사랑한다. 남들 놀 때 놀고 또 남들 일 할 때 노는 게 좋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이 여행의 동행자는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디에디트의 전 인턴 장재은. 카메라를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훌쩍,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도쿄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이유 없는 친절을 만났다. 이건 여행 자랑이자 스윗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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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갈 때 도착한 나란 사람]

내게 친절했던 이들을 꼽아보자면 첫째로 여행 액티비티 앱 클룩. 기억하시는지. 작년 여름 에디터H&M의 홍콩여행을 책임진 아이다. 이번엔 내 도쿄여행을 책임져 줬다. 여행지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주선해주는 야무진 앱이다. 에디터M은 뉴욕에서 클룩으로 헬기를 탔고, 에디터H는 오사카 효도 관광을 편히 다녀왔다. 시작부터 광고 같지만, 이건 아주 진정성 있는 리뷰다. 실제로 나는 이 앱을 사용한 지 1년이 넘었다. 알뜰하게 최저가를 찾다 보면 늘 종착지가 클룩이었다. 작년에 다녀온 마카오에서 워터쇼 최저가 티켓을 발견한 이후 계속해서 내 최애 여행 앱을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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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표님, 에디터M도 한 스윗하신다]

클룩의 가장 편한 점은, 즉석에서 예약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바로 사용’ 기능. 1분 1초가 금쪽같은 해외여행에서 매표소의 긴 줄을 서지 않게 해줌과 동시에 욕심껏 잡은 일정을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이번 여행에선 유심칩부터, 기모노 체험, 고카트, 디즈니랜드까지 전부 클룩으로 해결했다. 솔직히 이거 안 쓰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정말 편하다.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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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친절했던 사람은 동행자 장재은이 있다. 매 순간 나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곤 인생 사진을 턱 하니 내어놓았다. 이렇게 사진 잘 찍어주는 사람과 여행한 건 처음이다. 당신 혹시 인생 사진 자판기이신지? 내 사진이 너무 많아서 민망하지만, 이번 일본 여행에선 예쁜 사진을 잔뜩 건졌다. 앞으로도 주옥같은 사진이 계속 나오니 편히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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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어 보이지만 주문한 소바를 기다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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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도로에 늘어선 차조차 사연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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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집 앞 댕댕이 네 마리 귀..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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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연 있는 비닐우산, 궁금하다면 고카트 체험기를 유심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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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유미?]

아름다운 기모노 체험을 시작으로 마지막 날의 초췌한 내 모습까지 예술로 남겨주었다. 나도 그녀를 향한 보답으로 열심히 찰칵거려 보았는데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 사진에 담겨서 하는 말인데 저 비닐봉투 속 사과 맛 킷캣은 정말 최고의 초콜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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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고 했더니 바로 웃는 재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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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정도면 나도 잘 찍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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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버스 전속 모델 급 자세]

에디터 기은의 투어에는 늘 빠지지 않는 코스가 있다. 나는 어딜가든 잠시 쉴 틈을 주는 시티투어 버스를 꼭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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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투어버스 티켓을 사고 버스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던 도쿄의 어느 날이었다. “스카이 버스 로고가 보이게 찍어줘!” 동행자 재은을 괴롭히고 있는데, 자꾸만 기사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빨리 탑승하라는 뜻이겠지? 민망한 나머지 후다닥 셔터를 누르고 문을 향해 뛰었는데 눈앞에서 버스가 떠나고 말았다. 뭐지? 당황한 우릴 붙잡은 가이드가 말했다. “저 버스 아니야, 니네 차는 저기 있어.” 방금 전 버스 아저씨는 우리의 포토타임을 지켜주기 위해 잠시 기다리며 나를 바라봤던 것이다. 인증샷의 중요함을 아는 남자! 아 스윗해, 내 세 번째 친절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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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뒤차에 탑승]

이건 실제로 탑승했던 스카이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 예쁜 풍경을 여유 있게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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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같아 보이는 두 여자]

도쿄 시내를 게임하듯 운전하며 즐길 수 있는 고카트는 내 흥미를 이끌기 충분했다. 이걸 타면 캐릭터 옷을 입고 도쿄 도로에 내 바퀴 자욱을 남길 수 있다. 재은은 엘모 옷을 입고 나는 초파 옷을 입었다. 우리 둘 다 굉장히 귀여운 것 같았다.

고카트는 실제로 도쿄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다. 뒤에 트럭이 뒤쫓아 오는 무서운 순간도 있지만, 괜찮다. 우린 다년간 카트라이더로 다져진 프로 라이더니까. 또 당당히 국제 면허증을 들고 갔으니 괜찮다. 합법이다. 참고로 고카트는 정말 재밌다. 끝나고 나니 한 번 더 타고 싶어서 아쉬울 정도로. 다음에 도쿄에 가면 또 달릴 거다. 부릉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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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고카트 가이드의 카메라는 아이폰5였다]

네 번째 친절은 고카트 가이드로부터였다.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를 위해 영상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심지어 고프로를 빌려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덕분에 카트라이더 급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도쿄 도로의 사정이 궁금하면 아래 영상을 놓치지 말자. 끝날 무렵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갈 때 쓰라며 새 우산을 건네주는 센스까지! 도쿄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친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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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숙소 옆 건물에 아쿠아 파크가 있다는 걸 발견한 나는 일정을 더 빡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밤에 방문하자는 귀여운 아이디어를 냈다. 들어간 지 20분쯤 되었을까 무심코 계단을 내려왔는데 출구로 나와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바보들이 있을까. 아직 물고기들을 다 구경하지도 못했는데 당당하게 출구로 나와버린 것이다.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폐점시간이 다가와 입장이 마감된 상황. 억울한 마음에 촉촉한 눈빛으로 점원을 바라봤더니 따라오라며 손짓하더라. 또다시 친절한 사람을 만나 다시 들어갈 기회를 얻었다. 역시 사람은 귀엽고 볼 일이다. 이분을 다섯 번째 스윗 가이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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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의 마무리는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디즈니랜드. 내겐 놀이공원에 대한 로망이 있다. 회전목마 앞에서 애인과 알콩달콩한 사진을 찍는 부류의 로망 따위가 아니다. 오로지 하나. 밤의 디즈니랜드에서 반짝이는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구경하기. 나는 디즈니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모두가 아는 그 장면, 신데렐라 성으로 떨어지는 그 별빛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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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만 했다면 완벽했을 신데렐라 성]

그렇게 로망 하나로 뚝심 있게 찾아간 디즈니랜드는 나를 반기지 않았던 걸까. 바람이 강력해 불꽃놀이는 취소되고 퍼레이드는 어트랙션 줄을 서다 놓쳤다. 여기서 건진 건 낯선 이의 친절 하나.

어둠 속에 길 잃은 우리를 안내해준 이가 있었다. 우린 일본어를 못했고 그는 영어를 못했다. 결국 그는 손짓 발짓의 바디랭귀지를 이용해 우릴 목적지까지 안내해줬다. 이름 모를 분이시여,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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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트루퍼 모찌와 다스베이더 통]

그리고 불꽃놀이의 위안이 되어준 스타워즈. 고마워요, 디즈니. 루카스 필름을 인수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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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길 찾기와 일정 소화에 빠진 기은]

여행은 늘 계획대로 돌아가지만은 않는다. 기대하며 찾아간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을 수도, 매일 하던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가 하필 그날 취소될 수 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도 ‘망했다’라며 포기하지 않는 것. 정신을 단디 차리고 즐기다 보면 이 모든 게 즐거워진다.

불꽃놀이가 취소됐을 때 이 여행은 망했어라며 절망했는데, 돌아오니 모든 것이 좋았다. 꺄르르 웃고 있는 우리의 영상을 보면 행복했구나 싶고 내게 친절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니 여행하길 잘했구나 싶다. 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더니만. 이 추억을 벗 삼아 다음번 여행은 바람이 덜 부는 나라의 디즈니랜드로 해야겠다. 가자 꿈과 희망의 나라로.

오래 기다리셨다. 블록버스터급 반전과 박진감 넘치는 기은투어가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보자. 

Photo by _Jaeeun

About Author
김기은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을 소개하는 프리랜스 에디터. 글과 영상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