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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아이폰X

안녕, 여러분. 에디터H 입니다. 어쩌다 보니 팔자에 없는 얼리어답터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전 사실 변화를 몹시 싫어하는 게으른 성격입니다. 더 멀다는...
안녕, 여러분. 에디터H 입니다. 어쩌다 보니 팔자에 없는 얼리어답터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전…

2017. 11. 23

안녕, 여러분. 에디터H 입니다. 어쩌다 보니 팔자에 없는 얼리어답터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전 사실 변화를 몹시 싫어하는 게으른 성격입니다. 더 멀다는 걸 알면서도 익숙한 길로 돌아가는 미련한 사람이죠. 아이폰X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복잡 미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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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사진, 지금은 아이폰X처럼 많이 바뀌었다]

저에겐 A라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시절엔 홀연히 어학연수를 떠나버렸고, 대학 졸업 후엔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잡지사 에디터가 되겠다고 하더군요. 에디터로서 자리를 잡아 갈 때쯤, A는 다시 말했습니다.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그리고 런던으로 떠났죠. 친구는 만날 때마다 바뀌어 있었습니다. 스타일이 바뀌고, 말하는 방식이 바뀌고, 머리 색도 바뀌었죠. 어떨 땐 쿨하고, 어떨땐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행보를 응원하면서도 섭섭했습니다. 너는 자꾸 변하려고 할까. 난 이 시절이 즐겁고 좋은데, 왜 자꾸 머물러있지 않고 떠나려고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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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친구A를 바라보는 마음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뒤로하고, 새로운 모습에 적응 해야 하죠. 추억 어린 터치ID와 홈버튼을 버리고 돌아온 나의 베프 같은 너, 아이폰X 리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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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폰X은 애플이 그간 들어왔던 “베젤 이모작(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베젤이 넓어 농사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던 드립)”타령에 대한 답가처럼 보입니다. 아이폰X과 아이폰8을 나란히 두면 아이폰8이 상대적으로 구닥다리 모델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전면에 디스플레이가 가득한 ‘보는 경험’은 그야말로 ‘미래의 스마트폰’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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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 제품은 아이폰 최초로 OLED를 선택했습니다. 이전까지는 항상 LCD를 사용해왔거든요. OLED는 아름답고, 선명하며, 시야각이 넓고, 명암비도 압도적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LCD와 비교했을 때 훨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이토록 늦게 OLED를 선택한 것은, 워낙 스캔들이 많은 디스플레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X 역시 OLED로 변심하며 온갖 논란을 얻었죠.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장시간 같은 화면을 띄웠을 경우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현상의 우려를 피할 수 없거든요.

일단, 미래의 걱정은 접어두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탐닉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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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양 끝이 둥글게 처리되어 있죠. 어떤 제조사가 보여줬던 것보다 깨끗한 마감입니다. 원래부터 이렇게 태어난 디스플레이처럼 자연스럽죠. 픽셀 입자가 미세하게라도 자글자글 튀어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서브 픽셀 단위까지 정밀하게 정돈했다고 합니다. 픽셀 입자를 따라서 계단식 왜곡이 생기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경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도 들어갔구요. 그래서 아무리 접사 렌즈를 들이밀어도 매끈한 둥근 모서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면 더, 더, 집요하고 자세히 보게 되죠. 그리고 더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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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사실을 하나 더 얘기해드리자면, 아이폰X의 전면을 OLED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새로운 공법이 적용됐습니다. 사실 모두에게 구박받는 가장자리 베젤에게도 존재의 이유는 있는 법이거든요. 패널을 구동하는 모듈이 들어갈 자리도 필요하지 않겠습니다? 이 제품에 들어간 OLED는 패널 끝이 베젤 부근에서 접혀 있습니다. 구부러졌다고 표현하는 게 더 쉬울까요? 베젤을 얇게 만들고 화면을 꽉 채우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모듈은 그 안으로 말아 넣어서 만드는 셈이죠. 괜히 아이폰X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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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의 변화가 워낙 큰 이슈라 조금 더 이어가보겠습니다. 이 아이의 공식 명칭은 수퍼 레티나 디스플레이. 낯간지러운 마케팅 용어지만, 실제로 그 아름다움은 Super가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아이폰 시리즈의 최신작을 사용해오며 디스플레이의 탁월함에 감탄해왔습니다. 제가 늘 했던 생각이 이거죠. 애플이 이런 엄청난 퀄리티로 (다른 회사의 패널을) 뽑아낼 수 있다면 LCD로도 충분하다. OLED로 넘어가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넘어가니 더 보기에 좋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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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이폰X, 오른쪽 아이폰8 플러스 실제론 많이 다른데 사진에서 잘 표현 안되서 속상…]

명암비는 한 화면에서 보이는 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의 비율입니다. 명암비가 높을수록 색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아이폰X의 명암비는 1,000,000:1. 백만 대 일이라니.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이폰8의 명암비가 50,000: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차이죠. 그럼 아이폰8의 화면이 후지다는 얘기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폰X의 화면이 압도적이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는 있겠네요. 이 명암비의 차이는 암부의 차이에서 옵니다. 잠시 쉽고 빠른 설명충의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간단한 개념일수록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니까요! 이전까지 아이폰에서 쓰던 디스플레이, LCD는 백라이트를 통해 빛을 냅니다. 하지만 OLED의 픽셀은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부의 표현력이 뛰어나죠. 어려운 용어를 남발했으니 한 마디로 표현해 볼까요? ‘까망을 진짜 까망으로 보여준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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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아이폰8 플러스, 오른쪽이 아이폰X]

아이폰 전작을 비롯, LCD를 탑재한 기기의 화면에서 검은색을 감상할 땐, 픽셀 사이로 희미하게 푸르스름한 빛이 비추게 됩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표현할 때도 화면에선 빛이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검은색이 될 수 없다는 얘기죠. 물론 평소에는 의식하기 어렵지만 밤중에 불끄고 누워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의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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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아이폰8 플러스, 아래가 아이폰X – 야간에 보면 차이가 두드러짐]

아이폰8과 아이폰X으로 기묘한 이야기 시즌1 1편의 도입부를 열어 보았습니다. 새까만 밤하늘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이폰8의 화면은 푸르스름한 빛이 묻어납니다. 반면 아이폰X의 화면은 그야말로 새까맣죠. 검은색 베젤과 화면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한 검정을 표현해줍니다. 눈이 더 편안함은 물론, 색표현력의 깊이감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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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아이폰8 플러스, 오른쪽이 아이폰X]

영상물이 아니라 사진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8이나 그전 모델에서 촬영했던 HDR 사진을 아이폰X의 화면에서 다시 감상하면, 훨씬 더 선명하고 깊이감 있는 컬러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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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아이폰8 플러스, 아래가 아이폰X]

사실 아이폰X과 아이폰8의 카메라는 거의 동일한 스펙입니다. 사진을 찍는 능력보다는 촬영한 사진을 감상할 때의 능력치가 올라간 셈입니다. 동일한 컬러를 표현할 때 압도적인 명암비에서 오는 질감 표현이나 색재현력이 확연한 차이로 와닿습니다. 실제로 역대 아이폰 중에 ppi(인치당 픽셀수)가 가장 높은 것도 사실이구요. 색영역이 더 넓은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똑같이 P3 색영역을 지원하지만 OLED의 표현력이 더 우수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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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감상시 화면 비율은 선택할 수 있다]

OLED는 컬러가 화려하게 표현되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좋게 말하면 화려하고, 나쁘게 말하면 색왜곡이 생기는 경우가 있죠. 아이폰X의 화면은 예상보다 침착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아마 자체적으로 사실적인 색감을 표현하기위해 튜닝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생각보다 디스플레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카메라로 점프! 아이폰8의 카메라와 비슷하다고 미리 말씀드렸으니, 달라진 점만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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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형 듀얼 카메라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적응 완료]

후면 듀얼 카메라에서 아이폰8 플러스와 아이폰X의 차이는 딱 두 가지입니다. 아이폰X은 듀얼 OIS가 들어가 손떨림을 막아주고, 망원렌즈의 조리개가 F2.4로 커졌습니다. 솔직히 주광에서 촬영할 땐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에잇도 좋고 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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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차이를 느끼고 싶다면 저조도에서의 인물 사진 모드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확실히 같은 구도로 인물 사진을 촬영했을 때 아이폰X으로 찍은 쪽이 노이즈가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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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160만 원을 불사하게 할만한 차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카메라의 반응 속도 등은 아이폰8과 동일합니다. 후면 카메라 때문에 아이폰X을 선택하실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당연히 전면 카메라겠죠. 제가 마르고 닳도록 외치고 다니는 그것. 트루뎁스 카메라말입니다. 이거야말로 아이폰X만의 특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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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인형의 얼굴 등록은 안타깝게 실패했다]

여러분이 M자 이마라고 부르는 전면의 블랙바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숨어있습니다. 왼쪽부터 적외선 카메라, 투광 일루미네이터, 전면 카메라, 도트 프로젝터가 차례로 자리하고 있죠. 얘네로 뭘 할까요? 페이스ID. 애플의 새로운 생체인식 기능인 페이스ID를 구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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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ID 인식에 성공하면 자물쇠가 열린다]

자, 제가 아이폰X을 손으로 들어 슬쩍 바라보면 순식간에 어떤 일들이 이뤄지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주변광 센서가 빛의 상황을 파악하고 투광 일루미네이터가 상황에 맞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조명을 비춰 어두운 곳에서도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도트 프로젝터가 3만 개의 점을 얼굴에 투사해 심도 맵을 제작하고, 적외선 카메라가 도트 패턴을 판독해서 일치 여부를 확인합니다. 헉헉.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한 건데도 숨이 차네요. 쉽게 말해 점을 쏘고! 적외선 조명을 쏘고! 패턴을 읽고! 이 정보를 수식화해서 기존에 입력된 정보와 일정 수준 이상 매칭이 되면 화면이 열리는 거죠.

원리는 복잡하지만 손끝에서 와닿는 사용자 환경은 절대 복잡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터프한(?) 환경에서도 얼굴인식을 해냅니다. 내가 못생겼거나, 심란하거나, 화가 났거나, 밤중에 문득 퉁퉁 부은 얼굴로 화면을 들여다봐도 문제없더라구요. 페이스ID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을 보면 됩니다.

페이스ID의 인식 성공 여부는 생각보다 소박하게 표시됩니다. 잠금화면 상단의 자물쇠가 닫힘에서 열림으로 전환되는 애니메이션이 전부에요. 자물쇠가 풀린 뒤에 화면을 아래서 위로 끌어올리는 스와이프 동작까지 완수해야 홈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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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ID는 홈화면을 누르는 동작 하나 만으로 모든게 완료되는데, 페이스ID는 얼굴인식 + 화면 스와이프의 2스텝을 밟아야하니 더 간편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페이스ID의 우수한 인식 속도와 인식률과는 별개로 터치ID의 직관성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낼 수 없네요. 그래도 좀 더 편안한 아이폰X 적응을 위해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페이스ID로 자물쇠가 풀리는 걸 기다릴 필요 없이, 폰을 잡자 마자 바로 화면을 위로 들어올리세요. 화면을 스와이프 한 뒤에 얼굴 인식이 성공해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페이스ID는 잘 뒤따라옵니다. 자마자 스와이프! 이게 가장 빠르게 페이스ID를 인증하고 아이폰 홈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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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인형도 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어보았다]

이 트루뎁스 카메라를 이용해 할 수 있는게 몇 가지 더 있죠. 전면 카메라로 인물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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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으로 촬영한 전면 인물 사진 모드]

듀얼 카메라가 아니지만, 트루뎁스 카메라를 이용해 피사체와의 거리를 인식해 인물사진 모드와 조명 효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샘플도 꽤 괜찮죠? 다만 모델인 막내 에디터 기은은 너무 사실적으로 나오는 셀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흠흠.

그 다음은 저의 사랑 애니모티콘. 사실 원래 명칭은 애니모지인데 왜 한국식 네이밍은 저렇게 구차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세 에디터의 목소리에 맞춰 각 캐릭터들이 빙의한 듯 표정을 짓고 움직이는 모습 보셨나요? 애니모티콘은 아주 복잡한 기술을 가장 단순하게 구현한 예입니다. 밑단에서 뉴럴 엔진이 이 이미지 처리 작업을 전담해서 실시간으로 3D 애니메이션을 구현해준다는 설명 따위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 바 아니죠. 그냥 즐겁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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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표정이 제 이마의 주름까지 따라하며 익살스럽게 움직입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덧입혀져 하나의 애니메이션이 됩니다. 이걸 본 친구들이 깔깔 웃고, 다들 귀엽다고 자지러집니다. 네, 즐겁습니다. 기술은 과시하는 단계를 넘어 즐길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 최고가 됩니다. 오늘의 애플이 이걸 보여주고 있네요.

게다가 애니모티콘은 일종의 예고편입니다. 놀랍도록 정교한 이미지 처리 능력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 가능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애니모티콘을 보며 웃고, 떠들고, 노는 사이 애플은 얼굴인식에서 상당한 내공을 쌓게 될 게 분명합니다. 이건 또 다른 기술로도 이어질 수 있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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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충전도 지원, 110V용 충전 패드라 못 쓰고 있는 건 비밀]

아이폰X은 엄청납니다. 노트북을 하나 살 정도의 어이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멋집니다. 사실 전 가성비를 따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굳이 가격을 까고 그러진 않지만, 얘는 스마트폰 치고는 정말 너무 비싸죠. 그럼에도 수많은 얼리어답터들이 이 제품을 탐내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너무나 조화롭게 들어차 있습니다. 내가 바로 미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거만하고 쿨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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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로운 사용자 환경이 100%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홈버튼을 없애면서 그 빈자리를 스와이프 동작으로 대체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홈버튼의 명료함이 ‘아이폰X의 최선’보다 우위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 몇 년을 익숙해졌던 UI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도 손끝에서 계속 걸리적 거리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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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OS 내에서의 변화인데 iOS에서 안드로이드로 건너간 것보다(혹은 그 반대라도) 와닿지 않는 것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아래에서 들어 올리던 컨트롤 센터를 오른쪽 상단에서 끌어내려야 하고, 스크린 캡처는 사이드 버튼과 볼륨업(볼륨 다운은 안됩니다)을 동시에 눌러야 합니다. 낯선 것도 문제지만 기존에 입력된 경험과 엇갈려 자꾸만 헛손질을 하게 되는 게 짜증스럽습니다. 물론 결국엔 적응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고, 폰은 새 폰으로 잊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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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조작은 계속 연습중…]

내 손은 곧 터치ID와의 딸깍이던 스킨십을 잊을 것이고, 홈버튼을 두 번 눌러 불러내던 멀티태스킹과의 조우도 잊게 될 것입니다. 그치만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아이폰X의 사용자 환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이 고된 적응의 기간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차기작은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사용자를 모두 포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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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앱등이 지인(치프J)과 아이폰X에 대해 걱정(?)을 나누다가 이런 가설에 도달했습니다. 아이폰X의 변심은 터치 인터페이스의 종결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구요. 이전 물리 버튼으로 이루어지던 수많은 조작을 터치가 대신하게 됐듯이, 페이스ID 같은 생체 인식 기능이나 제스쳐가 터치를 밀어낼 차례가 온 걸지도 모르죠. 직접 만져야 반응하는 터치 역시 구닥다리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괜히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폰X은 미래에 기록될 개척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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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의 매력은 치명적입니다. 노골적으로 새롭고 화려하죠. 하지만 그만큼 낯설어 보입니다. 애플이 아이폰8 시리즈를 함께 내놓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가격과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버겁다면 아이폰X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폰8도 충분히 좋습니다. 방어적인 자세로 계속 만져보지만, 얘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자꾸자꾸 궁금해지는 마음도 어쩔 수 없네요.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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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화

에디터H. 10년차 테크 리뷰어. 시간이 나면 돈을 쓰거나 글을 씁니다.