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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램

작년부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리뷰하고 싶은 제품은 많았는데,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마음처럼 해내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년부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리뷰하고 싶은 제품은 많았는데, 시간에…

2018. 02. 06

작년부터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리뷰하고 싶은 제품은 많았는데, 시간에 쫓기며 살다보니 마음처럼 해내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는 정말 마음먹고 부지런히 예쁘고 쓸만한 제품들을 만져볼 참이다.

보통 주변 친구들이 “나 노트북 뭐 사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아주 높은 확률로 LG전자의 그램(gram)을 추천한다. 다들 내가 무조건 맥북을 추천할 거라고 생각하던데 그렇지 않다. 대부분 윈도우 노트북을 필요로 하는 데다, 가격대나 성능, 디자인, 무게 등을 고려했을 때 그램만한 모범 답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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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다는 건, 노트북에 대해 잘 모르는 내 친구들도 단번에 알아들을 만큼 브랜드가 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램. gram.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이렇게 성공적인 브랜딩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잘 만든 이름이다. 1kg 미만의 가벼움을 모토로한 ‘그램’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면서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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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의 첫 번째 제품이 나왔던 게 2014년이다. 점점 화면을 키우면서도 가벼움을 유지했고, 배터리가 아쉽다는 얘기가 나오자 작년에는 엄청난 배터리의 ‘올 데이 그램’까지 만들었다. 소비자의 피드백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껏 수많은 지인에게 “그램 사”라고 추천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은 제대로 써본 일이 없었다.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흥미가 많은 만큼 요리조리 내가 궁금한 점들을 살펴봤다. 자, 따끈따끈한 2018 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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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서 꺼내보니 생각보다 크다. 무거워 보인다. 오른손으로 제품을 들어 올렸다. 느낌이 이상하다. 시각적 경험에서 오는 예상과는 달리 허탈할 만큼 가볍다. 이래서 그램, 그램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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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13인치 노트북을 쓰다가 15.6인치의 화면을 마주하니 숨이 탁 트인다. 역시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화면 사이즈를 줄이는 이유는 사이즈에 정비례하는 숨 막히는 무게 때문이다. 나처럼 노트북을 매일 휴대하는 사람에게는 300~500g의 무게 차이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진다. 안 그래도 어깨가 무너질 것 같은데, 노트북이 더 무거워진다는 건 삶의 질을 떨어트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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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은 마치 장난감 같다. 들어올릴 때마다 놀랍다. 사무실에 두고 이 주일 넘게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가벼움이다. 아까도 막내 에디터에게 “이것 좀 내 책상에 올려줘”하고 그램을 건넸더니 “헐, 이거 너무 가벼운데요?”하고 놀란다. 내가 리뷰 중인 제품의 모델명은 LG 그램 15(15Z980-GA70K). 정확한 무게는 사실 1095g 정도다. 아슬아슬하게 ‘그램’의 영역을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손에 잡고 사용하거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쓸 때 체감하는 무게는 그보다 훨씬 가볍다. 가벼운 것 만으로도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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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에코백에 넣고 어깨에 매도 축 처지며 어깨를 끌어내리는 느낌이 거의 없다. 단언컨대 나는 이 제품의 가벼움에 대한 감탄사만으로도 A4 10장 꽉 채운 리뷰를 쓸 자신이 있지만, 더 많은 정보를 설명하기 위해 호들갑은 이쯤 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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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넘어가 보자. LG가 LG 로고를 버리며 디자인을 취하는데 성공했다. 전면에 LG 로고 대신 그램 로고를 박은 것. 지금 한창 탄력받은 그램이라는 브랜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이게 더 예쁘다. 소문자로 각인된 gram 로고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전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이 배 아플 만한 포인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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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이미 사용해본 다른 이들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따로 테스트를 해보진 않았다. 다만 중간에 충전하지 않고 1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계속 사용했다. 웹서핑이나 유튜브 감상, 기사 작성 용도로 하루에 2~3시간 정도 썼는데 5일 내내 써도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 충전기를 붙들고 사는 이전까지의 삶이 허무해질 만큼 오래가는 배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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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꿀팁(?)을 전하자면, USB-C 포트를 통해 스마트폰을 고속 충전할 수 있다. 또 전용 어댑터가 없는 경우엔 PD 충전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를 연결해 그램 본체를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융통성이 상당히 뛰어난 편. 물론, 내 사용 패턴으로 봤을 땐 외박을 하지 않는 이상 보조 배터리로 충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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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노트북에서 무게와 성능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보드’를 살펴보자. 타건감은 부드럽고 푹신하다고 해야 할까? 누르는 높이가 충분해서 손끝에 와닿는 피드백이 분명하다. 탄성이 있는 키보드라기보다는 매끄럽고 정숙하게 눌린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핑할 때 소음이 생기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현재 사용 중인 맥북과 비교했을 때 소음이 적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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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숫자키가 반갑다. 전체적인 키보드가 왼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처음엔 이것 때문에 위치가 헷갈려서 애먹었다. 하지만 난 똘똘하니까 금방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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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감은 좋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바디 자체가 가볍고 얇다 보니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힘이 약하다는 것.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땐 키보드를 누르는 힘에 따라 화면이 조금 출렁이는 현상이 있었다. 그래, 그냥 책상 위에서 바른 자세로 사용하자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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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이 가벼움 때문에 내구성에 대해 큰 의심이 들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무려 밀스펙. LG전자의 자체 테스트는 물론이고 미국 국방성 규격인 MIL-STD 테스트에서도 낙하, 고도, 고온, 저온, 먼지, 진동 등의 악조건을 모두 통과했다고. 한번 떨어트려 보고 싶지만 리뷰 제품이라 콩알만한 내 간으론 감히 시도하지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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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램의 터치패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대 없이 써서 그런지 2018 그램의 터치패드는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느꼈다. 확실히 개선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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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참 사용하다 보면 촉감이 조금 뻑뻑하게 느껴진다는 점과, 터치패드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은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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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한 모델은 8세대 코어 i7-8550U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최신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품었으니 당연히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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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매한 카메라의 RAW 파일이 너무 커서 이미지 작업에 애를 먹고 있던 차라, 그램에 포토샵을 설치하고 사진 파일을 열어보았다. 파일 하나에 40MB가 넘어가는 이미지를 열 장씩 불러와서 작업해도 애먹지 않고 빠르게 로딩하는 모습이다. 사진 로딩에만 한참이 걸리던 거대한 녀석들(?)을 생각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다.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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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버튼에 지문인식 센서가 있는 건 이미 익숙해진 혜택이지만, 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반가웠다. 한번 써보면 이게 얼마나 편한지 알게되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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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측면을 보자. 혜자로운 포트가 펼쳐진다. 좌측에는 전원 포트와 USB 3.0, HDMI, US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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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에는 마이크로SD 슬롯과 또 다른 USB 3.0 포트, 헤드폰 단자 등 필요한 게 모두 야무지게 들어갔다. 요즘은 이런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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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그램을 써본 소감은 간단하다. 그간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그램을 추천했던 지난날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야무진 제품이다. 가볍고, 예쁘고, 편한데 능력까지 갖췄다. 매일 노트북을 끼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 모두의 어깨를 가볍게 하리라!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