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책갈피를 접으니 반짝, 빛이 나더라

나의 동료 에디터M을 상징하는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태국에서 사 온 꼬지지한 담배 케이스, 네...
나의 동료 에디터M을 상징하는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2016. 07. 14

나의 동료 에디터M을 상징하는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태국에서 사 온 꼬지지한 담배 케이스, 네 번의 탈색으로 플라스틱이 된 머리카락. 그리고 마지막은 리디북스 페이퍼다. 그녀는 전자책을 사랑한다. 매월 꼬박꼬박 리디북스에서 책을 지르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행복이다.

하경화(@editor_ha)님이 게시한 사진님,

나는 반대다.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 뭐든 디지털 파일로 소비하는 시절이라지만, 책은 손에 잡히는 실물이 좋다. 종이를 넘길 때의 느낌과 새 책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가장 좋은 건 책을 사는 순간이다. 아무도 더럽히지 않은 새 책의 구김 없는 속살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너무 즐거운 일. 문제는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을 좋아해 묵혀둔 책이 많다는 것이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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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오늘은 재밌는 제품을 하나 소개한다. 쿄우에이 디자인의 코우이치 오카모토(Kouichi Okamoto)가 디자인한 책갈피다. ‘Bookmark Light’라는 이름의 이 물건은 봐도 봐도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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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사이에 곱게 껴놨을 때는 평범한 북마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녀석의 몸통을 우아하게 구부려 양 끝을 맞닿게 만들면 순간 고운 빛을 뿜어내는 조명으로 변신한다. 종잇장처럼 얇은 필름형 북마크가 빛을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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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특수 필름에 전기 투과 잉크를 사용해 무늬를 인쇄하면, 아주 얇은 두께를 유지할 수 있다. 회로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이 잉크 속에 포함된 나노 입자의 은이다. 양 끝에 리튬 코인 배터리를 넣어두고 양극과 음극을 맞닿게 하면 LED가 발광하는 원리. 어쨌든 이 얇은 필름 속에 조명이 되기 위한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는 뜻이니 설명을 들어도 신기하긴 마찬가지다. 가격은 쿄우에이 디자인 웹사이트에서 1,728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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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조명 삼아 책 한 권을 읽기엔, 밝기도 배터리도 너무나 부족해보인다. 그래도 반딧불처럼 귀여운 아이디어가 아닌가. 적어도 고된 하루가 끝나고 잠들기 전, 책 사이에 껴둔 책갈피를 꺼내 시 한 편을 읽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지난 5월 부터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책 한 권 읽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구입했던 건 황인찬 시인의 ‘희지의 세계’. 오늘은 조금이라도 읽고 자야지. 피곤한 몸을 습격하듯 덮쳐오는 졸음 때문에 경화의 세계로 빠지기 전에.

Bookmark Light by Kouichi Okamoto
Point – 가장 중요한 배터리가 별매라니
Price – 1,728엔

About Author
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