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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의 매빅 에어

그저께 에디터M에게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혜민아, 나 고민이 있어. 요즘엔 사고 싶은 게 없다?” “그럼 안사면 되겠네! 뭐가 고민이야?” 저런...
그저께 에디터M에게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혜민아, 나 고민이 있어. 요즘엔 사고 싶은…

2018. 01. 29

그저께 에디터M에게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혜민아, 나 고민이 있어. 요즘엔 사고 싶은 게 없다?”
“그럼 안사면 되겠네! 뭐가 고민이야?”

저런 못된 소릴. 소비를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내게 사고 싶은 게 없다는 건 어딘가 고장났다는 얘기다. 욕망이 바닥나면, 마음이 공허하다.

DJI가 내 욕망 항아리에 ‘또’ 물을 부었다. 얼마전에 공개된 오즈모 모바일2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차인데, 이번엔 새로운 드론을 내밀었다. 사실 나는 드론에 흥미가 없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인데 왜 이카루스의 꿈을 꾼단 말인가. 날아가는 것은 어쩐지 좀 무섭다.

이전 직장에서 촬영용으로 DJI 팬텀을 사용하는 걸 여러번 봤던 터라 더 그랬다. 난 드론이 날아오를 때마다 내는 소리나 까다로운 컨트롤 방법을 보며 겁에 질려 있었다. 내 실수 한번으로 드론이(정확히 말하면 돈이)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겁이 났다.

Mavic Air_Arctic White_top

그러나 그 후로 몇 년이 지나고 영상 업계(?)에 발을 들이며 점점 촬영 장비 욕심을 키워오게 된 것이다. 결국엔 흥미없다고 피해다니던 드론까지 위시리스트에 올리고 말았다. 오늘의 주인공 매빅 Air를 소개한다.

관심이 갔던건 DJI 스파크 부터다. 깜찍한 사이즈에 팜 컨트롤 기능까지. 갖고 다니기도 쉽고, 조작하기도 쉬우니 나도 한번…? 그러다 매빅 에어의 소식을 접하면서 욕망은 배가 됐다. 일단 이름이 에어가 아닌가! 나는 에어라는 네이밍이 달린 기기는 원래 다 좋아한다. 에어맥스, 에어팟, 아이패드 에어, 맥북 에어 그리고 에어 프라이어…??

Mavic Air_travel2

Air라는 보통 간편하고 가볍다는 걸 의미한다. 그 이름대로 매빅 에어의 휴대성은 놀라울 정도다. 430g이면 스마트폰 두 대보다 조금 더 무거운 수준이다. 물론 스파크보다는 무겁다. 대신 접이식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땐 가방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사이즈로 만들 수 있다.

Mavic Air_hiking

바디는 작지만 안정적인 설계가 인상적이다. 바람이나 기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함몰형 3축 짐벌을 달았다고. 실제로 매빅 에어로 촬영한 영상을 보니 꽤 안정적이다.

Shot on Mavic Air 4
[매빅 에어로 촬영한 컷]

최대 비행시간은 21분. 16분인 스파크보다는 길고, 27분간 비행할 수 있는 매빅 프로보다는 짧다. 비행시간 보다는 최대 속도가 놀랍다. 스포츠모드에서 매빅 프로보다 빠른 68.4km/h를 지원해 속도감 있는 촬영도 가능하다. 최대 속도가 높다는 건 바람에 저항할 수 있는 파워도 높다는 뜻이니, 내 드론이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줄어드는 셈이다.

Pano
[배경이 다 했잖아요…]

드론으로 촬영을 해본 일은 없지만, 드론 영상은 수없이 감상해봤기 때문에 내 머리 속의 이상이 너무 높은 상태다. 다행히 신제품에선 초보자들도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눈에 띄더라. 스피어 파노라마 기능은 매빅 에어가 25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합성해 대용량 구체형 파노라마 이미지로 만들어 준다.

Shot on Mavic Air 2

영화 같은 촬영 기술도 흉내낼 수 있다. 퀵샷 인텔리전트 동영상 모드는 미리 설정된 비행 경로를 자동으로 운전하며 촬영하는 기능이다. 아스테로이드 모드에서는 드론이 약 40m 정도 상승한 상태에서 사용자를 천체 모양으로 항공 촬영한 영상을 담아준다. 이 모드를 사용하면 내가 있는 곳이 지구본처럼 동그랗게 접혔다가 펴지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보면 진짜 쩐다. 부메랑 모드는 피사체 주변을 부메랑처럼 날아가듯 비행하다 다시 출발점으로 복귀해준다. 드론을 잘 다루지 못하더라도 위치 선정만 잘 하면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촬영 기능을 살펴볼 수록 지름신이 싹튼다.

Mavic Air_hiking3

손짓만으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캡처 기능도 더 정교해졌다. 최대 6m 거리에서는 손짓 만으로 이륙, 팔로우, 사진 촬영, 녹화, 밀기, 당기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쓰는 모습을 보면 마치 마법 같다.

Mavic Air_Arctic White_outdoor

4K 30fps 촬영을 지원하며 100Mpbs의 녹화 속도로 선명한 화질을 담아낸다, 24mm f.2.8 조리개의 렌즈가 장착됐으며, 조도에 따라 노출값을 설정해주는 새로운 HDR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한줄 한줄 써내려갈수록 갖고 싶다. 디에디트의 영상을 드라마틱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저렴한(?) 아이템인 것 같은데. 아, 손바닥만한 크기 민첩한 반응…. 너무나 귀엽다.

기사를 쓰는 시간보다 유튜브에서 ‘Mavic Air’라고 검색해서 남의 리뷰를 감상한 시간이 더 길었다. 글로는 이 신문물에 대한 감동이 확실히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영상을 하나 첨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저 리뷰보다 잘 할 자신이 없으니, 여러분도 그냥 이 영상을 보시면 되겠다. 입 벌리고 감상하다 침까지 흘렸다. 양덕을 넘을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달으면서 렛츠 플레이.

P.S. 아, 대표님. 가격은 기본 패키지가 99만원. 보조 배터리 어댑터와 배터리 충전 허브를 포함한 플라이 모어 콤보는 129만원이래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