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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취향] 라이터를 지켜라, 헤비츠 가죽 케이스

아직 디지털 도어락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했다. 덜렁이인 나는 열쇠를 자주 잃어버렸는데, 그때마다 현관 앞에 쪼그려...
아직 디지털 도어락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했다. 덜렁이인…

2016. 07. 21

아직 디지털 도어락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했다. 덜렁이인 나는 열쇠를 자주 잃어버렸는데, 그때마다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아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타박하며 열쇠를 운동화끈에 묶어 내 목에 걸어주셨다. 열쇠 목걸이는 내가 달릴 때마다 내 명치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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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덜렁거리는 나에게 그때를 추억할만한 물건이 하나 생겼다. 내가 열쇠만큼이나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인 라이터를 위한 간지 넘치는 가죽 케이스다. 내 목에 라이터 케이스를 걸어준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요즘 엄마보다 더 자주 보는 에디터H. 아무래도 에디터H는 내가 맨날 라이터를 찾아 가방을 뒤지는 모습이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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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 가죽 케이스: 목에 걸 수 있음. 선글라스 걸이로도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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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연히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발견한 이 멋스러운 물건은 헤비츠(hevitz)의 제품이다. 헤비츠는 가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일종의 가죽공방인데,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쓸 수 있는 튼튼하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헤비츠의 목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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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이터 케이스는 실제로 헤비츠 직원들이 라이터 하나도 ‘헤비츠스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이다.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반응이 좋아 이렇게 어엿한 제품으로 판매까지 하게 되었다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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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소 어깨 부분만을 사용한 베지터블 가죽이다. 표면에 특별한 가공을 하지 않아 가죽 본연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고, 손에 쥐면 부드럽게 착 감기는 맛이 있다. 이 가죽은 오일 성분이 많아 오래 사용하고 내 손때가 탈수록 점점 더 멋져질 것이다. 햇살도 좀 쐬고, 서울의 매연도 좀 묻히고, 손기름도 더해서 얼른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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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BIC 라이터도 한 세트다. 비싼 건 아니지만 공짜는 언제나 기분이 좋은 법. 게다가 이 멋진 가죽 케이스 안에 들어있으니 평범한 라이터도 특별해 보이는 기분. 안타깝게도 스트랩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스트랩이 많이 비싸지 않은데다, 이건 목에 걸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으니 스트랩도 함께 샀다(다시 한 번 은혜로운 에디터H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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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전 에디터H가 기사를 통해 내 담배 케이스를 욕보였다(그 기사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모욕을 당하기도 했고, 마침 지퍼가 고장 나서 제 구실을 못하던 차라 새로운 담배 케이스도 마련했다. 렌토(lento)의 ‘슬로우 파우치’로 6,500원이란 착한 가격이 특징. 100% 재활용되는 타이벡(Tyvek) 소재로 만들었는데 종이처럼 가볍지만 찢어지지도 물에 젖지도 않는다. 허허. 라이터 케이스에 담배케이스까지 생기다니. 이건 뭔가 나라에 세금을 더 열심히 내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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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츠 라이터 케이스 & 뉴 스트랩 Ver.3
Price – 케이스 9,000원 / 스트랩 7,000원

P.S 다음에 지르고 싶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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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내 리디북스 페이퍼에 멋스러운 옷을 입혀줘야지. 헤비츠 리디북스 페이퍼 케이스 99,000원.

About Author
이혜민

에디터M. 칫솔부터 향수까지 매일 쓰는 물건을 가장 좋은 걸로 바꾸는 게 삶의 질을 가장 빠르게 올려줄 지름길이라 믿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